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7 | [특집]
"사업의 특성과 운영주체의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
우윤 전주역사박물관 관장(2003-07-23 10:05:13)
▲ 민간위탁의 기본 정신은 무엇이며, 1년 운영을 통해 얻은 수확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민간위탁기관은 나름대로 전문가를 요하는 기관들이다. 그러나 시에서는 기관의 '전문성'보다는 민간위탁기관을 설·대보름·풍남제·영화제·소리축제·추석·동지행사 등과 같은 행사에 동원시키려거나 그에 대한 부대시설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박물관을 비롯한 각 기관의 전문가는 저비용으로 많은 일을 해야만 하는 '잡스런 일꾼'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아 전주시와 시민에게 마이너스이다.
각 시설들의 프로그램은 기관의 특성을 나타내는 사업을 제외하고 대동소이하다. 사회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중첩된 프로그램으로 인한 낭비적 요소가 많다. 그러나 시의 사업평가를 염두에 둔다면 이를 상호 협력하여 조율하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또 가까운 문화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는 각 지역민의 편의를 생각해서라도 쉽게 어느 기관에서 어느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할 수 없다.
불필요하고 중복되는 업무상의 비효율적 요소와 낭비요소는 과감히 제거할 수 있도록 시는 민간위탁기관에 그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무원 방식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무리한 사업을 펼치도록 하는 것은 민간위탁이라는 미명 아래 인력수탈이 진행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지역의 전문인력을 고갈 또는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주시와 수탁단체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직시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지금과 같은 업무 심의와 확인을 위한 형식적인 회의(운영협의회)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시켜줄 수 있는 건설적인 회의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 전주역사박물관은 공공성이 강한 공간이기 때문에 여타 민간위탁시설과는 차별화 된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운영에 있어 가장 큰 고충으로 '예산 부족'과 '공무원식 일처리'로 꼽은 바 있는데, 운영자의 탄력성과 개성을 담보하기 위한 자구노력이나 전주시와의 의견 절충에 각각 어떤 노력들이 진행돼 왔는가.
△ 전주역사박물관과 같은 박물관 사업은 단거리 레이스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레이스이고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준비해나갈 장기적인 문화사업이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다양한 기관과 시설들, 그리고 시의회, 시 관계자에게 이와 같은 사업의 특성을 누차 다양한 방식을 통해 홍보하고 그들의 동의를 구해왔다. 그러나 시와 의회를 비롯한 관의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뭔가 성과가 드러나기를 바라는 조급한 안목으로 박물관을 보고자하고 그에 따라 지원문제를 항상 고려하고 있다. 이것이 시와 민간위탁기관과의 가장 큰 이견일 것이다.
수탁기관들에서는 이 문제를 서로 상의하고자 지금도 월례형식으로 대표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과의 간담회 요청을 했으나 이는 거절되어 아직까지 어떤 모임도 없었고, 다만 친소관계에 따라 개별적인 접촉만 있었다는 것은 제도화와 투명성이라는 측면에서 극히 후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물관을 비롯한 민간위탁기관의 올 해 예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책정되고 말았다. 시는 재정적인 어려움과 예산타령만 하지말고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정당한 지원을 아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비영리기관인 박물관이 어디 가서 돈을 꾸어오고 사업을 펼쳐 재정을 뒷받침하란 말인가. 사회 교육 프로그램에서 참가비를 받고 있으나 그 프로그램 예산의 극히 일부분에 불가하다. 거의 100%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박물관의 특성상 예산 대폭삭감은 전시와 사업의 축소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고, 관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민간위탁기관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시의 문화시설과 문화 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