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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6 | [수요포럼]
전라북도 전주시 문화콘텐츠, 무엇이 가능한가 [ 제 5회 마당수요포럼 ]
문화저널(2003-07-04 15:44:34)
사단법인 '마당' 수요포럼 다섯 번째 순서는 '전라북도 전주시 문화콘텐츠, 무엇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5월 14일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문화가 돈을 벌어주는 '산업'의 영역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지역문화와 역사적 정통성, 도시 이미지를 축제 등의 문화상품으로 연결, 관광·산업적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내려는 시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도 예외는 아니다. 예로부터 널리 알려진 전북 전주의 특산품과 문화적 자산, 역사적 도시 정체성 등을 적극적인 문화상품으로 포장하면서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적 효과를 걷어들이기 위한 시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문화예술적 자산과 자연환경을 자치단체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으로 담아내려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문화콘텐츠' 개발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키며 '지역 다시 보기'나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담론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날 포럼은 전라북도와 전주시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모색해보고, 이들 문화상품의 경쟁력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진 자리. 자치단체의 전략 사업임을 입증하듯 이 자리에는 전라북도와 전주시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해 문화상품 개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외에도 관심 있는 시민들이 참여해 전주시와 전라북도를 대표할 만한 문화적 자산이 무엇인지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발제는 지역 역사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작업을 벌여오고 있는 조법종 우석대 교수가, 사회는 문화저널 편집위원 문윤걸씨가 맡았다. 이날 토론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해 싣는다. 발제 조법종 우석대 교수 / 국내 문화콘텐츠 사업의 주요 트랜드를 사전 지식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첫 번째 경향은 동북아와의 연계 부분이다. 특히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라는 거대 소비시장과의 연계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가 큰 주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최근 '원소스멀티유즈'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는데, 하나의 소스를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문화콘텐츠 개발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셋째 디지털 기술의 융합, 특히 모바일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자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덕목은 지역문화 육성 노력으로 보인다. 문화콘텐츠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아이템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지역문화에 대한 일정한 기준과 이것의 산업성을 모색하는 일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문화자원 산업화와 지역경제와의 연계, 시군 단위의 유사 컨텐츠를 함께 연계해 내는 작업 등이 활발히 논의되어야 할 과제다. 전주가 당면한 구체적 실천의 과제를 보면, 산학연 연계와 인력 양성, 지역문화에 대한 실체 규정 등의 논의가 우선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전주는 멋, 맛, 소리 등이 중요 자산으로 꾸준히 제기되어왔는데, 이들은 모두 무형적 자산이다. 그러나 무형적 문화자원이 갖고 있는 원형 이미지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일에는 소홀했다고 본다. 이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은채 성급하게 축제로 만들어져 충분한 호응이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본다. 전주에서는 무형적 자산이 강조되는데, 이 소스에 대한 원형적 고민을 포괄적으로 묶어내거나 하나의 통합 이미지로 엮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따라서 무형 자산의 유형화, 혹은 원천 소스에 대한 논의의 본격화, 그리고 하나의 소스를 고집하기보다는 다각적 소스의 소재 발굴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전주의 기록문화가 좀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완판본과 조선왕조실록의 보존, 그리고 21세기 영상기록에 이르기까지 지식문화와 그것을 담아낸 기록문화가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나게 발달해 온 곳이기 때문이다. 소실되거나 없어진 것의 복원, 그리고 이를 위한 시민교육, 전국 또는 세계적 홍보 등이 필요하다. 문화콘텐츠, 우선 순위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과제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예향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고, 전통문화의 자산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를 토대로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상품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것이 이벤트성 축제나 전시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만만치 않다. 또 문화예술이나 역사적 자산이 뚜렷한 차별화나 개성 없이 통속적이고 뻔한 소재들이란 지적도 있다. 논의의 출발은 산업화 과정에서 뒷받침되어야 할 자산 활용의 타당성, 사업화의 현실성에 대한 문제에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지역문화 자산에 대한 정체성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지역사회의 충분한 공감과 설득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전주시 정보영상과 장진영씨는 "문화산업 클러스터가 특별하고 확고한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전국 7개 도시에서 문화산업 클러스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업의 타당성과 현실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역 문화에 대한 정체성 부분과 함께 비용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의 문화산업단지 조성 전략에 따라 전주는 디지털과 영상을 주요 자산으로 내놓았는데, 사업 가능성과 독창성에 대해서는 기본 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다. 오는 7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의 독창적인 산업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산업단지 조성에 전국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상황.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가진 전통과 문화 자산을 상품화하는 단계에서 무엇보다 현실적인 방안 모색과 타당성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이 경쟁력 있는 상품인지, 어떻게 상품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차이가 오갔다. 조시돈 전주시민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전북의 중요 문화콘텐츠를 전주의 지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기록문화라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좁은 견해같다. 전주는 예술적 감성이 발달되고 그것이 인정받고 있는데 기록문화로만 한정한다면 음식문화 등은 논의대상이 될 수도 없다. 문화산업이라면 관광객이 와서 먹고 자고 사가는 것으로 연결되는데, 음식문화는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자산이기 때문에 기왕에 갖고 있는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발굴하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거나 인정받고 있는 문화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이에 대해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전주는 맛과 멋, 소리 등 전통적인 예술문화 자산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지식문화가 부각이 안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제기한 이야기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자원은 제대로 활용하고, 부각되지 못한 자산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의미다. 어떤건 살리고 뭘 죽이자는 이야기나 양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길 바란다"며 문화콘텐츠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발굴에 무게를 실었다. 이미 인식해 왔던 전통 자산의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현대화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김성식 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멋과 맛, 소리는 이미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축적되어 온 이미지이기 때문에 고전적일 수 있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요즘 새로운 문화산업이나 콘텐츠의 개념이 도입되다 보니 새로운 전주의 이미지를 개발하려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 실용성의 조화가 제대로 조정되지 않고 논의 역시 충분치 못하다는 느낌이다. 새로운 걸 발굴하는 것과 인식해 왔던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것 중에 무엇이 빠르고 효과적일 것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은정 전북일보 교육문화부장도 "문화콘텐츠 개발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아이템만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산업적인 성과로 이끌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화콘텐츠의 대상은 수없이 많지만, 그것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고 지적했다. 독창성이 생명, 천편일률적 상품화가 문제 유력한 문화상품을 찾아내 육성,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만의 독창적인 소재를 뽑아낼 수 있는 안목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전주의 음식문화나 소리, 종이는 다들 한계에 봉착해 있는 것 같다. 남원 순창에서도 소리대회를 하고, 종이도 산업화에는 원주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섰다. 부채 역시 전통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산업적 기능을 확보해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비빔밥 역시 타 지역에서 얼마든지 따라올 수 있는 아이템이다. 원조라 하는 것들로부터 다들 비슷한 아류가 만들어지고, 그러면서 성격이 모호해지는 것 같다. 개발하는 즉시 복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주만의 것으로 부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조선왕조실록을 지켰다는 것, 전주 완판본 등으로 이어지는 기록문화의 우수성이다. 이러한 흐름이 현대에 와서 영상과 디지털로 이어진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라고 본다"며 전주만의 독창성은 역사적 정통성과 현대적 접목이 돋보이는 기록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창적인 아이템 선정에 못지 않게 이를 뒷받침하는 방법적 모색과 실질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행정 능력이나 정책 개선이 먼저라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송준태 전축설계사는 "전라북도의 관광지 어디를 가나 공간구성이 천편일률적이다. 누가 봐도 시선을 끌거나 돈벌이가 될만한 내용이 없어 보인다. 지자체에서 사업 타당성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용역을 발주하는데, 그 용역 단체 역시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꼭 순수한 전통문화만이 가치 있고 발굴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빔밥도 적극적으로 개발해 비빔밥 잘 하는 집은 세제상의 혜택을 준다든지 하는 식의 실질적인 지원과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 문화산업과 정권모 씨는 "전북 발전을 위한 중장기계획 안에 각 지역별 대표 상품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상품화해 팔아먹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도에서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시군을 연결,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중인 걸로 안다. 10년 전부터 계속된 사업인데도 실제적 수확은 없는 상태다. 산업화는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 계획은 많은데 그걸 집적화하고 묶어내는 능력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며 투자와 사업 연계에 관한 현실적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과제라고 털어놓았다.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뽑아내는 일 못지 않게 이를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됐다. 특히 관광지 방문 성격에 맞는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는 일이나 문화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문화인력들이 비전을 갖고 안정된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장기적 문화 마스터플랜 연구자 적극 지원하자 포럼 막바지에는 문화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정리, 연구하면서 장기적인 지역 문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일이 지역문화의 미래를 일구는데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 있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시민행동 21 이재규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놓치고 있는 것들을 목록으로 뽑아 정리했으면 한다. 지역 시민단체와 민간단체, 문화관련 종사자, 연구자들이 함께 기구를 만들어 전북지역 문화콘텐츠를 목록으로 만든다면 장기적인 지역 마스터플랜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리축제나 소리문화의전당도 한국의 소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연구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리스닝룸이나 소리박물관을 마련하는 일을 고민해봤으면 한다. 소리축제와 소리문화전당이 소리 관련 콘텐츠나 연구물을 공개, 유통할 수 있는 역할을 맡는다면, 의미와 실효를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윤걸 문화저널 편집위원은 "문화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차제에 지역 문화와 관련한 연구 과제를 공모해 그 내용을 지원한다면 많은 부분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문화 연구도서나 지역문화와 관련한 대학 석박사 논문 등의 자료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문제라고 본다"며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방법적 측면이 이러한 노력과 준비를 통해 조금씩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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