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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7 | [매체엿보기]
월드컵 그늘에 가려진 미선과 효순
김수현 전북민언련 활동가(2003-07-23 10:58:10)
2003년 6월은 한일월드컵 일주년이 되는 달이다. 방송에서는 한일월드컵 특집 방송을 제작하여 보여주고, 월드컵 기간에 있었던 경기들을 재방송해주었다. 그리고 축구대표팀의 평가전 경기가 이어졌다. 일년이나 지난 시점이지만 여전히 한일월드컵의 흥분과 감동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런 가운데 6월 13일,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지 일년이 되는 날이 왔다. 작년 6월에는 월드컵의 함성에 가려 사람들의 관심도 끌지 못하다가 11월 워커병장의 무죄판결로 시민들의 가슴에 분노를 일으켰다. 그리고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된 촛불시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하지만 일년이 지나 다시 찾아온 6월, 지금까지도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은 언론에서만큼은 월드컵의 화려함에 가려있었다. 한일월드컵 일주년이 되는 의미만큼이나 두 여중생의 죽음이 주는 의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6월 13일, 방송에서 이 날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무슨 날만 되면 특집방송이다 하여 하루종일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내보내던 방송이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서 다루지 않은 것은 이 사건에 대해서 소홀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나마 뉴스를 통해 보도된 전국적인 촛불추모행사를 kbs는 <전국에서 여중생 사망 1주기 추모 행사>, <여중생 사망 1주기 추모시위>의 내용으로 촛불시위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그치고 있고, mbc뉴스에서는 <여중생 사망 1주기① 평화의 촛불로>, <여중생 사망 1주기② 미군도 추모행사>, <여중생 사망 1주기③ 촛불시위가 남긴 것, '자각' 일깨웠다>, sbs 뉴스에 경우 <효순·미선양 사망 1주기 추모 집회>, <전국 '여중생 사망 추모' 열기 가득>, <주한 미군도 '여중생 추모' 동참>, <여중생 죽음, 한국 사회에 큰 변화>라는 내용의 기사로 보도했다. mbc와 sbs 뉴스보도에서는 그나마 촛불시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까지 접근하려 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kbs는 이 사안을 단순보도하여 전 국민적인 열기를 축소 보도하려는 인상을 남겼다. 일주년이 되는 날이었던 만큼 두 여중생의 죽음과 투쟁 과정에 대해 방송에서 다시 한번 짚어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일여년에 걸친 싸움과 촛불시위라는 새로운 시위방식, 그리고 한미관계, 소파(sofa)개정 등에 소리를 높였던 전 국민적인 참여는 분명 이 사회의 여론으로 형성되었다. 낮시간 대를 이용해서라도 월드컵 특집방송을 내보냈던 방송이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에 대해서 외면한 것은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 수행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은 시민들의 여론을 잘 파악하고 이를 바르게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제대로 된 언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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