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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
창조적인 도시모습의 축 / 송재복 호원대 교수
관리자(2008-11-18 18:32:48)
최근 학계나 행정 기관에서 전라감영 복원과 활용을 위한 여론 수렴과 나름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전라감영 복원과 활용에 대한 의견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분분하게 진행되었으나 이 번만큼은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결론을 내겠다는 자세다. 현재 전주시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고, 복잡한 이해관계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고민도 표출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에서도 이와 유사한 고민을 지난 수십년 동안 진행해왔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40년 동안 철강이나 조선 등 제조업을 아시아 신흥국가에 내어주면서 북부 공업도시들은 무려 150만명의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스페인 빌바오나 일본 오사카도 마찬가지로 도시 성장이 아닌 도시 쇠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결국 문화 창조 도시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것으로 안다. 전주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나 일본 가나자와 같은 전통적인 도시들도 문화산업을 육성하여, 사람은 떠나고 빈 건물만 남아버린 도심을 살리려는 각고의 노력 끝에 도시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비하면 전주 구도심은 아직 양호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느 지방도시와 비슷하게 도시공동화 현상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전라감영 복원은 쇠퇴해가고 있는 도심에 위치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전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쾌적한 환경과 기능을 제공해야 문화·경제적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전라감영 복원과 활용의 관점보다는 도시 전체적인 기능과 경관적 차원의 보전·재생·창조라는 큰 테두리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21세기의 도시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는 창조 도시 개념을 전라감영 복원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 복원이 아니라 도심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도심의 경관구조는 달라지며 주변지역의 도시기능도 살려낼 수 있다. 구도심의 활성화 차원의 건축을 통해서 문화적 가치는 물론 경제적, 관광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위해서는 전라감영을 포함한 주변지역 일대까지 확장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현재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전주 부성은 전라감영과 체(體)·용(用)의 구조로 볼 수 있다. 사대문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풍남문은 외롭게 서있다. 성곽은 사라지고 로터리로 남아있는 터전에는 자동차가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다. 오백년 동안 아침 이슬을 머금고 영욕의 세월을 지켜 왔던 풍남문은 앞으로 어떤 사건과 건축물과 공생할 것인가. 남아 있는 건축물은 아름답게 보전할 가치가 있으며 새로 지어지는 것들은 기존의 텍스트를 본받아 조화롭게 세워나 갈 필요가 있다. 공간을 누가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공간의 가치창조를 일으킬 수 있는 창조적 인간이나 계급의 문제까지로 이어진다.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로서의 외형을 확대하고 물리적 환경개선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문화의 핵심인 컨텐츠나 창조적인 문화인력을 양성하고 유치하는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건축물과 공간 활용에는 그것을 향유할 고객인 지역주민과 이용자의 아름다움 감각과 마음을 담아내는 시민적 합의가 존중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시민을 위한, 시민의 도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라감영복원은 이러한 전주시민의 염원과 역사적인 혼이 살아있는 창조적인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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