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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
문화의 시대, 큰 서막을 다시 열어라 / 김성환 군산대교수
관리자(2008-11-18 18:20:25)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상이 온통 경제 불안에 휩싸여있다. 이런 마당에 문화를 말하면 ‘먹고 살기 힘든데 웬 배부른 소리’냐는 비난이 돌아올 법하다. 문화를 여유 있는 사람들의 한가한 놀이 정도로 보는 시각에서 이런 생각이 나온다. 하지만 경제 불황이 닥치는 지금이야말로 문화와 문화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사실 작금의 경제위기는 ‘돈’만을 쫓는 경제제일주의가 스스로 판 무덤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금융위기의 발단이 된 ‘파생 금융상품’이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돈놀이하는 투기자본이다. 흔히 ‘재테크’니 ‘투자’니 하여 미화되었지만, 기실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생산은 않고 남이 생산한 가치를 빼앗아 떼돈을 벌려는 약탈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전 세계를 돈 놓고 돈 먹는 노름판으로 만드는 위험한 도박이었던 셈인데, 이제 그 도박판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도처에서 시장과 경쟁, 속도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몰락을 경고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그 위험을 경고했다. 하지만 한번 도박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런 경고는 마이동풍에 불과했다. 패가망신을 해도 정신을 차릴까말까 한 것이 도박의 속성이 아닌가? 어쨌거나 지구촌을 패가망신시킨 미국과 유럽에서 도박판 자본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이 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도박의 추억’ 언저리를 맴도는 분위기이다. 위기의 본질을 보는데 서투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며, 물질과 양적인 성장을 절대가치로 숭배하는 물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금융위기가 아니라도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물질적 가치를 산출하는 경제구조였다. 비록 그 가치의 상당 부분은 소수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성장의 떡고물이나마 챙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 지구와 자원은 유한한데 인간의 욕망이 무한히 충족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물질적으로 무한하게 소유하고 더 커질 것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오일피크(oil-peak)의 도래는 기정사실이고, 지구자원을 무제한으로 약탈하는 경제시스템의 몰락은 필연적이다. 물량의 증대에 기반을 두는 문명은 변곡점에 도달했다. 아마도 우리는 이제 물질적으로 더 가난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번영과 성장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눈앞에 들어서는 새 건물, 상품이 가득한 대형편의점 진열대에서 ‘번영’을 찾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연과 조화하고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는 것에서 번영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단지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추상적 발언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하는 말이다. 물질적인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기반을 둔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런 산업에 기반을 두는 내수가 붕괴하고 있다. 이를 대체하는 일자리와 산업은 이제 무형적 가치를 산출하는 영역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멀리 보고 문화, 예술, 관광, 콘텐츠, 교육, 자원봉사 등의 영역을 확대시켜야 한다. 이런 영역의 경제활동을 공공적인 사회복지 정책과 결합할 필요도 있다. 즉 정신적인 활동의 경제가치를 사회적으로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문화와 문화산업은 오늘날 더 이상 ‘한가한 놀이’가 아니다. 첨단화된 문화 창조 능력은 21세기의 핵심역량이다. 그것은 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산업의 창조력과 부가가치를 높인다. 무엇보다 물신화된 자본주의의 전쟁터에서 피폐해진 인간의 영혼을 치유할 구원의 힘이 거기서 자라고 있다. 하지만 문화와 문화산업의 창달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부자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물량적 성장의 환상에 중독돼 있고, 국가와 지방의 정치인과 관료들 역시 새로운 번영의 관점을 가지기에는 그 지성이 턱없이 유약하다. 그래서 <문화저널>의 존재가 절실하고 또 빛난다. 20년 간 지역에서 문화의 힘을 키우고, 문화산업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한 바가 참으로 크다. 그런데 다시 앞으로 20년을 더 분발하고 노력 것을 주문한다. 지금부터야말로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폭력적 자본주의의 재앙일 수 있지만, 그것은 또한 새로운 ‘문화의 시대’의 거대한 서막일 수도 있다. -과거의 역사, 도시의 미래가 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만을 추구하여 도시가 갖는 문화적 상징성은 관심밖에 서 있었다. 특히나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경우에도 개발우선주의에 밀려 철거되거나 한쪽에 방치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생활수준의 향상과 일정 정도 성과를 올린 경제개발로 인하여 시민들의 관심은 이제 경제개발에서 도시로 그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유산과 각자의 도시가 갖고 있는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랜드마크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전라감영의 복원문제를 통하여 우리들 삶의 터전인 도시를 아름답게 변모시키 하기 위하여 현 도시경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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