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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
이해경의 신화로 본 세상
관리자(2009-12-03 10:42:05)
이해경의 신화로 본 세상 미의 척도를 바꾼 신화 속 여신 이해경 전북대학교 쌀·삶·문명 HK연구교수 신화 열풍이 거세게 불며 신화를 다룬 책, 만화, 게임 등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서양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신화의 신들은 절대자도, 창조주도 아니다. 인간들과 다름없이 사랑하고, 증오하고, 바람피우고, 질투한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과 본성을 그대로 닮은 신들이다. 우리가 서양신화에 더욱 매료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일 것이다.서양신화 중에서도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한 것이 주종을 이룬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풍부한 내용과 뛰어난 예술성이 담겨 있다. 또한 이것은 서양문화의 이해를 돕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서양신화는 예로부터 서양문화의 전통을 형성하며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 녹아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도 신화는 존재하지만 서양신화는 서구문화를 빠르게 알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인간의 삶, 그리고 문화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는 신화. 이에 신화를 통해 세상을 보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이해경의 신화로 바라본 세상>이 독자들을 만난다. 전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의 교수이자 쌀·삶·문명연구원 HK연구교수인 이해경. 전주시평생학습센터의 유쾌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던 그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서양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간의 자연 이해-신화 인간들은 자연의 모든 현상들의 근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의 존재 의미와 목적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믿으면서 그것들을 나름대로 해석하려고 꾸준히 노력하였다. 자연과 더불어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인간들에게 있어서자신의 주변 세계의 이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인간들은 그들의 존재와 주변의 자연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신들의 행위를 설명하면서 세상 만물의 비밀을 풀어보는 방식을 택하였다. 자연의 변화무쌍한 현상들 속에서 놀라고 두려워하며 경외감을 가진 인간들은 자연과 자연이 보여주는 힘들을 초인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인간들은천체의 존재와 자연적인 존재들을 인간이 다가갈 수 없는 신적인 존재들로 이해하고 이 존재들의 태초의 활동을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신성한 이야기와 하늘과 땅, 인간과 동식물등의 창조와 관련된 이야기가 바로 신화이다.우주 탄생과 관련한 신화에서는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신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따라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일들이 신화에서 이야기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성을 지닌 대지라든지 물이나 어둠이 다른 어떤 것과 결합하여 하늘과 바다, 해, 달, 산, 나무등을 하나하나 낳는다. 그럼으로써 땅과 하늘과 바다 등과같이 그 경계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존재가 만들어지고, 그 존재를 주재하는 자가 만들어진다.그래서 신들은 자연속의 형상들 속에 나타나기도 하고,또 다른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예컨대, 바람, 물,불 등에는 신성이 들어 있어서 바람을 통해 날아다니기도하고, 물거품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불로 타오르기도 한다.또 신은 새나 동물과 같은 형태로 변하기도 한다. 제우스나아폴로 등과 같은 인격화 된 신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현상인 대지, 하늘, 바람, 물 등과 같은 근원적인 존재들도신이었다.삶과 죽음의 자연이치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성인 기쁨, 사랑, 불화, 증오 등도 신으로 간주되었다. 이처럼 실체가 있는대상으로 형상화 된 신이 있는가 하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것이 표상화 된 신이 있다. 그러나 유형적인 신과 관념적인 신이 서로 분리되어 각각의 고유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섭하고 개입하며 상호 작용을 하기도 한다.고대인들은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모든 자연현상을 신들의 의지가 깃든 것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에, 자연 그 자체는인간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는 신들의 질서로 간주되었다.그런 이유에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신들의 질서체계 속으로 편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신들의 개입으로 인한 사랑과 증오, 금욕과 정욕, 정당과부당 등의 대립은 자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인간 중심적인 관점으로 바꾸어 말하면,신들의 대립과 알력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대립과 알력으로,이 과정과 결과는 인간 삶의 모습과 문명이라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인간 삶의 경험이라든지 역사적 사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나 바람과 믿음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신화는인간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여기에서는 그리스 신화와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가이아에서 레아로 그리고 헤라로 이어지는 여성 신들과 이들과 마주하고 있는 남성 신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를 살펴보기로 한다. 여성 신의 생산성 영속성 대지가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는 생각은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지고 대지에서 나왔다고 하는 인간탄생 신화보다 먼저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대지가 모든 생명체들을 태어나게 하였다는 이른바 어머니라는 대지모신 사상이매우 일찍부터 널 리퍼져있었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고대 그리스인들은 우주의 만물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하는 물음을 제일 먼저 제기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신화에서는땅, 하늘, 바다 등과 같은 큰 범주가 우선적으로 이야기되고있다. 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우주는 우선 여러 가지의 것이뒤죽박죽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틈이 벌어져 있으며 비어있는 카오스상태’, 즉 세상이 생성되기 전의 상태로서의 신화적인 무(無)의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가이아가 생겨난 것으로 생각하였다.우주 탄생과 관련하여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헤시오도스의『신통기』는 태초에 카오스 다음에 가이아가‘있었다’고 과거형으로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이아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카오스에서 가이아가 스스로생겨났다면, 가이아가 태어난 카오스의 벌어진 틈은 무엇인가를 생산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이는 인간의 몸과 결부시킬 때 자궁으로 이해할 수 있다(이와 관련지어 제주도의 삼성혈(三姓穴)을 생각해 볼수 있음).가이아라는 명칭은‘낳는 자’를 의미하는 인도게르만어에그 어원이 있다는것을 떠올리면,낳아주고 길러주는 여성의특성을 가이아가 가지고 있음은 쉽게짐 작 할수 있다. 가이아는 새로운 생명을‘낳는’행위를 하고, 이와 같은 낳는행위를 통하여 우주의 만물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창조적 행위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가이아는 세상을 만드는원초적인 신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여신의 자식을 낳는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가이아가 잠을 자던 중 우라노스를낳는다. 우라노스가 명칭상‘하늘’또는‘천국’을 의미하는그리스어의 어원을 가지고 있음을 볼 때, 그는 거대한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하늘에 걸 맞는‘거대한 하늘’우라노스라불리는 것은 당연하다.이후 가이아는‘갈망하는 사랑 없이’혼자 스스로 바다인폰토스와 산맥인 우레아를 낳는다. 이로써 땅과 하늘 바다와산맥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가이아는 자신의 아들이자 남편인 우라노스와는‘동등한’상태에서‘우라노스에 안기어’눈알이 이마 한가운데 있는 외눈박이 괴물 퀴클롭스 삼형제,100개의 팔과 50개의 머리를 가진 거인 헤카톤케이레 삼형제를 낳는다. 또 그리스 신화에서 앞으로 주류를 이루게 될,레아와 크로노스 등과 같은 12명의 거인 자식을 낳는다.가이아의 낳는 행위는 그의 딸들에게도 전해진다. 레아는크로노스와 관계 속에서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포세이돈, 제우스를 낳는다. 이들은 신으로 불리고 후에 올림포스에 자신들의 거처를 정하게 된다. 그런데 레아가 자식들을 낳는 방식은 남동생 크로노스에‘제압되고’,‘ 크로노스에 안기는’, 즉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남성 신의 선택과 강압에 의한 방식이었다. 그들의 딸 헤라도 마찬가지로자기의 남동생 제우스의 폭력에 의한 방법에 의한 것이기는하지만 결혼이라는 형식과 신혼의 밀월여행이라는 일련의과정을 통해 아레스, 헤베, 일리티야, 에리스를 낳는다. 또헤라는 남편 제우스의 소위 여성편력에 반발하여 제우스와의‘사랑의 교합 없이’헤파이스토스를 낳는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음).이러한 일련의 여신들이 낳는 행위를 하는 것을 대지와 관련시켜생각해볼수있다. 그리스어로‘땅’,‘ 대지’의의미를가지고 있는 가이아는‘굉장한 대지 가이아’라고『신통기』에서 묘사되고 있음을 볼 때, 가이아를 거대한 대지 그 자체로또‘거대한 하늘’우라노스 에 상응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가이아는 여성으로 인격화되어 대지의 여신, 혹은 대지 모신이라 일컬어진다.이러한 가이아의 땅과 대지의 의미는 자손들에게 계속 이어진다. 딸 레아의 이름은‘땅’을 뜻하는 에라가 변형된 것이며, 헤라는 어형 상으로 볼 때 땅을 의미하는‘에라’에‘헤’가 결합한 형태이다. 이처럼 명칭상 가이아에게서 볼 수 있는 대지의 의미가 레아에게 전해지고, 또 레아의 딸인 헤라에게 다시 전해짐으로써 3대에 걸쳐 유지된다. 가이아의‘대지’의 의미와‘낳는 자’의 어원을 함께 고려한다면, 대지는모든 생명을 품고 있다가 세상에 내놓는 커다란 자궁으로 이해할 수 있다.여신들이 자식들을 낳는 방식에는 단성에 의한 방식과 양성에 의한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양성에 의한 생산에도 남성신 한명과 결합하는 경우와 여러 남성 신과의 결합하는 방법이 있다. 가이아는 단성뿐만 아니라 양성에 의한 생산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또 양성에 의한 방법의 경우 그리스 신화에 있어서 중요한 가계를 형성하는 우라노스와의 결합뿐만아니라 여타의 다른 신들과도 결합을 하면서 가이아는 왕성한 생산성을 보여준다. 레아와 헤라의 경우 각각 하나의 남성 신과 관계를 맺으며 자식을 생산해내기 때문에 가이아의생산성과는 확연히 다르게 약하다.헤라에게는 양성에 의한 생산 방법뿐만 아니라 단성에 의한 생산의 방법이 있다는 데에서 레아와 차이가 있다. 이는결국 가이아의 경우‘신화적인 무’에서 우주를 창조하는데있어서 그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주도적으로 활발한 생산 활동을 하여야 한다면, 어느 정도 우주의 질서가 정립된 상태에서 태어난 레아와 헤라의 경우는 생산을 통한 창조의 행위보다는 기존의 질서체계에 편입되어 생산 활동을하는 부수적인 존재로 머물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여기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처녀의 몸으로 자식을 낳는 것과 오늘 날에는 금기시하고 있는 근친간의 결합에 의한 자식의 생산이다. 이것은 종교와 관련하여 볼 때 처녀생식과 근친간의 결합으로 인한 자식생산은 흔한 현상이다. 단성에 의한 생성은 성처녀의 임신, 즉 처녀가 남자와 성적인 접촉을하지 않고 잉태한다는 이야기는 남자가 수태를 시키는 주체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또 근친간의 결합에 의한 자식 생산은 태초의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또 신화적인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불가피성 때문이라고 볼 수있다.여성의 생산성은 여성의 육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커다란 젖가슴이 아래로 늘어져 있고, 허리는 굵고 배는 불룩하며 엉덩이는 매우 큰 모습의 여성 입상들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것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여성의 능력을풍만한 육체와 동일시하고, 이런 여성에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주의구성물들을 하나하나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였던 가이아에게서는 무엇보다도 생산성이 중요하였다. 그래서 가이아는‘넓은 젖가슴을 가진 가이아’로 묘사되고 있다.그러나 레아와 헤라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과 관련하여서는 아름답다든지, 황금으로 치장하였다는 점을 이야기하고,그들의 조각상을 보면 풍만함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히고 조화를 이루는 육체가 두드러진다. 특히 헤라는‘파리스의 사과’신화가 전하고 있듯이 당시 최고의 아름다운 여신이라할 수 있는 아테나와 아프로디테와 더불어 미를 견줄 만한미인이었다. 그녀는 또 석류 (혹은 황금사과)와 카나토스 샘에서의 목욕을 통해 젊음과 처녀성을 회복하였듯이 그녀에게서는 생산성보다는 젊음과 육체의 아름다움이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처럼 미의 척도는 다산이라는 생산성에서몸의 균형과 조화로 바뀌는 과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해경 전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주시평생학습센터에서 유쾌한인문학 강좌를 진행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쌀·삶·문명 HK연구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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