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 |
가치를 담은 착한 소비 세상을 바꾼다
관리자(2008-11-18 18:45:55)
오늘은 꽤 비싼 커피를 마셨다. 이놈의 세상이 왜 이러나 하며 우리 사회의 대안을 이야기 할 때 종종 마시게 되는 커피다. 네팔의 농부들이 키우고 가공한 '히말라야의 선물'이다. 가격으로 치자면 기계로 뽑은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1,500원이 더 비싸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기꺼이 '히말라야의 선물'을 선택한다. 더욱이 500원은 환경기금으로 사용한다니 혹시나 우리 단체에 돌아올까 하는 기대감에 커피 맛은 더 달콤하고 향의 여운은 길다.
세계화의 상징 커피, 반세계화 대안운동의 상징으로
이 커피는 YMCA의 동티모르 평화의 커피에 이어 아름다운가게가 네팔의 커피농가로부터 직접 수입한 공정무역 커피다. 보통 1kg을 3.5달러에 산다고 한다. 일반 시중 거래가보다 3배는 높은 금액이란다. 보통 커피 가격에 네팔 농부의 노동 가치를 담은 적당한 임금, 자연환경을 지속하게 하는 유기농 인증비, 물류비 등을 추가로 반영한 것이다. 한마디로 제 값을 주고 구입해서 네팔의 농민들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대형 커피브랜드에 휘둘리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커피가 가장 대표적인 공정무역 품목으로 떠 오른 것은 세계적인 기호식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민지 플랜테이션 단작 농업의 문제, 극빈자와 어린이 노동을 착취하는 저임금 구조,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토양의 황폐화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지의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존중하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은 원칙으로 한다.
커피는 세계화의 상징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kg에 1달러도 채 되지 않는 커피 무역 구조에 대한 저항은 반세계화 운동과정에서 커져갔다.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도 세계화 반대 시위 때마다 노동착취 기업으로 반윤리적인 기업으로 공격을 받거나 불매 운동이 일어나자 아주 미약하지만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하게 되었다.
인간적인 시장을 꿈꾸는 공정무역
비정상적인 교역 구조는 커피 뿐 만이 아니다. 코코아, 면화, 축구공 등 수 많은 품목이 불평등한 국가 간의 관계와 고착화된 저임금 구조로 노동의 대가가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코코아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농장에서는 인신매매된 아이들이 하루 몇 백원도 안되는 임금을 받고 12시간이 넘게 일한다. 15,000명의 인도와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소 가죽에 1,620회의 바느질을 해서 만들어진 유명 브랜드의 수제 축구공은 15만원이지만 아이들이 하루 종일 축구공을 꿰매고 받는 일당은 300원이라고 한다. 공정무역은 일상을 행복하게 하고 즐겁게 했던 것들의 이면에 가난한 사람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음을 알고 난 뒤 마음이 편치 않았던 사람들이 시작했다. 195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공정무역은 현재 시장 규모가 2조원 대에 이른다. 저임금과 왜곡된 유통시장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전 세계 150만 이상의 생산자들이 공정 무역으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었으며, 게다가 5백만 명이 공정무역 기금으로 조성된 사회간접자본과 커뮤니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이익을 얻었다<위키백과>’고 한다. 국내에서는 2005년경 아름다운가게, 생협,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공정무역운동이 시작됐다. 커피나 초콜릿, 설탕에서 시작했지만 공정무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리브유, 의류, 패션소품, 도자기, 수공예품, 축구공까지 판매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희망무역이라는 공정무역 전문 쇼핑몰이 만들어지더니 지난 6월에는 '그루' 라는 페어 트레이드(공정무역) 매장이 문을 열었다. 10월에는 공정무역 캠페인을 주요 사업으로 펼쳐왔던 여성환경연대가 '라오스에서 온 선물' 이라는 행사를 열었고 크고 작은 캠페인도 이어지고 있다.
햇빛과 바람이 만든 값 비싼 전기를 선택하는 독일 시민
윤리적 소비는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엔 기후변화 맞물려 상품의 운반 및 여객의 이동 거리를 반영한 탄소 마일리지나 로컬푸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에서는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내는 전기요금이 다를 수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이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전기 요금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고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와 석탄, 가스를 사용한 화력발전, 우라늄을 원료로 한 원자력 발전, 그리고 시민발전소의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쓰면 된다. 물론 가격은 서로 다르다. 당연히 바람과 햇빛과 바이오매스로 만든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비싸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은 CO2 배출량이 늘어 지구를 더 덥게 하고, 핵 발전은 평화를 깨뜨릴 위험이 있으며 수천년 동안 지구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기꺼이 햇빛과 바람이 만든 전기를 쓰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 일상생활의 실천으로 가능
윤리적인 소비, 착한 소비는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다. 국가 간의 교역과 무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의 작은 실천만으로도 그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 대형 마트보다는 지역경제의 순환과 지역 농산물이 유통되는 재래시장이나 직거래 장터를 이용하는 것도 착한 소비 활동이다. 배기량이 큰 자가용 보다 경차를, 자가용보다는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도, 생산자에겐 정당한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주고 소비자에겐 먹을거리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생협 조합원이 되는 것도 윤리적 소비다. 환경을 파괴하거나 비정규직을 배제하는 기업의 물건을 불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빈곤, 환경, 기후변화, 전쟁 등 전 지구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세계 시민들과 연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이 공정무역 물품을 구입하거나 캠페인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희망의 공정무역은 지역적 실천, 지역의 재조직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