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
[문화현장] 마당 열세 번째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관리자(2009-12-03 10:42:27)
마당 열세 번째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10월 31일~11월 14일)
깊어가는 가을밤 음악을 나누니 더불어 행복하더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의 마지막 밤. 생활 속에 문화와 예술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민들의 곁에서, 시민들과함께 만들어 온 <가을날의 뜨락음악회>가 열렸다. 올해로 열세 번째를 맞은 이번 뜨락음악회는 사단법인 마당의 주관으로10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세 번에 걸쳐 진행됐다. ‘소통과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공연은 다름을 받아들여어울리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막힘없이 통해보려는 노력을 선율에 담고자 마련됐다. 이번 공연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없던 까닭에 세 번에 나누어 진행됐지만 시민들과 함께 문화를 즐기고 어울리는 나눔의 장이었다.
클래식 선율에 취하다
『문화저널』창간 22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음악회의첫 공연은 10월 31일 저녁 8시에 공간 봄에서 펼쳐졌다.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세 번에 걸쳐 진행된 행사와좁아진 무대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많은 시민들이 음악회를 찾았다. 가을밤의 선선함도 녹이는 클래식의향연이 펼쳐진 이 날,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수석 첼리스트인 김홍연 씨가 그 시작을 알렸다. 첼로의 묵직한선율이 깊어가는 가을밤과 어우러져 정취를 더했다.그의 <사랑의 인사>와 가요 <마법의 성> 연주가 끝난 후 최영호 바이올리니스트가 파가니니의 <칸타빌레>와 피아졸라의 곡을 연주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이어진 무대는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소프라노 고은영과 테너 조창배의 아름다운 이중창이었다.<나를 잊지 마세요>, <10월에 어느 멋진 날에> 등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 이들의 공연에 관객들의 환호는 끝없이 이어졌다.마지막 무대는 공연단 마실의 트리오가 장식했다.첼로 서한나, 신디 박보라, 바이올린 박현지로 구성된이들의 공연은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을 마음껏 발산한뜨거운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오랜 시간 숙련된 솜씨를 닦은 연주자들과 패기 넘치는 젊은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뤄 전라북도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볼수 있는 자리였다.
전통과 퓨전의 어울림
소통과 어울림 그 두 번째 무대가 마련된 11월 7일.이날 공연은 2009년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젊은 국악그룹 토리's의 무대로 꾸며졌다.토리's는 새로운 장르인 국악 아카펠라를 선보이며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연주를 비롯해 전통과 퓨전을 어우르는 레퍼토리로 주목받고 있는 신진그룹. 판소리전공 2명과 경기민요 전공 2명, 성악 1명인 총 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온전하게 우리 국악이 내는 소리로아카펠라를 들려줬다. 이들은 제1부에서 국악아카펠라 <아부레이수나>와 <이어도사나>, <사랑가>를 들려주며 국악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진 2부의 전통 국악 연주는 연주자와 관중들이 하나되는 무대였다.공연의 마지막 날인 11월 14일, 그 세 번째 공연에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공연단 마실이 무대를 장식했다. 공연단 마실은 노동부 주관‘예비 사회적기업발굴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문화예술분야에 선정돼 2009년 6월에 창립된 공연단. 이들은 문화적 삶을 꿈꾸는 젊은 연주자들의 희망을 담고자 창단됐다. 이날 공연은 창작국악과 영화음악, 대중음악 등다양한 장르의 곡이 편성돼 시민들이 편하고 즐겁게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코끼리유치원 아이들이 깜짝 등장해 <Over The Rainbow>를 불러 관중들의 큰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보리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욱 야물어진다. 보리가더 튼튼히 자라도록 농부들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보리밟기를 한다. 밟으면 더욱 야물어지는 보리처럼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행사를 마친 이번 공연은 그래서 더 값졌다. 폐쇄된 공간에서 특정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이 아닌 가족, 친구들과 손잡고 생활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시민과 함께 하는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아직도 문화예술이 고루한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문화예술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찾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슬한 가을저녁, 지친 도시민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는 비록 막을 내렸지만 한옥마을에 울려 퍼졌던 아름다운 선율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송민애 문화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