2010.1 |
[문화현장] 광대의 노래
관리자(2010-01-05 17:46:39)
광대의 노래
(12월 4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
웃고 우는 우리 삶 속엔 언제나 광대가 있더라
국악의 별들이 전주를 수놓은 밤. 70년 만에 중요 무형문화재급 명인명창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신종플루의 기승으로 올해 축제를 접어야 했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마련한 <송년소리나눔 광대의 노래> 무대에 서기 위해서다. 지난 12월 4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우리시대에 내로라하는 명인명창 70여명이 모인 진귀한 무대였다. 실로 역사에 남을만한 국악의 밤. ‘국악’을 매개로 전국의 국악인들이 하나가 된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광대, 소리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는 창조자
‘광대(廣大)’란 무엇인가. 광대는 우리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때로는 소리로, 악기로, 춤으로 풀어내는 이들이다. 오랜세월 동안 우리를 웃고 울린 광대. 이들이 소리의 고장 전주에모여 그동안의 시련과 아픔을씻어내는 무대를 가졌다. <광대의 노래>는 광대들의 삶과 우리 전통예술의 숭고한 역사를 돌아보는 창작공연으로 판소리합창, 서양합창, 창과 민요, 기악, 무용 등 국악의 전 장르가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국악공연 무대였다.이번 공연은 김명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과 김태균이 작시했으며, 연출과 작곡, 지휘는 각각 박병도, 김대성,김재영 씨가 맡았다. 또한 국립창극단의 남상일 단원이 아니리 광대로 나와 흥을 더했다.공연의 맥을 잡아주는 관현악과 합창에는 경기도립관현악단과 익산시립합창단, 대구그랜드에코오페라합창단, 전북도립창극단이 무대에 올라 웅장한무대를 연출했다.
광대와 함께 한바탕 놀아보세
공연의 장은 전북도립무용단의 화려하고 장엄한‘열림무’와 함께 김명곤 위원장의 축문 낭송으로 시작됐다. 서장에는<광대의 노래>의 의미를 전하는‘부르자, 새생명 부활하는광대의 노래를’을 합창하며 광대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 했다.제1장 <광대가>는 동리 신재효 선생의 <광대가>에 나오는 광대내력을 합창과 송순섭, 조상현, 김일구 명창의 소리로 표현했다. 세 명창은 무대에 나와 광대의 조건인‘너름새’,‘ 득음’,‘ 사설’을 노래하며, 어렵고도 어려운 광대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전통예술의 맥을 잇기 위해 모진 어려움도 이겨낸 명창들의 관록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송판 적벽가의 계승자인 송순섭 명창은 동편제 소리를 고수해온 명창으로 남성미 물씬 풍기는 장쾌하고 시원한 소리가 일품이었다. 또한 보성제 소리를 가장 완벽하게 구사하는 명창으로평가받고 있는 조상현 명창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를 들려줬으며 김일구 명창은 남성 판소리 특유의 호방한 기개를보여줬다.제2장 <오늘 광대, 광대놀음>에서는 우리시대 큰 광대들이 한판 흥겨운 광대놀음을 펼쳤다. 2장의 첫 무대는 명인들의 시나위 연주로 이생강(대금), 김영재(해금), 이존대(피리),박대성(아쟁), 김무길(거문고) 등의 명인이 출연했다. 한명씩보기도 힘든 당대 최고의 기악명인들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있는 기회였다. 한국무용의 거장 명무 이매방의 승무와 김백봉의 부채춤이 이어졌으며, 신명나는 삼도민요, 경기민요,서도민요, 남도민요의 구성진 소리가 뒤이어 무대를 장식했다. 경기민요에는 이춘희, 이호연, 이선영 명창이, 서도민요에는 배뱅이굿 명창 이은관 명창이, 남도민요에는 박송희,조순애, 성우향 명창이 출연했다. 백성들의 삶을 달래던 곰삭은 소리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광대의 소리’를 합창과 판소리 독창 문답형식으로 주고받았던 제3장 <광대가>. 3장에서는 새로운 광대를 상징하는 4인의 소리꾼이 나왔다. 왕기철, 염경애, 김경호, 이주은4인의 차세대 명창이 각각‘풍류’, ‘생명’, ‘인간’, ‘민족’을 주제로 새로운 생명과 세상을 동트게 하는 신광대판을 외쳤다.공연을 닫는 종장은 <광대여 일어나 천하를 움직여라>를주제로 광대의 소리가 온 세상에 퍼져 새 세상 열기를 기원하는 웅장한 무대로 꾸며졌다. 각 장의 공연을 마친 후 다 같이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은 두고두고 기억될 명장면이었다.현존하는 전통음악의 최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광대의노래>. 이번 공연은 그들의 전설적인 기예를 새삼 확인하는자리였다. 또한 한평생 전통예술의 길을 걸어온 이들에 대한역사적 기록으로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출연진 총 201명이등장한 초대형 국악작품이었다.김명곤 위원장은“오늘 무대로 우리 국악과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아쉬움과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이번 무대를 계기로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10년을 제시하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