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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 |
장미영·전흥남의‘꿈꾸는 노년’
관리자(2010-01-05 17:43:59)
문순태의 소설을 통해 본 노년의 삶과 의미 - 전흥남 한려대학교 교수 어린 시절에는 대체로 사람이‘늙는다’는 것에 대해 막연할 뿐 아니라 남의 일로만 받아들이기 쉽다. 더욱이 자신이늙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실감할 수도 없고 인정하기도 힘들다. 사람들은 그러한 경험을 겪으며 성장한다. “나도 늙을 수 있구나”하고. 노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 노년의 기준이 각기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60세 이상 혹은 65세의 전후를 기준으로 하여 그 이상의 연령대를 지칭할 때, 우리나라의노인의 경우 유년시절에 한국전쟁을 겪거나 더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를 겪은 세대다.다소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굴곡의 현대사와 함께 한 세대로서 외국의 노인들과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노인들을 공경하고 평안한 노후를 보낼 만큼 사회 여건이나분위기가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우리의 역사 중에도 고려장이라는 풍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러한 풍속의 유래와 기원 및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지는 않은 측면도있지만,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들을 각 가정에서 일정한 양의 식량만 주어한적한 곳에 유기(遺棄)하고 더 이상 돌보지 않도록 나라에서 법으로 정하고 이를 어긴 자는 엄하게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특히 당시의 주변 정세가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어 외침이 잦으면 흉년이 잦아 기근으로 백성들이 고생을 많이 하게 되면서 자연히 노동력을 상실하여 자생할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부족의 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노인들로 인해 가정적으로나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든다.하지만 오늘날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고려장의 풍습과 그 형태만 다르지 이와 유사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다보면 일과성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문제로 생각된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노인을 푸대접하는 사회는 정녕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아니 행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사람이 늙지 않을 수 없으며 늙지 않는 사람도 없다. 노후의 편안한 삶은 각 개인의 능력에달린 문제로 볼 수도 있겠으나, 최소한 노인들이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푸대접받는 사회 풍토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노인으로부터는 삶의 경륜을 배우고 젊은이는 우리에게 도전과 패기를일깨워 줌으로서 조화를 이룰 때 그 사회는 건강하고 미래도 밝을 테니까. 소설 속 노인상을 통해 본 노년의 삶과 의미 그럼, 소설 속의‘노인상’은 어떤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노년소설에 나오는 노인상의 유형을 따져보고 이들의 관심사를 통해 노년의 삶과 의미를 되짚어 보자는 것이다. 작가 역시 자연인으로서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 그런데 소설을 쓰는 작가를 포함하여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사람들의 노년은 보통 평범한 사람의 노년과 좀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의 삶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노년기에 접어든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삶을 올올이 창작품으로 형상화 했을 경우 그것이 갖는 문화적 의미와 자산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노년기에 접어든 작가들이 노년소설을 창작했을 경우도 이러한 범주에 해당한다고 본다.노년소설의 범주와 대상과 관련해서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노인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작품의 소재 역시 노년의 삶에 초점을 두고, 화자도 노인들이 설정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노년의 삶을 소재로 해서 주옥같은 작품을 쓴 경우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수작(秀作)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 스스로 자연인으로서‘노년의 삶’이 작품의 소재로서 익숙한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창작의경지가 높아지는 만큼 좋은 작품을 쓰는 건지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따져볼 자리는 아니다. 다만, 노년기에 접어든 작가들 중에서 명품‘노년소설’을 창작한 경우가 적지 않은 문학현상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를 느낀다. 필자의 주관이 다분히 반영된 것이지만 박완서, 최일남, 이청준, 한승원, 김원일, 그리고 문순태의 작품들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문순태 소설 속 노인을 살펴보다 이 글에서는 문순태의 노년소설을 우선 주목해 보았다. 문순태의 소설집『울타리』에는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은행나무 아래서>, <느티나무와 어머니>, <대나무 꽃피다>등 4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열거한 작품들은‘노년소설’의 성격과 조건을 두루 구비하고 있다. 엄밀한 의미의 연작소설의 형식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본적적인 노년소설에 해당하는 셈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특별하게 노년소설을 염두에 두면서 창작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스럽게노년의 삶을 소재로 옮겨간 경우로 추측된다. 이러한 작품들을 언급하기 전에 소설집『된장』에수록된「그리운 조팝꽃」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운 조팝꽃」은 문순태 노년소설의 원형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그리운 조팝꽃>」의 줄거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거실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지 않고 조팝꽃이 그려진 그림 한 폭 걸려있다. 어린 손자들이 그 그림에 대해 물어 봐도 노부부는 함구로 일관한다. 아픈 가족사가그 그림의 사연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둘째 아들이 조팝꽃이 그려진 그림을 화방에서 찾아오다 광주항쟁 때 죽고 만다. 그 사건을 겪은 후 가족사진 대신에 그 그림을 거실에 걸어놓은 것이다.세월이 지나 출가한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노인은 그 그림을 떼어 놓고 가족사진을 찍은 사진을 걸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번번이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간다. 가족들이 가족사진을 찍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아들 딸 내외를 기다리는 도중에 노인은산책을 나가려고 아파트를 나서다 우연히 쓰레기통 주변에 버려진 낯익은 앨범에 눈길이머문다.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때 친구들이 선물로 준 앨범을 그 집 며느리가 죽은 지 1년도안 돼 버렸기 때문이다. 노인은 친구가 죽고난 후 그 앨범이 아파트 쓰레기 통 근처에서뒹굴고 있는 모습을 본 후 돌연히 아내와 함께여행길에 나선다. 대합실에서 두 노인은 사진을 찍고 아들 딸 내외와 손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을 등지고 둘만의 오붓한 여행길에 나선다. 아내도 남편의 이러한 마음을 이해하고 기꺼이 동행한다. 이 작품은 말미에 노년의 삶과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의미심장한 출발로결말을 맺는다. “ 여행은 나중에 가기로 하고 그만 집으로 갑시다. 아이들이 기다릴텐데…”“애착을 버리자고 말한 건 누군데 그래?”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아내를 떼밀다시피 하여순천행 버스에 올랐다. 나는 아내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둘만의 여행을 위해서 모든아쉬움을 접기로 했다. 나는 고향에 도착하면 먼저 조팝꽃 무더기 속에 얼굴을묻고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자 조팝꽃을 뚝배기에 수북이 담아 손으로 집어 먹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한창조팝꽃 피는 계절이 아닌가. 나는 갑자기 조팝꽃이 먹고 싶었다. (문순태, 「그리운 조팝꽃」,『 된장』, 이룸, 2002, 84쪽). 「그리운 조팝꽃」은 조팝꽃에 얽힌 가족사를 통해 노년의 삶이 후손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춥고 배고픈 시절 조팝꽃에 얽힌‘나’와 어머니의 사연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노년기에 접어든 내가 왜 조팝꽃을 먹고 싶어졌는지 조팝꽃에 얽힌 어머니와의 사연을통해 그 실마리가 밝혀진다. 나는 어머니가 조팝꽃을 쌀밥이라고 하면서 먹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했다. 배가 고프거나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면 뚝배기에 조팝꽃을 가득 담아 손으로 집어 먹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아냈다. 내가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어머니의 그 조팝꽃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도 흰 쌀밥을 먹을 때마다 꾀꼬리가 이곳저곳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낭자하게 울어대는 모내기철, 산비탈 밭둑에 멍울멍울 피어나는 조팝꽃을 떠올리곤 한다. 그 무렵이면밥을 먹다가도 어머니 생각에 문득문득 목울대가 후끈거려왔다. 쌀밥이 흰 조팝꽃잎으로, 때로는 어머니의 얼굴로 피어나곤 하였다.(66~67쪽) 인용문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듯이「그리운 조팝꽃」은 노년기에 접어든 나의 관점에서 참척(慘慽)을 당한 아픈 가족사와 어머니의 가난한 삶을오버랩 시키면서 서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순태의「늙으신 어머니의 향기」도 이런 맥락에서 읽혀질 수 있는 작품으로 다음에 살펴볼 차례다. 전흥남 CBS 전남방송 칼럼 위원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려대학교 교수 재직 중이다.「한국 근대소설과 영화의 교섭 양상 연구」,「 ‘여순사건’과‘4·3사건’관련 소설의담론화 연구」,「 한국 근 · 현대 소설의 문학치료학적 관점의 적용과 그 가능성 탐색」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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