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생활기록부
관리자(2010-01-05 17:45:56)
생활기록부
평생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 게 이제껏 남아있을까도 싶었다. 지역활동 빈장터 재생사업으로 희망건강원을 붙들게 되었다. 희망건강원은 내동산을 뒤로하고 지붕에 상징으로 노란 호박과 까만 염소가 얹어져있는 곳이다. 그래‘기능성식품학’에 대해 학습을 해야 했고 인터넷 강의를 듣자하니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했다.한 장짜리 앞 뒤 두면의 생활기록부는 삼 십 여년세월의 생활기억이기도 했다. 까까머리 사진은 마흔 여덟 먹은 본인이라고 하기보다 이제 스물두 살이 되는아들놈을 닮았다. 사진 바로 옆에는 1,2,3학년 담임 성명이 적혀있고 직인이 찍혀있다. 기록에 대한 책무의직인이리라. 내용은 모든 것을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학적상황, 가족상황, 심리검사상황, 진로상황, 출결상황, 신체발달상황, 행동발달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특별활동상황, 졸업후의상황 해서 여러 상황으로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생활기록부의 상황묘사는 매우 명료하다. 이런 식이다. ‘근면하고 협조적이며 준법정신이 강하다/전 교과에 걸쳐 성적이 대체로 부진’, ‘집단에 충성을 다 한다/교과 성적은 보통이나 어학과목 부진’, ‘자신의 의사를 적극 추진하고 근면한 편이다/전 교과 성적향상을위해 노력이 요구됨’.아내가 옆에서 교과발달상황을 보더니‘오양을 좋아하셨나 왜 이리 양이 많아?’하며 혀를 찬다. 아닌 게아니라 수/우/미/양/가에서 뒷줄의 양이 많아 참 민망하다.이리 많이 수학했나 싶을 정도로 수학한 교과목이많았다. 국민윤리부터 시작해서 국어, 국사, 사회 그리고 수학, 과학, 체육, 교련, 음악, 미술, 한문, 외국어,실업가정 이렇다. 이 순서가 그 당시 유신정권의 국가국민으로서 소양이었겠다. 수학한 것을 다 적으면 국민윤리, 국어1, 국어2, 국사, 정치경제, 사회문화, 세계사,국토지리, 인문지리, 수학1, 물리, 생물, 체육, 영어1,영어2, 독일어, 기술, 농업 이렇다.그나마 특별활동상황으로 미술과 서예에 소질이 있고 창의적이며 능하다고 되어있어 체면이 조금 섰다.심리검사 상황에서는 적성으로 수공능력이라는 표현이있는데 이 말이 뭘 만드는 능력이라면 옹기장이로 살고 있는 게 적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이번에‘기능성 식품학을 수강하면서 수강태도나 획득한 성적 또한 불량했다. 그러고 보면 생활기록부는직시와 예시로 지금의 나, 이 생활과 그 때의 나, 그 생활의 기록으로 이 삶의 정체성에 대한 기억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