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
장미영·전흥남의‘꿈꾸는 노년’
관리자(2009-12-03 10:41:16)
장미영·전흥남의‘꿈꾸는 노년’
실버를 골드로
장미영 전주대학교 교수
노인(老人)은 사전적 의미로‘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뜻한다. 전통사회에서노인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 아니었다. 노인은 공경의 대상이자의사결정의 권위를 지닌 명령권자였다.특히 농경사회에서 모든 의사결정은 노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정도였다.농경사회 이후 산업화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의학과 과학의 기술의 급진적으로 발달했다. 의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평균수명 연장이라는 놀라운 발전을이루게 된다. 인간의 수명연장,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 노인의 사망률이 줄어들면서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0.7%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화가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사회는적응이 더딘 노인보다는 젊은 세대를중심으로 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 또한산업화로 인한 가족구조 및 가치관이변화함에 따라 사회문화적으로 노인에대한 공경의식은 약화돼 가는 실정이다. 노인부양에 대한 부담과 가족갈등을 일으키며 노인학대로까지 이어지고있다. 갈수록 늘어가는 노인인구의 증대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모두 노인문제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있다. 왜냐하면 노인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꿈꾸는노년>은 문학 속에 그려진 노인과 노년문화를 살펴보며 나이듦의 의미와 그가치를 생각해보는 릴레이 연재물이다.장미영, 전흥남 교수는 문학 속 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노년의 삶을 제시해 줄것으로 기대된다.
상실, 노인을 말하다
현대에 들어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된 1980년대 이후부터, 우리 사회의 노인은 사회로부터 퇴각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노인이라는 용어는 은퇴, 정년퇴직 등을 기점으로 사회생활을 접은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로 전화되기에 이르렀다. 산업사회에서 생겨난 정년 제도는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퇴직 여부가 한 개인을 노인으로 규정하는 기준으로작용한다. 흔히 일상에서 속어처럼 사용하는“그 사람 이제 노인 다 됐다”는 말은 존경이나 공경과는 거리가 먼 의미를 띠게 되었다. 즉 노인이란사회적인 효용성의 상실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소득과 직업의상실, 건강의 상실, 기억력과 지력의 상실, 사별로 인한 가족과 친구의 상실, 감각적 능력의 상실 등은 오늘날 대표적인 노인의 특성으로 간주되고있다.상실이 노인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인식됨으로써 노년은 긍정적이기보다는 거부해야 할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인생을 설계할 때, 노년의 삶은 꿈 꿀 수 있는 인생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노년은 막아야 하고 걱정해야 할 불운이며 예측 가능한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년에 대해 다분히부정적인의미로남발되고있는‘고령화쇼크’니‘고령화재앙’,‘ 고령화 지진’을 비롯하여‘노화 방지’,‘ 주름살 예방’,‘ 노후 대책’등의 용어가 이를 증명한다. 지금 이 시대에 노년 고유의 삶의 가치나 의미를 꿈꾸어 볼 수 있는 여지는 증발되어 버렸다.미국의 경제학자 월트 로스토우(Walt Rostow)는‘노년의 문제가 21세기의 가장 심각한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점차 장기화되어가는 노년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미래의 바람직한 노년을 위해서는 노년에 추구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제시하고 그 실현에 필요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려는 인문학적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정과 사회, 양쪽 모두로부터 인간다운 존중을 받는 노년은, 새로운 인생을 꿈꿀 수 있는 노년문화의 청사진이 제공되어야 가능하다.일반적으로 인간이 노년에 이르면 본인들의 욕구와는 반대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자아존중감이 떨어진다. 그 결과 노인들은 주변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어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할 뿐만아니라 자기효능감을 상실하게 된다. 이로써 노인들은 쉽게 좌절하며 강한열등감으로 인한 불안심리 때문에 소극적인 생활태도를 갖게 된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꿈꾸다
독서는 노년의 부정적이고 병약한심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독서하는 노인의 모습은 무척 낯선 이미지이다. 독서하는 노인은 특별한 소수의 부류에 속하거나 특이한 인물로 간주된다. 직업적으로 독서를 해야 했던 이력을 가진 노인들이라 할지라도 노년에는 책을 덮고 등산이나 여행 등의 독서 외적인 활동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말미암아 현세대 노인의 모습은 지팡이, 바둑, 장기, 동호회 모임 등의 단조로운 몇 가지 활동 이미지에만 국한되어 있다. 이는 노년문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심하게도 방치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노년이 점차 길어지는 만큼, 노년은 단순히 인생을 회고하고 죽음을 대비하는 정리 기간이지만은 않게 되었다. 아무리노년이라 할지라도 심신은 쇠약할망정 명예와 가치를 추구하려는 열정과 패기의 정신만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 죽음 직전까지 계속 인간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적 요구이다.정보와 지식이 기반이 되는 21세기를 슬기롭게 맞이하기위해,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의 독서 교육에 열성을 쏟고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노년 세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노년에 접어들어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노인스스로 외면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자포자기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노년 세대에게 이러한 시대적 필요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노인에 대한 경멸 내지 사회적 추방에 다름 아니다.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볼 수 있었던 감옥 내 도서관과죄수들의 책 읽는 모습은 의미 있게 새겨보아야 할 뜻 깊은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도10~20년 내외의 긴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많은 장기수들이 독서를 통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한 인간이 인생의 마지막 10~30년의 긴 세월을 사회로부터 도외시되고 외면당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산업사회의 한 병폐이기에 앞서 인류역사의 퇴보이자 현대문명의 실패를 의미한다.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꿈꾸었던 생명 연장에 대한 희구가 성취된 오늘날, 오히려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꿈을 잃는다면 연장된 생명은 저주나 형벌 이외의 그 무엇도 되기 어렵다.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독서활동은 노년에도 인간으로 남을수 있는 구원의 길이자 열악한 현재적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며 판단력이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가장명철하게 거리를 두고 자기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자아개선책이다. 더 나아가 노년의 책읽기는 차세대와의 시대적·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면서 젊은이들의 모범 내지 귀감이 되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노년은 단순히 흰머리를 상징하는‘은발’이라는 낭만적인호칭 속에 안주하거나‘실버세대’라는 얄팍한 용어에 포박되어 주저앉아 있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시간이 아니다. 우리의 노년은 인생 사상 최고치를 호가해야 하는 결실기이다.우리는 노년을 금처럼 값진 보석으로 남겨야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년에도 여전히 자신을 갈고닦는 지고지순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는 실버세대라는 속 좁은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프리미엄을 얹을 수 있을정도로 각광 받는 골드세대를 꿈꿀 일이다.
장미영 전주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이며, 전북여성연구회 회장과 문화원형콘텐츠 연구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스토리텔링과 문화산업』,『 글쓰기 나침반-탈경계시대의 컨버전스경쟁력』『, 여원연구-여성, 교양, 매체』외다수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