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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6 | [문화가 정보]
필봉굿, 동학농민혁명을 만나다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속풍물단 '한벽'의 <파랑새>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7-04 14:39:56)
필봉굿의 푸진 가락, 동학농민혁명을 만나다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속풍물단 '한벽'의 <파랑새>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속풍물단 '한벽'(단장 양진환)의 등장은 새로웠다. 지역에서 동호회 성격의 풍물단은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지만, 국악 전용극장에서 운영하는 전속풍물단은 '한벽'이 첫 주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전통문화센터가 문을 열면서 탄생한 한벽은 오는 8월로 한 돌을 맞게 된다. 여타의 동회회보다 비교적 안정된 여건 속에서 음악활동을 벌여온 만큼 '한벽'의 음악적 시도와 성과에 대해 지역 문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월 14일~16일까지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펼쳐진 '한벽'의 세 번째 정기공연 <파랑새>는 이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타악 창작 공연'이라는 보기 드문 시도가 얹혀져 문화예술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특히 이야기가 있는 전통 타악, 거기에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타악으로 풀어낸 드문 시도였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무대는 모듬북과 장고, 태평소, 꽹과리 등 기본 악기가 등장하고, 기타와 춤이 어우러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두 5악장으로 구성된 창작 타악 <파랑새>는 '파랑새 하늘을 날다' '저기 저 꿈' '꿈은 이루어지고, 아~' '넋풀이' '씨알, 온 누리에'를 각각의 테마로 동학농민군의 전투장면과 죽은이들의 한,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북 가락과 몸짓으로 형상화됐다. 양진환 단장을 비롯해 이재정 부단장, 김지영 송하중 이강일 황순재씨 등 한벽 단원이 무대를 꾸미고, 전북국악교육연구소(설장고) 유승렬(태평소) 고년세(춤) 최형범(기타) 이용선(구음) 김다민(마술)씨 등이 객원으로 참여했다. <파랑새>라는 제목에서 내포하듯 이 작품은 동학군의 한숨과 좌절이 희망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폭발적이고 강렬한 북 장단은 전투 직전의 긴장감을 일으키고, 전통 악기와 서양의 리듬이 재구성된 음악은 아군과 적군이 밀고 당기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징용으로 끌려간 할아버지의 한을 가슴에 새겨왔다는 재일교포 3세 고년세씨는 몸짓 하나하나에 간절함을 담아 희생자들의 넋을 달랜다. 4악장에 등장하는 구음은 민초들의 설움과 희망을 감싸안으며 관객들의 정서를 고조시킨다. <파랑새>는 새로운 시도와 접목이 어우러지는 무대의 신선함이 가장 큰 미덕으로 다가온다. 타악과 춤,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빚어내는 퓨전 가락은 '한벽'의 음악적 모색과 젊은 창작열을 엿보게 하는 대목. 아쉬움이라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절정과 해소, 정과 동이 교차하는 극적 쾌감을 얻기엔 풀어주고 조이는 음악적 구성이 다소 밋밋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벽'의 <파랑새>는 주말마다 이어지는 상설무대를 소화해내야 하는 벅찬 여건 속에서 새로움에 대한 열정과 시도를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주의 역사,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한벽' 양진환 단장 "우리 지역의 역사와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전북이 가진 저항의 역사와 민족의 한이 담긴 용기와 신념의 기록입니다. 지역의 역사를 담아내는 첫 시도가 될만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낍니다." 아버지 양순용씨로부터 임실 좌도 풍물굿 필봉농악을 이수한 '한벽'의 양진환 단장. 개관 5개월(8월~12월)만에 2백회 이상의 공연을 벌였고, 그 이후로는 공연횟수를 샘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번 <파랑새>는 세 번째 정기공연으로 현대적 감성을 접목시킨 새로운 창작 타악을 들고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 공연을 구성한 진두지휘한 양 단장은 성과도 있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 역시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다 보니, 연출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한발짝 뒤로 나와 단원들의 전체적인 몸놀림과 조화를 살피는 일이 여건상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부족함을 메우고 가다듬어 전통문화센터와 '한벽'의 대외 홍보를 위한 문화상품으로 가꿔나갈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에 이어 4회 정기연주회에서는 '견훤'을 주제로 한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영웅의 성공과 좌절을 타악으로 풀어보고 싶습니다. 백제문화의 아름다움도 함께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서울의 연주단체보다 실력이 떨어질 거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면서 서울 흉내가 아닌, 전주가 가진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낼 계획입니다." 필봉굿의 푸진 가락과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 '한벽'이 보여줄 새로운 시도에 한껏 기대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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