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7 | [새책 및 새비디오]
새책, 새비디오
편집부(2003-07-23 11:21:50)
『신화를 삼킨 섬1』(이청준 지음, 열림원 펴냄)
1965년 『퇴원』으로 등단한 이래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어온 작가 이청준의 노작.
인간의 본질과 신비, 부조리, 한(恨) 등에 천착해 온 작가는 37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다양한 소설 세계를 보여주면서 폭력과 억압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탱해 나가는가 하는 문제를 꾸준히 탐색해 왔다. 이번 신작은 그런 그의 소설 세계의 맥을 이으며 정치적 폭력과 억압 속에서 희생되거나 살아남은 인간들의 지혜와 힘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주 4·3사건을 통해 역사와 이념의 대립 앞에 처참하게 쓰러져간 민중들의 한을 달래고, 운명을 점지 받은 무속인들의 한과 희생에 깊은 시선을 던진다.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은 1980년대 초의 제주. 작가가 제주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것은 제주도의 독특한 역사성이나 신화성 때문이다. 이청준은 대표작이라할 『당신들의 천국』에서도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센병 환자 수용소의 특성을 통해 인간적 운명의 행로를 따라왔었다. 이번에도 육지의 권력 판도에 따라 바람 잘 날 없었던 유배의 땅 제주도를 배경으로 자생적 운명의 존재방식을 성찰해 간다.
『엄마, 외로운거 그만하고 밥먹자』(장차현실 지음, 한겨레신문 펴냄)
장애아와 독신모, 엄마 혼자서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며 살아간다면? 이 만화는 바로 이런 악조건(?)을 가진 두 모녀의 이야기다.
장애아인 딸과 단둘이 사는 지은이 장차현실씨는 자신의 일상을 바탕으로 장애와 학부모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만화라는 형식에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만화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풍부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유쾌한 웃음을 던져준다. 거기에 그 웃음 뒤에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부당한 편견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만드는 잔잔한 여운이 담겨 있다.
다운증후군 딸 은혜, 그 '문제아'가 불쑥 자신의 품 속으로 들어온 이후, 엄마는 오직 자신에게만 불행이 찾아온 듯 절망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젠 그 '문제아'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차현실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졌다. 다운증후군인 딸 은혜를 홀로 키우며, 독신모나 장애아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맞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두 모녀의 일상을 담았다.
『물의 정거장』(전경린 지음 문학동네 펴냄)
소설가 전경린의 세번째 소설집 『물의 정거장』이 나왔다. 1998년 『바닷가 마지막 집』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이 소설집에는 1999년 21세기문학상을 수상한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을 포함해 총 10편의 단편이 실렸다.
전경린의 소설은 여전히 같은 욕망과 열정으로 여성의 삶을 관통해나간다. 저자는 주인공들을 사로잡는 열정을 단순히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성의 섹슈얼리티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성적 욕망이나 자신의 몸 안에 숨은 섹슈얼리티의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은 안락하고 평온한 일상을 담보로 강요되어온 제도적 삶의 허구성을 여성 스스로 자각해 가는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작가는 여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제도화된 몸의 금기 혹은 몸의 윤리를 위반하는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통해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정체성이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놓고 있다.
『티티새』(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은사 펴냄)
『티티새』는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열아홉 살 시절 여름의 추억을 잔잔한 감동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마리아와 그녀의 사촌 츠구미, 요코 언니와 함께 한 여름은 눈부신 태양만큼이나 인상적인 추억을 남겼다.
화자인 마리아의 아버지는 전처와 별거 중이고, 전처와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마리아와 어머니는 이모네가 운영하는 바닷가 마을의 야마모토야 여관에서 지낸다.
아버지의 이혼 문제가 해결되고, 대학 진학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마리아는 도쿄로 떠난다. 어린 시절을 보낸 바닷가 마을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마리아는 이모네 가족들과 이별한다. 몇 년 뒤 바닷가 마을을 다시 찾은 마리아. 하나도 변한 것 없이 여전히 짓궂은 사촌 언니 츠구미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다, 그들은 쿄이치와 그의 강아지 겐고로와 마주친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녀들의 찬란했던 계절, 『티티새』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열아홉의 여름을 그린 소녀들의 성장소설이다. 또 죽음 저편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던 주인공 츠구미가 첫사랑을 가슴에 안으면서 그 힘으로 죽음의 이편에서 세상을 보듬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 프롬 헤븐>
행복하고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캐시. 어느 날, 늦게까지 야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들고 찾아갔다가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캐시의 인생은 큰 전환기를 맞는다.
오래전부터 남편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 캐시. 그 무렵 새로 온 정원사 레이몬드는 친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던 자신의 비밀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사심없이 그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만, 어느날 레이몬드가 캐시에게 사랑을 고백해온다.
남부러울 것 없는 상류층 부인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일상의 변화, 동성애에 빠진 남편, 흑인 정원사와의 설명할 수 없는 감정.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의 복잡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인종차별이라는 시대상도 함께 비춰냄으로써 무게감을 더한다. 2003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앤트원 피셔>
해군 정신의학과 장교인 제롬 데이븐포트는 상관을 폭행해 일계급 강등된 앤트원 피셔 하사의 상담 치료를 맡는다. 제롬은 상담 치료에 거부감을 가진 피셔를 끈기 있게 설득하면서 피셔가 경험한 유년기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입양 후 온갖 학대와 성추행을 겪으며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낸 피셔. 제롬은 피셔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단순히 군의관과 사병이라는 관계를 떠나 가족이나 인생의 선배가 되어주면서 현명한 조언과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피셔는 상처받은 자아를 회복해 간다. 또 아름답고 관대한 셰를과 생애 처음 사랑에 빠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날, 피셔는 또 다시 동료들과 주먹다짐을 벌이고 마는데.
덴젤 워싱턴의 감독 데뷔작. 한 청년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휴먼 드라마로, 각종 권위 있는 시상식 주요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별>
순수한 영혼과 깊은 외로움, 그리고 엇갈린 사랑의 운명을 타고난 남자, 영우.
전화국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영우는 성실하고 인정받는 사원이지만 고아로 살아온 탓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며 깊은 외로움에 빠져 있다.
별을 관찰하고 별자리에 담겨진 신화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상대는 강아지 알퐁스. 그런 그에게 알퐁스를 돌봐주는 수의사 수연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온다. 외로움에 짓눌려 용기를 내지 못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영우. 수연에게 용기를 내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운명의 별은 약속 장소로 가던 영우와 수연의 발걸음을 엇갈라 놓는다. 유오성의 감성적인 연기를 접해볼 수 있는 멜로드라마로, <간첩 리철진>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진희가 그의 상대역 수연을 맡았다.
<다크니스>
일곱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 중 단 한명의 아이만이 생환한다. 그리고 40년 후, 마르코의 가족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미국에서 스페인의 한적한 시골주택으로 이주해온다. 행복할 것만 같은 가정생활, 그러나 집안을 감도는 분위기는 조금씩 어두워져만 가고 아들 폴의 얼굴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드리운다.
무엇인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집안 구석구석을 부셔대기 시작하는 아빠. 동생의 원인 모를 상처에도 무심히 바라보기만 하는 엄마. 스케치북에 연신 목이 잘린 아이들의 그림만 그려대는 동생. 이유를 알 수 없이 변해버린 가족들 속에서 딸 레지나는 집안을 감싸고 있는 수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
<파우스트>를 비롯한 많은 호러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왔던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이 제작을 맡은 호러 무비. <네임리스>를 만들었던 스페인 출신의 자우메 발라게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피아노> <엑스맨>의 안나 파킨이 공포와 맞서 싸우는 소녀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