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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
완전복원과 부분복원, 그 경계의 갈등 /윤영래 편집장
관리자(2008-11-18 18:31:15)
건축물의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일본의 구마모토현 전라감영복원이 뜨거운 감자다. 전라감영은 전주시가 갖는 역사성과 문화성을 상징하는 건축물로서 지금은 그 원형이 남아 있지 않으나 이를 복원하여 전주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회복하려 하는 것이 전라감영복원문제의 핵심이다. 현재까지 전라감영의 복원과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진행되어 왔는데 부분복원에서 완전복원까지, 또 복원 후의 기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들이 제안되고 있다. 복원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냈으나 복원의 방향성과 복원 후 기능에 있어서는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전통문화중심도시·아트폴리스·창조도시·세계문화유산도시 등 도시의 기본 컨셉을 잡는 데서부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시 아트폴리스 정책의 모범이 된 일본 구마모토현의 예를 보자. 구마모토현은 환경재앙의 대표적 사례로 기억하고 있는 미나마타병의 근원지다. 환경재앙 앞에서 인간은 그 나약함을 덧없이 드러냈고, 구마모토현은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 아트폴리스 정책이다. 이 정책은 나중에 일본 수상이 된 호소카와 모리히로 지사에 의해 적극 추진되었고 1988년 이후 현내 각 도시와 마을에 모두 67개에 이르는 독특한 외양을 갖는 건축물을 세움으로써 구마모토현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개선해냈다. 그 효과는 실로 놀라워서 주민이 2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마을에 전통을 살린 인형극 극장이 하나 들어섬으로 인해 연평균 방문객이 무려 15만 명에 이르고 있다. 매일 마을 인구의 두 배가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거기서 나오는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애향심과 자긍심 고취 등 그 효과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정책을 추진하는데 평균 예산은 1억 2천만 원 수준이었다. 행정은 외곽지원만 한 것이다. 직접적인 지원책은 없었지만 정확하게 정책의 방향성을 수립하고 강력하게 추진했다. 우리가 바로 눈여겨 볼 지점이다. 전주시 공무원들도 여러 차례 구마모토현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왔는지 묻고 싶다.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혹시 ‘나도 저런 것을 전주시에 한번 만들어보자’라는 생각들은 안 했는지 말이다. 도시발전의 기본구상도 못하고 있으면서 아무데나 불쑥 몇 백억 원을 들여 건물하나 쑥 올리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해외에서 구경꾼들이 몰려들까? 절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지구 반대편 브라질 남부의 빠라나 주의 주도 꾸리찌바. 총면적 432㎢로 대전 정도의 크기에 인구는 약 140만 명. 전 세계에서 이 도시에 보내는 찬사는 화려하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타임),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 '희망의 도시'(로마클럽 보고서) 등. 버스승강대와 동일한 높이를 가진 원통형의 플랫폼 정류장을 만들어 장애인도 아무런 불편 없이 승하차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교통요금을 차등화해 서민들의 편의에 기여하는 꾸리찌바의 교통시스템. 100㎞가 넘는 자전거 도로와 도심 한복판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노는 보행자들의 천국. 탄약창이었던 곳은 연극공연장으로, 버려진 본드공장은 창조문화센터로 재활용하고 있는 도시. 시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역사적 건물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권리와 이전 비용을 보전해 주고 그 건물은 그대로 보존하여 역사문화유산을 현재의 도시문화 속으로 끌어들여 살아 숨쉬는 곳으로 변모시키는 노력을 하는 곳. 이 도시에 대한 설명은 끝이 없다. 전주시가 도시발전방향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창조도시개념도 결국은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역사적 자산을 창조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도시계획을 마치 종합예술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는 창조적인 실험과 용기와 문화적·역사적 상상력이 덧붙여져야 한다. 전라감영의 복원도 단순히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상상력의 복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제된 과거의 복원은 의미가 없다. 왕조시대도 아닌 요즘 왕궁도 아닌 행정건물의 복원은 상상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박물관의 모형만도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도시 전주 도시는 생물이다. 생물이다 보니 변하고 움직인다. 그렇다면 그 변화와 움직임을 미리 예측할 수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에 바라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도시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변화의 양상들을 미리 예측하여 협의하고 조정하는 것이 바로 행정의 담당부분인 것. 그런데 아직도 여러 컨셉들에 빠져 이것도 검토하고 저것도 검토하고 있다. 추진 중인 사업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새로운 컨셉이 주어져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판국이다. 민속촌 마냥 도심 한복판에 덩그러니 건물만 복원하는 것은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타 시도에서 이미 볼 수 있듯이 기능을 정확하게 부여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노인들을 위한 휴식처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전라감영의 위치는 한옥마을에서 풍남문을 거쳐 영화의 거리까지 이어지는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전라감영 복원이 추진되는 지역은 웨딩거리가 조성되어 있으나 인적이 드물어 비어있는 건물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라감영복원은 단순히 한 건물 또는 건물군의 복원이 아니라 구도심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경제상황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복원과 기능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빌바오미술관은 독특한 외양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미술관 하나가 아무 보잘 것 없던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했던 구마모토현도 마찬가지이다.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화력발전소였다. 베이징에 있는 798공창지역도 버려진 공장지대에 예술가들이 입주하여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함으로써 지금은 세계적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독일의 베를린에서도 낡은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탄생시킨 건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라감영의 복원과 더불어 죽어가고 있는 주변지역에 대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인적이 끊긴 이 지역에 전라감영과 연계한 문화컨텐츠를 개발하여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구도심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길인 것이다.  단순히 전라감영에만 집착하지 말고 구도심 전체적으로 접근하자. 더 나아가서는 전주시 전역을 높고 보자. 도시는 생물이다. 그 생물이 혈관이 막혀서 죽은 가지가 생겨났다. 회생이 불가능하다면 도려내고 새 살을 이식해야 되지 않은가. -전주의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 / 남해경  전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전주만큼 전통문화도시를 기치로 하여 성공한 예도 드문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옥마을인데 최근에는 평일에도 일반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동안 시민과 시가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되자 전통도시 전주의 가장 핵심적인 시설인 전라감영의 복원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 당연히 전라감영에 관한 문제가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전라감영은 위치나 내용면에서 전통도시 전주뿐만 아니라 현대도시 전주의 측면에서 가장 중심적인 기능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전주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전라감영의 복원은 어쩌면 고전도시 전주의 완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적인 의미에서 전라감영의 복원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전라감영은 조선 태조 원년인 1392년에 설치되어 조선시대 말까지 존치하면서 전라남북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통치, 지배하였던 호남의 정치·경제·사회·산업·문화 등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였던 곳이다. 1894년 동학혁명 당시에는 53개 군현에 설치된 집강소를 총괄한 대도소 역할을 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전라감영의 규모는 옛 전북도청사 건물 주변 5천 평을 비롯하여 주변의 사유지 등으로 약 1만 2천 평 정도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1996년부터 전라감영의 복원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2005년 전북도청사가 효자동 신시가지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때는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전라감영으로 복원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라감영의 복원에 관한 문제는 여러 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중 건축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전라감영의 복원 전라감영의 복원은 이제 단순히 감영 건물의 복원을 떠나 도시 전체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는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도시재생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은 신도시의 개발에 따른 도시의 공동화, 구도심 활성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경제, 문화, 환경적 측면에서 구도시를 재생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시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식이다. 전통문화도시를 추구하는 전주의 입장에서 보면 이 방법에 가장 적합한 도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전주도 신도시의 개발에 따른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전통도시의 도시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특수성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중앙동 주민의 말에 의하면 밤 8시 이후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다고 하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풍남문, 한옥마을, 경기전에 이르는 전주 도시의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전주의 랜드마크 기능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전라감영의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재생 차원에서 전라감영을 복원함으로서 역사도시 전주의 명맥도 잇고 전주 구도심의 활성화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단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전라감영 복원의 범위와 내용 이는 전라감영의 복원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 관한 내용은 여러 기관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전라감영의 복원에 관한 세미나, 학술발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즉, 전라감영의 범위에 있어서 전체적인 복원과 부분적인 복원에 관한 문제가 있고 이를 어떤 내용으로 복원할 것인가에 관한 주제로 많은 토론회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관한 답은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앞으로도 결론을 끌어내기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건축적인 측면에서 보면 완전복원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일단은 완전복원에 따르는 경제적인 부담이다. 옛 도청사 부지를 제외하고라도 주변 사유지의 매입에 따른 비용, 문화재 수준에 이르는 엄청난 건축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국고의 지원을 받지 않고 전주시의 재정으로 해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내용으로 복원의 기초가 되는 자료의 부족일 것이다. 고지도나 고문서에 나타나 있는 전라감영에 관한 자료는 다른 지방의 감영건축에 관한 자료보다 많은 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자료일 뿐 복원을 할 수 있는 정확한 건축도면은 아닌 것이다. 2007년에 실시한 전라감영지 발굴조사에서도 선화당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건축적 내용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한 가운데 전라감영의 본 모습을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필자는 가끔 우리나라 건축문화재에 있어서 ‘복원은 또 다른 왜곡을 불러 일으킨다’라고 말한다. 과거와 같은 건축물의 기법이나 수법을 그대로 건축하는 경우가 흔치 않고 오늘날의 방식이나 변형된 방식으로 복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하여 문화재가 가지는 본래의 진정성이나 정체성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우려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라감영의 복원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감영건축의 복원을 시행한 충청감영, 강원감영, 영남감영 등 다른 지역의 건축물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옥의 복제를 넘어 전주의 랜드마크로 이와 더불어서 생각할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건축물 복원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문제이다. 전라감영의 건축물을 전체이든 일부이든 형식적으로 복원한다면 당연히 한옥양식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확한 근거나 자료가 없이 한옥으로 복원한다는 것은 ‘한옥의 복제’나 ‘모방’이 될 것이다. 그랬을 때 이미 다른 지방의 감영건축의 복원을 통해서 알 수 있었듯이 복원의 효과가 과연 처음 의도한바 대로 나타났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어떻게 보면 도시 속에서 자칫 잘못하면 민속촌의 건축물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현대 건축물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건축적인 이질감도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복원은 전라감영의 건축물을 단순히 형식적인 면에서 복제했을 따름이지 내용적인 면에서 복원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들 건물이 과연 오늘날의 도시민들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더 어려워진다. 실제로 우려하는 것처럼 전라감영의 복원 보고회에 참석했던 중앙동 주민들이 전라감영의 건물을 한옥양식으로 단순히 복원하고 주변 도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주민들이 반대하겠다고 토로한 내용들이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물의 복원방식에 있어서 외국의 예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게 해준다. 루브르 박물관은 지하에 박물관 이전에 존재했던 건축물의 유구를 전시하면서 복원을 시도했고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철도 역사에 대한 현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으며,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는 화력발전소 건물을 새롭게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히로시마의 원폭 돔의 복원방식은 폐허물을 그대로 두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전라감영을 복원하는데 있어서 복원의 범위와 대상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그리고 복원의 방식에 있어서 형식과 내용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신중하게 검토된 다음에 복원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건물을 형식적으로 복원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감영의 역사성이나 장소성을 충분히 살리면서 내용적인 면도 같이 복원하는 것이 완성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쩌면 지금 주어진 시간에 복원에 관한 충분한 논의를 하면서 예산이 설정된 다음에 실행을 한다면 충실한 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라감영의 복원은 전체적이든 부분적이든 감영건축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내용이나 건축적인 내용을 나타내고 도시 차원에서 전주의 랜드마크적인 기능을 살리는 종합적인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본래 전라감영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진정으로 복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통문화도시 전주에 있어서 풍남문, 감영, 객사, 경기전이 전주의 도심 축을 형성하면서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관광산업화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복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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