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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12-03 10:41:57)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임실납자루 구출작전!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바람이 매섭게 불던 11월의 섬진강은 이미 겨울이었다. 텅 빈 들판과 잎을 다 떨어낸 미루나무 우듬지 아래로 흐르는 오원천. 하천 바닥의 돌멩이들이 하얗게 드러난 그 곳에 내려선 20여명이 푸르미탐사대(어린이소모임) 아이들은 곱은 손을 바삐 놀리기 시작했다.“여기 조개가 있어요.”, “ 무슨 조개예요”, “ 죽었어요, 살았어요”. 아이들은 추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축축하게 물기가 남은 곳에 제 몸을 곧추 세워 힘겹게 버텨오던 민납작조개, 뻘조개, 말조개 등을 찾아냈다. 갯벌에서나 사는 줄 알았던 조개가 강바닥에 널려 있으니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아이들이 섬진강으로 간 까닭은? 지난 11월3일 오후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사선대위쪽 오원천 일대가 하천정비 공사하느라 물을 빼서 임실납자루 산란 숙주인 민물조개들이 다 말라 죽는다”며 옮기는데아무래도 손이 부족하니 좀 도와달라는 생물다양성연구소 양현 소장의 목소리였다. 박사학위를 하느라 섬진강 상류 오원천에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낸 양 소장의 임실납자루에 대한애정을 아는지라 서둘러 관촌면 오원천 현장으로 달려갔다.그 곳엔 기존의 보를 헐어내고 고무보를 설치하는 공사를하느라 물을 빼다 보니 하천의 3/2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말라죽어 나뒹구는 조개껍질과 입을 벌린 채 죽은것들이 지천이었다. 어떻게 아무런 대책 없이 무지막지하게공사를 벌일 수 있는지 화가 치밀었지만 우선 살리는 것이급선무라 호미로 바닥을 뒤집으며 조개를 캤다.이 일대는 전주지방환경청이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와종 복원을 위해 생태계 변화 관찰 모니터링을 하는 곳이다.법정보호종인 수달을 비롯해 한국 특산종 어류 16종이 살고있으며 강 아래쪽 사선대 사면에는 천연기념물 가침박달나무와 산개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한 마을 숲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기다란 하천 숲이 있기 때문이다.양소장은 임실납자루, 다묵장어, 모래주사 등 멸종위기 종2급을 비롯해 11과 39종의 물고기와 민납작조개, 부채두드럭조개, 말조개, 뻘조개, 재첩 등 9종의 민물조개가 오원천에 서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 임실납자루가 사는 것도다 민물조개가 있기 때문이라며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바삐 움직였다. 임실납자루와 민물조개 지렁이가 거름진 흙을 만들어 내듯 민물조개도 물을 정화하고 하천 바닥의 오염물을 제거한다. 또한 납자루과 어종이민물조개의 몸속에 알을 낳는다. 따라서 민물조개는 하천 수질과 생태계 다양성을 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종이다. 어린시절 냇가 바닥에 말조개가 지천이었다. 근처 수초에 족대를들이대면 납자루들이 은빛으로 뛰어오르곤 했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수질오염과 하천 개발로 인해 지금은 하천상류 청정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쉬리가 돌아오고 수달이 산다는 전주천에도 아직 민물조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임실납자루는 부안종개와 함께 우리 지역 지명이 종명이 된 고유어종이다. 납자루과 중 16번째 종으로 확인된 당시만 해도이 일대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이름이 지어졌다. 지금도 전체 개체수의 70% 이상이 임실 관촌 일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임실납자루는 왜 이곳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임실납자루가 산란을 하는 곳이 바로 민납작조개와 부채두드럭조개의 몸속이기 때문이다. 임실납자루는 반드시 두 조개에만 알을 낳는다. 대신 민물조개는 어린 시절을 물고기 지느러미에 붙어서 성장하는 공생 관계이기도 하다. 엉터리 사전환경성검토서 이 날 옮겨준 민물조개는 600여 마리. 납작하고 껍질에 돌기가 없는 민납작조개, 껍질 전체에 돌기가 있는 자그마한부채두드럭조개, 손바닥만한 크기의 뻘조개, 비교의 중심이되는 말조개, 돌기가 없고 껍질이 살짝 패인 작은 말조개, 얇은 재첩, 재첩 등 7종이나 되었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하천정비 사업으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인‘사전환경성검토서’에 민물조개는 재첩 단 1종만 기재되었다는 사실이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기록은 아예 없었다.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작성한업체 대표와 직접 통화해 보니 한번 와서 보고 어떻게 다 아느냐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어떤 자료를 참고 했는지 문헌기록도 엉터리다. 전주지방환경청은“사전환경성검토서에기록된 납자루가 범납자루과를 칭하는 것 아니겠냐”며 한 술더 뜬다.부실하고 졸속으로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냥 눈으로만 봐도 보이는, 인터넷검색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누락된 것은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임실군과 전주지방환경청은 형식적이고 부실한 검토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출되었고,어떻게 조건부 동의가 내려졌는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할 것이다.이처럼 전문자료와 기관의 협의를 거치는 동안에도 멸종위기 종에 대한 언급이 없다보니 서식지 보호대책은커녕 앞으로 예정된 호안 공사 시 임실납자루의 주요 서식 공간인 수초 구간이 사라질 판이다. 하천생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하천 정비공사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아름다운 방동마을 숲을 가리는 제방공사 민물조개를 옮기고 나서 한숨을 돌리고 강 상류 쪽을 바라보니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개서어나무, 느티나무, 팽나무등이 1.5km 가량 이어져 있는 풍치림으로 아름다운 하천 숲인 장제무림 앞에 제방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을을 위호하는비보적인 기능과 함께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심은 나무들과그 사이를 흐르는 수로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전통적인 치수사업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담양의 관방제림에 버금가는 전통 숲으로서 수종과 수령, 숲의 길이와규모가 천연기념물에 준하는 경관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말해 왔다.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지정되어 지난 2006년, 산림청과 (사)생명의숲 국민운동이‘숲 틈’에 경관적 보식을 시행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하지만 4m 높이의 제방이 완공되면 이 아름다운 숲의 자연스러운 경관과 숲의 가치가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 한일이다. 최근 상류 쪽 하천 정비의 흐름은 제방을 쌓지 않고 필요할 경우 홍수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이 매해 잠기는상습 수해 장소가 아니고, 수로 정비와 하천부지 경작지 준설만으로도 농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대안을 찾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숲의 가치를 경제적으로따져 봐도 큰 손해다. 이 숲이 보전된다면 마을의 생태관광자산이 될 수 있어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임실군이 임실치즈라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했는지 가까이서 봐 왔다. 또 여전히 임실의 새로운 브랜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민물조개와 장제무림, 임실납자루와 수달이 수천 수백년을 내리 살아온 아름다운 섬진강 이야말로 청정 임실의 또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이대로 겨울이 지나고 나면 장제무림의 우람한 나무 둥치는 가려질 것이고, 반듯해진 호안가의 임실납자루는 떠날 것이다. 그냥 이대로, 그냥 이대로 흐르게 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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