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
[문화현장] 여행,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
관리자(2009-12-03 10:42:51)
초록시민강좌-여행가 김남희<여행,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
(11월 12일) 전주시평생학습센터
여행이란 무엇일까. 어느 사람은 일상탈출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삶의 쉼표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의 정의는 명확히 내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이 없다. 다만 거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경험한 여행에 관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뿐이다.김남희에게 여행은 만남이다. 그는 그 자신과 혹은 타인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언제나 홀로 여행을 떠나며 오직 걷는다. 그래서그에게는 항상 도보여행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내 심장이 뛰고, 내가 즐거운 일을 찾아서 무작정 떠난 지 어느덧 7년. 그는 많은 것을 버렸지만 그보다 소중한 것들을 간직해 돌아왔다. 지난 11월 11일, 전북일보와 전북환경연합이 주관하는 초록시민강좌에서 만난 김남희. 그와 나눈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그를 통해 또 하나의 길을 볼 수 있었다.
생각의 성을 벗어난 꿈꾸는 여행가
꿈을 향해 당당히 걸을 수 있는 사람
작고 여린 체구에 비해 단단한 눈매를 가진그의 목소리는 정갈했다. 도보여행가로 살아가기 전, 김남희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남들과마찬가지고 직장을 다니고, 적금을 붓고,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는 그런 사람.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훌쩍 떠났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직장도, 경력도 모두 내려놓고 지구 구석구석을 누비고자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김남희는 여행 중독자다. 직장인 여행자에서, 전업여행가로, 여행에 모든 것을 걸게 된 그. 그는잠시 한국에 머물러 있어도 다시떠날 생각부터 한다. 무수히 많은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여행을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2003년 12월 31일,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나왔다. 그리고 그동안 모아 놓은 적금과 방 보증금을 빼 다음날인 1월 1일에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때 내 나이서른넷이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사회는 여행으로 인한 공백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나를 만류했다”며“지금까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걱정만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내가 하고 싶고, 내 심장이 뛰는 일을 해야만즐겁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의 말처럼 이렇게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나이 서른넷. 우리 사회에서 그만한 나이의 여성들 중 대다수는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보듬으며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그는 달랐다. 주위의 시선과 사회의 잣대를 뿌리치고 떠났다. 현재가진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세계에첫 발을 내딛기까지 그가 얼마나많은 생각과 고민을 반복했을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하고 힘차게 걸을 줄 아는 사람. “언젠가는한국에 정착해 살아야 하는데 걱정돼지 않느냐”는 질문에도“길이 또다른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는 화려하진 않아도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다.
여행을 통해 생각의 성을 벗어나다
오직 두 발로 세계 곳곳을 걸어 다니는 도보여행가 김남희. 그에게 여행이란 단 한 단어로 정의된다. ‘만남’. 그는 여행을 통해 내면의 다양한 자기자신과 혹은 타인과, 자연과, 역사와 만난다. 처음여행을 시작할 당시, 그는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다양한 모습들과 마주치며 당황했다고 한다. 그가 일례로 홍콩에서 겪은 일화를 들려줬다. “숙소에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중간에 건장한 흑인 남자 4명이 합류했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동안온갖 상상을 하며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저 4명의 남자가 백인이나 아시아 사람이었어도 내가 그렇게까지 무서워했을까”라며“평소에 내가 평등주의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대했다”고 말했다.그는 여행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기준으로 쌓아온 생각의 잣대를 무너뜨렸다. 그래서 그에게 여행은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며 그는 긍정의 힘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여행을 통해 배운 것 중 가장 소중한 점은 긍정의힘을 키우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내 것만 지키려고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를 긍정하는힘을 배우게 됐다”며“아직도 내 안에는 벗어나야할 생각의 성들이 높게 쌓여 있다”고 했다.
삶의 또 다른 이름, 여행
혹자는“세계여행?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물었다. “돈 없이 여행을 할 수는 없다.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이 가장 행복한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돈 없이 인생을 살 수도 없다. 하지만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할 때 너무 물질적인 부분에만 치중한다”며“최소한의 비용으로 얼마나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인가가중요하다”고 말했다.이제 김남희의 걸음은 단순히 여행을 위한 도보만은 아니다. 그것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살핌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걸음이다. 그의 물집 잡힌 발과 단단한 다리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이 때문이다.그는 여행자를 만나면 제일 먼저 그 사람의 배낭을 본다고 한다. “여행자를 만나면 제일 먼저배낭을 본다. 배낭에는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생각하는 물건이 들어있다. 배낭을 꾸리는 과정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을 것을구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며“배낭을 꾸리다보면 인생에는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단 두벌의 옷만을 챙겨서 세계를 걷는다. 등산복 한 벌과 일상복 한 벌. 문득 소박하지만 소중한 그의배낭 속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