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 |
문화복지를 서비스 하라 / 곽병창 우석대교수
관리자(2008-11-18 18:44:29)
작년에 문화예술위원회 TFT팀장으로 참여했다. 머지않아 공청회 또는 간담회가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과연 이 논의가 적절한 가에 대하여 회의적인 측면이 있다. 지금은 문화재단이든 위원회든 어느 한쪽으로 제안하기에 적절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전라북도에서는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로드맵이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단설립조례에 대한 가안을 작성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재단을 설립, 출범하려고 하고 있다. 11월과 12월에는 직능별 간담회와 시민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 중 조례안을 확정하고 의회의 심의, 의결을 통과한 후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하반기에 문화재단이 출범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전라북도가 만들고 있는 조례가안은 문화재단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조직구성은 어떻게 하고 예산은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이를 확정하기 위해 직능별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가 진행된다고 한다. 11월 들어서면 문화재단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공식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재단설립이 가시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간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즉 논의를 위한 문제제기차원에서 발제를 준비했다.
문예행정서비스의 민간화가 핵심
작년도 문화예술위원회 TFT보고서에 담은 내용이 문화재단의 설립에 상당부분 참고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보고서는 문화재단의 성격, 과제, 임무, 범위, 조직, 예산 등에 관한 민간부문의 의견이 집약되어 있는 보고서였다. 간단히 경과를 살펴보면 2006년 당시 김완주 도지사 후보의 공약이 가시화된 첫 사례로 공약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지역문화진흥법은 국회 계류 중이지만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시점이 아닌가 한다. 여당 측에서 나서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김완주 도지사 후보의 공약에는 재원을 연간 15억 원씩 기금을 모아 45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약에서 약속한 대로 문화예술위원회 준비팀을 구성했다. 작년 8월에 문화예술위원회 TFT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위원회를 왜 설립해야 되는지, 재단과 위원회의 방식을 비교하면서 왜 재단보다 위원회방식이 좋은지를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했다. 문화예술위원회를 설립한다면 기본 원리와 원칙을 밝혔다. 기본원리는 문화예술행정의 민간화가 핵심이다. 즉, 문예행정서비스의 민간화다. 행정부분에 몰려 있는 문화예술행정역량이나 과제를 민간부문으로 옮기겠다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합리적 정책추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민간영역, 민간문화예술단체 및 시설 등이 역할분담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 협업의 원칙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문화예술분야에 있어서 다양한 변화가 있기 때문에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정책적인 비전을 세워야 함을 밝혔다.
문화예술위원회 설립과 운영의 기본원칙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의 기본원칙과 운영의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다. 위원회의 임무는 총체적인 지역문화발전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문화예술현황에 대한 안배와 균형도 중요하며, 새로운 문화예술분야의 리더쉽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예술생태계를 복원해서 건강한 예술환경을 만들고 건강하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정책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위원회의 과제 내지는 사업은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제시했다. 문화예술지원이다. 그동안 문예진흥법에 의거해서 지원하던 것을 4대 지원기금을 포함한 각종 지원제도를 문화에술위원회나 문화재단이 이양 받아서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과 공공문화기반시설의 운영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 네 가지 과제가 기존에 출범하고 있는 여타 지역의 지역문화예술위원회나 문화재단의 사례를 파악하여 일차적인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봤다. 위원회의 조직과 구성, 직책과 역할에 관한 안도 제시했다. 사무처의 인력구조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위원회 구성은 도내 범문화예술계를 망라하여 단체별 안배 내지는 배분개념은 벗어나서 구성하고, 민간에서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밝혔다. 더불어 자율성을 보장하되 위원회의 방향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소위원회나 정책연구실의 기능을 강화해서 여러 가지 비전과 미션의 제시도 필요하다. 위원회 구성절차는 연구팀을 운영하고 준비위원회와 위원추천위원회를 거쳐서 위원을 선임하면 2배수로 추천하고 도지사가 위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원선임 후 사무처와 정책연구소를 가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정적인 재원의 확보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이다. 국·도비 지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전라북도문화예술진흥에 관한 조례를 통해서는 도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역문화진흥법을 통해서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영리목적의 수익사업은 억제해야 한다. 신규재원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수요예측, 전라북도의 재정규모를 감안할 때 연간 11억 4천만 원 정도를 적정치로 추산했다. 이것은 한국지역문화진흥원 사무국의 설치경비를 감안해서 산정한 것이다. 문예진흥기금 조성현황은 총액 140억 규모이다.
이를 통해 연평균 7억9천만 원 정도가 지원 가능하다. 4대 지원기금이 21억7천만 원정도이며 2007년부터 장애인문화활동을 위한 4억 원 정도의 별도 기금을 조성한다. 2010년까지는 기금총액을 200억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도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연간 20억 원까지 지원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문화재단도 이 규모에서 논의가 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 시행되면 각 광역시도에 삼년간 각 100억 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재원 외에 문화예술교육사업 등을 상설기구화하면서 기존 사업을 확장해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좋으리라 본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500억 원정도 기금 조성계획을 가져야 된다고 본다. 또한 TFT 보고서에서 기부금 발굴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기부관련 조칙과 더불어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이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을 위한 보고서의 골자이다. 이 범위 내에서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제안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위원회와 재단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회에 관한 논의가 많았으나 실제로는 문화재단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위원회와 재단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을 정확해야 한다. 위원회는 조금 더 민간 쪽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조직일 수 있을 것이다.
민간자율성과 독립성을 좀 더 보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관료화의 가능성이나 조직 비대화의 문제,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단은 분파주의나 장르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측면에서는 위원회방식보다는 좀 더 나을 것으로 본다. 또 업무의 일관성, 추진력, 조직운영의 효율성 등은 재단이 위원회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위원회의 단점은 국가의 정책이 변화하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 있다. 재단은 관에 예속적인 경향을 보일 수도 있다. 경계해야 할 점은 문화예술위원회건 문화재단이건 예술가조직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문화재단은 예총이나 민예총 같은 조직이 아니다. 예술가들의 권익보호나 친목, 화합을 전제로 하는 조직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 전체에게 문화서비스를 좀 더 다양하게, 그리고 시대에 걸맞게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문화복지의 수준을 높여나갈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조직이지 예술가들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구성에 있어서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총과 민예총의 지분, 장르간 지분과 같은 이야기를 끌고 가게 되면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예술가들이 떡고물 나눠 먹는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존의 조직과 시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지자체마다 예술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예술단과 시설을 모두 운영하는 지역도 있다. 기존의 조직과 시설과 사업 등을 재단이 어떻게 수렴할 수 있느냐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애로사항, 장단점 등을 각 시설과 조직단위별로 냉정하게 자체 분석하는 시간과 공론화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후에 문화재단 설립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재단은 무슨 일을 해야 되는가?
4대 사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이 포함될 수 있겠으며 전통문화를 브랜드화하는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정작 지역주민 전체에게 그것이 얼마나 파급력과 설득력이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재단이 그런 쪽에 방점을 찍어주기를 제안하고 싶다.
시민교육을 하는 경우나 제도권 교육의 경우, 전문가를 위한 아카데미도 재단이 수준 높게 구성해서 운영해야 한다. 논쟁이 논쟁을 위한 논쟁에 머물 수도 있으나 결국 답은 거기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갈등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으나 인내심을 가지고 얘기하면서 마지막까지 중지를 모았다는 선례를 남기기를 바란다.
제도나 지원방법, 조직들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결국은 예술가, 시민 개개인의 문화예술에 대한 품격이 높아지지 않으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예술가는 창의력을 발휘해서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조직이기주의, 장르이기주의, 소영웅주의 등을 피해야만 한다. 갈 길이 가시화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넘어야 될 산이 많은 시점이므로 더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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