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6 | [시사의 창]
관객 몰려 축제 분위기 고조, 큰 틀 결속이 과제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7-04 15:32:05)
5월을 축제의 열기로 들뜨게 했던 전주풍남제와 전주종이문화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월 1일~8일까지 태조로와 경기전에서 마련된 제45회 전주풍남제는 '온고을의 맛과 멋을 아우르며'를 주제로 시민참여형 축제로서의 면모를 정착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전주종이 생활 속으로'를 내건 종이축제는 의미 있는 기획전과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배치하면서 한지의 멋과 우수성을 알려냈다.
전주풍남제와 종이문화축제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치러지면서 관람객 집객 효과와 축제 분위기 조성 등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지만, 두 행사의 특성 차이나 예산 및 인력의 효율성을 고려한 큰 틀의 결속과 유기적 결합은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전주풍남제
참신한 기획 돋보였으나 바가지 상혼과 교통문제는 여전
2003 전주풍남제는 '가족형 축제'를 지향하며 공식행사를 비롯해 음식행사, 특별행사 등 6개 분야 150여개의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시민참여형 축제를 이끌었다.
올해 행사는 먹고 마시는 소모성 행사를 극복하고 의미 있는 문화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기획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먹거리 위주의 난장을 남부시장 천변으로 옮기고 주요 행사와 공연을 경기전과 태조로의 중심 무대에서 풀어놓아 해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난잡함과 무질서를 배제하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돋보였다.
참신한 기획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잊혀지기 쉬운 과거 서민들의 놀이문화를 재현해 냄으로써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적 기능을, 중장년 층에게는 옛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며 문화적 갈증을 풀어주는데 주력했다. 이 가운데 1960년대의 향수가 깃든 신파극 위주의 풍남가설극장 운영이나 풍물장터, 무성영화 상영 등은 올해 첫 선을 보인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며 주목할 만한 시도로 평가됐다. 이메일을 활용해 풍남제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던 뉴스레터 형식의 '풍남제 소식지'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이끌며 '젊은 풍남제'로의 새로운 이미지를 다졌다.
'시민참여형 축제'로서의 안착과 새로운 시도와 기획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올해의 수확이 적지 않았지만, 운영 미숙이나 홍보전략 미흡, 난장에서의 바가지 상혼 등은 시민들의 불평을 낳으며 개선해 가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주풍남제전위원회(위원장 김수곤)의 조직 구성이나 장소 문제 등이 뒤늦은 올해 초에나 결정돼 촉박한 준비 기간이 치밀한 연출이나 꼼꼼한 운영을 기대하기엔 무시 못할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행사 일정과 내용을 상세하게 담은 홍보 리플렛이나 안내 창구가 부족해 행사를 알뜰하게 감상할 수 있는 사전 정보 제공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부시장에 자리를 튼 난장 역시 바가지 상혼이 극성을 부리면서 행사 기간동안 시민들의 볼멘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 덕에 남부시장은 때아닌 반짝 특수를 누려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난장에서 바가지 상혼에 시달린 시민들이 남부시장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
그러나 해마다 난장 부스 분양 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의혹과 폭리설 등이 올해 역시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 내며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이같은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전주시가 내년 문화축제를 준비하기에 앞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준 7명은 난장 개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난장의 투명한 분양과 운영을 놓고 전주시와 풍남제전위원회는 더욱더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내실 있는 기획과 참신한 시도 등이 시민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높여놓았지만, 행사장 주변의 교통 통제나 난장의 바가지 상혼 등의 고질적 병폐는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전주 종이문화축제
대중성 확보를 위한 의미 있는 기획 눈길, 산업형 축제는 아쉬워
한지 생산의 본고장인 전주의 위상을 높이고 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기 위한 전주종이문화축제는 올해 눈에 띄는 기획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진가를 한층 더 높여냈다.
'전주 종이, 생활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2003 종이문화축제는 5월 3일~11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과 태조로, 경기전 등지에서 한지 기획프로그램과 체험형 프로그램을 균형 있게 배치해 축제로서의 대중적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냈다.
종이문화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나종우)는 올해 잊혀져 가는 한지의 멋과 실용성을 제시하고, 전통에서 끌어낸 현대적 상품 축제로서의 이미지를 정착시켜 가기 위해 주목할 만한 기획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마련하면서 종이축제의 가능성을 알려냈다.
특히 '종이로 찾아가는 나의 뿌리-족보 특별전'은 종이가 갖는 기록성과 역사성을 토대로 종이의 역할과 현대적 연계를 제시함으로써 종이축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됐다. 해를 거듭하면서 작품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한지패션쇼 역시 관람객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인기를 모으며 종이문화와 패션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한 컨셉이 돋보인 기획.
한지 관련업체와 단체 등을 축제 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한지와 한지공예품을 전시, 판매한 종이장터는 한지공예에 대한 일반의 호응이 높지 못한 상황을 반영하듯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 그러나 종이문화축제가 중요하게 견지해 나가야 할 '산업형 축제'로서의 면모를 적극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안착해가고 있다.
아직까지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종이'의 한계를 시민체험형 행사를 통해 극복해 가려는 주최측의 노력도 돋보였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신문지와 우유팩 등을 이용한 '재활용 공예교실'을 비롯 '초등학생 한지 그림 그리기 대회' '닥종이 인형만들기 경진대회' '가족 창호문 바르기 대회' 등은 이러한 노력이 반영된 프로그램.
그러나 종이문화축제가 즐기고 체험하는 축제를 뛰어넘어 전주 한지의 상품화와 전주 종이산업을 이끄는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나가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산업화 전략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주 한지의 상품적 가치를 알리는 마케팅 방안과 한지 공급ㆍ소비를 잇는 유통망 개척, 업체간 교류 등에 힘을 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