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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6 | [시사의 창]
'영화적 성찰'의 기본 정신 안정적으로 승계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7-04 15:30:59)
2003 전주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영화 여정을 마쳤다. 4월 25일~5월 4일까지 전북대삼성문화회관과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올해는 네 번의 영화제에서 쌓아온 체험이 비교 데이터가 되면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구체적인 실천의 과제들을 살필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낸 시간이었다. 이번 영화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지향해 온 '영화적 성찰'이라는 기본 정신의 안정적 승계, 마니아 층의 지지 강화, 성숙한 운영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홍보 전략의 치밀함과 체계가 부족했다는 점과 '공부하는 영화제'냐 '대중적 축제'냐의 논란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우호적 마니아 확대됐지만, 시민 참여는 과제 영화제의 이미지와 지향, 성격 등이 논란과 비판의 단골 메뉴로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과 독립영화에 대한 꾸준한 지지를 보내며 전주국제영화제는 후발주자로서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알려왔다. 전주시와의 불편한 관계로 인한 잡음과 조직 내부의 불화,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의 잦은 교체 등의 불안한 조직 운영에도 불구하고 전주영화제가 지지해 온 영화적 성찰과 진지함은 여타 영화제와의 차별화 면에서 든든한 기반을 세웠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한 조직 운영은 조직정비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영화제 준비기간에 쫓겨 행사 내용에 충실하지 못했고, 인력들의 행사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흘려보내는 등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민병록 집행위원장-정수완·김은희 프로그래머 체제 역시 조직 정비와 안정이라는 과제를 풀어가며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행사 밑그림을 안정적으로 그려냈다. 이들은 특히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신을 잇는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과 시민 축제성의 보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적극적으로 쫓아간 체제였다. 신작 한국영화의 야외상영이나 영화의 거리에서 펼쳐진 다양한 부대 행사 등은 영화제의 대중화와 축제성을 찾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여기에 두 번의 주말을 끼고 열흘로 늘어난 행사기간이 관객몰이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6만여명의 유료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영화제의 성공 개최를 이끌어 냈다. 이는 7일동안 열린 지난해 4만5,000여명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 조직위는 예매좌석수가 10만7,000여석으로 집계되면서 관객 동원 목표를 높여 잡았지만, 실제 좌석점유율은 66.2%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외지 관람객들의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나 관객과의 대화에서 보여줬던 관객들의 수준 높은 토론은 마니아 중심의 영화제로의 이미지를 한층 더 각인시켰다. 그러나 시민들의 참여도는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해 '시민 참여형 축제'의 기본 목표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년의 영화제가 '전쟁과 영화' 등의 주제를 걸고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이번 영화제는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내놓고 영화제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슬로건 자체가 주제보다 그 내용과 의미가 추상적일 수 있다는 약점 탓인지 전반적으로 프로그래밍과 상영작들의 특징이 뚜렷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제대로 살려낸 개·폐막작과 영화사에 숱한 화제를 뿌린 문제작들이 대거 포진된 점은 이 같은 비판을 상쇄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애니 매트릭스> <켄파크> <치킨 포에츠> 등 몇 개 작품이 매진을 기록하며 대중적인 화제를 모았지만, '탐구하는 영화제'냐 '즐겁고 편하게 어우러지는 축제'냐의 논란은 여전히 조직위와 관객 모두를 고민에 빠뜨리는 대목이다. 주류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영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여타 영화제와 차별되는 '틈새 시장'의 개념으로 삼아온 전주국제영화제. 네 번째 영화축제는 우호적 마니아층을 견고히 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시민 참여의 대중적 축제로의 면모를 기대하기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성숙한 운영…홍보 전략 부재 아쉬워 예년보다 사흘이 늘어난 행사기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행사 운영은 열흘동안 꾸준한 호평을 받았다.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스텝과 자원봉사자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며 관객들의 불만을 낳았던 예년의 모습과는 달리 침착하고 안정된 관객 대응과 발빠른 대처 등이 행사 운영에 성숙한 면모를 더했다. 특히 해마다 말썽을 빚으며 영화제 이미지를 실추시켰던 영사사고가 올해는 크게 줄어들어 기술력과 인프라 면에서 진일보한 성과를 보였고, 영사사고에 대한 대처도 한층 성숙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행사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해마다 상영작과 상영공간의 연계나 특징이 부족하다는 비판 속에서 종종걸음 치며 상영관을 바쁘게 쫓아다녔던 관람객들은 예년보다 사흘이 늘어난 행사기간에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행사 장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 사이트로 결정함으로써 고사동 영화의 거리가 전혀 살아나지 못했다는 점이나 행사 사이트 사이의 연계와 교통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직위는 이 같은 비판을 감안, 올해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과 영화의 거리를 중심 사이트로 옮겨와 개최 장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영화의 거리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을 펼쳤다. 이분화 된 개최장소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했지만, 중심 상영 공간인 전북대 삼성문화회관과 영화의 거리를 잇는 셔틀버스 운행이 원활하게 진행됨으로써 개최장소에 대한 불만을 반감시킬 수 있었다. 이번 영화제는 성숙한 운영 노하우를 발휘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지만, 홍보 전략의 부재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행사 기간에 쫓겨 상영작 결정이 지연되는 등 여건이 여의치 못했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연차적 혹은 단계별 계획을 세우는 큰 틀의 홍보 전략이 부재했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이미지와 성격, 행사 분위기를 시민들과 외부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려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홍보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영화 상영작에 대한 해석과 안내를 담은 상영작 가이드 홍보물은 영화제가 시작된 후 판매를 통해서나 얻을 수 있었고, 영화제 부대행사와 거리행사 등은 별도의 홍보물을 찾기 어려워 영화제 사전 정보 제공이 소홀했다는 불만이 높았다. 장기적이고 전략적 홍보계획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란 비판은 적극적인 검토와 수용이 뒤따라야 할 대목이다. 올해로 네 번째 행보를 마친 전주국제영화제는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낸 대신, 시민과의 소통은 여전히 풀어가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주류' 혹은 '마이너리티' 영화 영역을 지지하며 신생 영화제로서 일관성 있게 틈새 시장을 공략해 온 전주국제영화제는 해를 거듭하며 개성 있는 영화제로 그 가치를 알려내고 있다. '디지털'과 '독립'를 선택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놓고 비판과 지지가 엇갈려왔지만, 4회 행사를 기점으로 폭넓은 지지와 인정을 받으며 안정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과의 접점은 아직도 어려운 숙제다. 이에 대해서는 낯선 비주류 비상업 영화에 대한 시민 접근을 높이고 상시적인 '영화 공부'가 가능한 씨네마테크의 효율적 운영 등이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발맞춰 갈 때 해법 찾기가 가능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도약해 갈 영상도시 전주가 갖춰야 할 중요한 인프라이기도 하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역의 영상 프로젝트의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낯설고 난해하다는 볼멘소리나 시민과 함께 하는 영화축제로의 아쉬움은 이 같은 상시적인 준비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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