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9 | [문화가 정보]
그의 기구한 삶을 춤과 노래로 본다
김회경 기자(2003-07-04 11:57:38)
일본의 최장기수, 영화 <김의 전쟁> 등으로 잘 알려진 김희로씨의 일대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전주시립극단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영상 뮤지컬 <조센징 권희로>가 10월 2∼3일까지 전북대 문화관에서 열린다.
뮤지컬 <조센징 권희로>는 일본땅에 삶의 뿌리를 내리려 했지만 민족차별로 인해 야쿠자를 살해하고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한 조선인의 기구한 삶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해낸 작품.
이번 공연은 그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권희로(그가 김희로로 알려진 것은 어린시절 아버지가 사망한 후 어머니가 재혼한 김종석씨의 성이 붙여졌기 때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창작과정 역시 주목해 볼만하다.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대본 창작 작업이 고금석 상임연출을 중심으로 전주시립극단 단원들의 공동작업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시립극단은 <광대들의 학교>에서부터 이같은 창작 방법을 도입해 좋은 효과를 얻고 있는데, 특히 극단 배우들이 다 함께 참여해 대본 수정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해석력과 이해력을 높이고 있어 이채롭다.
작품의 주인공 권회로는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포장마차에서 온갖 행패와 협박을 일삼던 일본인 야쿠자 두목을 살해하고 여관을 점거, 인질극을 벌이며 조선인을 모욕한 경찰에게 TV를 통해 공개사과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다 결국은 경찰에 체포된다.
이후 계속되는 31년간의 복역기간 중 일본은 여죄수를 독방에 투입해 희로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기를 꾀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갖은 음모를 꾸민다. 그같은 상황에서 희로의 어머니는 매달 1000㎞나 되는 형무소까지 아들의 면회를 다니고 결국은 아들의 출옥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희로는 진정한 자신의 조국이 대한민국임을 깨닫고 가석방과 동시에 어머니의 유골을 품에 안고 조국으로 돌아와 ‘권희로’라는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된다.
이번 작품은 시립극단 상임연출 고금석 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작곡은 도립국악원 류장영 씨가, 안무는 라석용 씨가 맡았다. 주인공 권희로 역은 연극배우 장두희씨로 결정됐으며, 탤런트 이주실씨가 그의 어머니 역을 연기한다. 이밖에 시립극단 30여명의 단원이 출연진으로 총 동원된다.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형식을 빌려 무대에 오를 <조센징 권희로>는 단지 옛 얘기를 통해 한 사람의 영웅을 탄생해내기 보다는 격동의 역사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상처받은 한 인물을 통해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감동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