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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
세계문화 유산도시 멀기만 한 일인가 / 조법종 우석대 교수
관리자(2008-11-18 18:32:34)
전라감영의 역사문화적 가치 전주는 조선왕조의 관향이자 호남의 총괄행정부서로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도시이다. 특히, 현재의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아우른 최대의 지방중심도시의 행정수부인 전라감영은 조선왕조의 중앙을 상징하는 서울의 5대 궁궐과 대응하여 지방통치의 상징이자 이같은 정치적, 행정적 기능을 총괄한 공간의 실제적 양상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지역유적이다. 1894년 1월에 발발한 동학농민혁명은 5월 전주성 함락으로 농민봉기에서 근대적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농민혁명으로 전환되게 된다. 전주화약 이후 집강소 통치는 농민군이 관과의 협의를 통해 역사상 최초로 관과 민이 논의해서 지역을 다스리는 관민협치의 민주적 정치경험을 이뤄낸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이 집강소 통치였으며 그 공간이 바로 전라감영이었다. 전통교육과 학술문화의 중심으로 전라감영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전라감영에서 발행해서 현재 전북대박물관에 임시 보관되고 있는 ‘완영본’은 유교경전류, 역사서류, 의학서, 기타 서적 등 지방행정과 교육, 학술 및 백성의 복지를 위한 국가의 지방통치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 목판은 전라감영의 역사적 위상을 고양시켜줄 대표적 자산으로 전주의 지식전통문화와 출판인쇄문화 및 한지문화를 실질적으로 확인시켜주는 자산이다. 문화예능공간으로 전라감영의 모습은 전주를 상징하는 예술문화 가운데 대표적인 ‘전주 대사습’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전라감영의 중간관리인 통인들과 전주부영의 통인들이 중심이 되어 중인과 서민들이 주도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지배층의 통치공간이 아닌 일반 백성의 문화예능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이다. 전주를 대표하는 특산물인 한지와 부채도 전라감영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전라감영의 지소(紙所)와 합죽선과 태극선 등의 진상품을 제작하기 위해 설치된 선자청(扇子廳)은 바로 한지와 부채문화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공간이다. 한국의 대표고전소설 중 ‘콩쥐팥쥐전’이 있다. 소설 속 배경이 ‘전주 서문 밖 30리’이고 콩쥐의 삶을 변화시킨 존재가 ‘전라감사’였으며, 후반부 소설의 무대가 전라감영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전주소설이다. 콩쥐팥쥐로 상징되는 권선징악형 고전소설의 무대로서 전라감영이 일반백성들에게 상징성이 인식되어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되는 점이다. 이상과 같은 전라감영이 상징하고 있는 문화원형들은 감영의 공간성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며 스토리텔링의 소재로서 전라감영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시되어야할 소재이다. 전라감영의 단계적 원형복원 전라감영의 복원범위와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의견과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완전복원(1만6천평), 축소복원(4천875평) 및 중간형태인 절충복원(8천900평)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제안되었다. 전라감영은 앞서 검토한 것처럼 전주와 전라도를 상징하는 대표코드들의 종합제적 성격을 가진 공간으로 전주문화 및 한국문화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내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 공간은 최대한 원형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복원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후술할 전주의 미래도시전략으로 제안할 ‘세계문화유산도시’로의 정착을 목표로 하는 내용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기존에 복원된 경상감영(대구), 강원감영(원주), 충청감영(공주)의 경우 원형복원이 이뤄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활용도 거의 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기존 감영의 박제된 공간성만을 재현함으로써 원형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전라감영은 더욱 그 원형성과 역사성 및 활용성이 부각된 복원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적 의미와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영화세트장 짓듯이 복원되거나 재현된 역사공간은 바로 외면 받고 가장 큰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점에서 세밀한 복원과 활용계획이 병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라감영은 단계적 복원을 통한 원형복원을 추진하고 그 복원의 결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도시 전주’를 완성하는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도시 전주’신청의 조건 세계유산이란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1972년 11월, 제17차 정기총회에서 채택한‘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에 따라 지정한 유산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여 세계유산일람표에 등록한 문화재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경우 다음 6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다.   필수요건 1. 해당 유산이 진정성(authenticity)이 있어야 하고 유산의 보존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보호와 관리체계를 갖추고 효과적 시행도 보장되어야 함 2. 다수 관람자들에게 개방되는 유산의 관리와 그 보존에 대한 적절한 행정적 체계의 증거를 제출할 수 있어야 함   기준 1. 독특한 예술적 혹은 미적인 업적, 즉 창조적인 재능의 걸작품을 대표할 것 2. 일정한 시간에 걸쳐 혹은 세계의 한 문화권 내에서 건축, 기념물조각, 정원 및 조경디자인, 관련예술 또는 인간정주 등의 결과로서 일어난 발전사항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3. 독특하거나 지극히 희귀하거나 혹은 아주 오래된 것 4. 가장 특징적인 사례의 건축양식으로서 중요한 문화적, 사회적, 예술적, 과학적, 기술적 혹은 산업의 발전을 대표하는 양식 5. 중요하고 전통적인 건축양식, 건설방식 또는 인간주거의 특징적인 사례로서 자연에 의해 파괴되기 쉽거나 역행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혹은 경제적 변혁의 영향으로 상처받기 쉬운 것 6. 역사적 중요성이 함축성이 현저한 사상이나 신념, 사진이나 인물과 가장 중요한 연관이 있는 것 전주의 세계문화유산도시 추진안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 및 지방정부의 대표도시로서 현재 복원 가능한 통치공간인 전라감영과 원형이 잘 보존된 건국시조에 대한 의례공간인 경기전과 태조어진, 조경단, 향교, 풍남문, 객사 등이 원형성이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이 가운데 전라감영은 기능성과 상징성이 앞서 제시한 내용과 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라감영만 원형성이 확보된다면 전주의 세계문화유산도시 선정은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유네스코에 의한 세계문화유산 등록의 이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국내외로부터 관광객이 크게 증가되며 이에 따라 고용기회와 수입이 늘어남 2.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지역의 계획과 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음 3. 지역 및 국가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책임감을 형성한다 4. 세계유산등록은 소유권이나 통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소유권은 지정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국내법도 여전히 적용된다 5.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은 문화유산 7군데로 종묘(1995), 해인사 장경판전(1995), 불국사·석굴암(1995),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경주역사유적지구(2000),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2000)이다. 그 외에 잠정목록으로 문화유산 6군데, 자연유산 2군데가 추가로 지정받기위해 신청 중이다. 따라서 전주는 전라감영의 단순한 복원문제로서 전라감영복원을 접근할 것이 아니라 타 지자체의 움직임에 늦지 않게 시급히 대응팀을 구성하고 전라감영의 복원도 이와 연동시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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