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
[저널초점] 익산문화재단 3
관리자(2009-12-03 10:38:45)
익산문화재단
몸집을 스스로 불려야 역량도 커진다
김창주 전주문화재단 연구원
지원과 기금
딱 두 가지 이야기만 쓰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발전방안의 핵심어는 지원과 기금이다. 문화경제학에서 고전적이며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이 지원에 관한 것이다. 문화예술에 공적 지원이 행해지는 것은 이것에선택가치, 존재가치, 유증가치, 위광가치, 교육가치와 공공재라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와 성격을 어떻게공평하게 분배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가격 탄력성 또는 소득 탄력성에 따라 공급자(창작자)와 수요자(소비자)중 어느쪽에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라는 문제를 낳았다. 이것에 대한 고민으로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과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해 보겠다.다음은 기금이다. 문화재단이 효율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사업을 펼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충분하다는 표현이 모호한데, 정부기관이 소액다건으로 지원하는 것은 민원 제기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함이 크지만, 문화재단은 특정한 목표 아래에 설립이 되었기 때문에 특정한 사업을 선택하여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충분하다는 의미는 어떤사업을 실현할만한 기금액수를 말한다. 이것은 재단의 독립을 의미한다. 여기서 독립이란, 충분한 기금이 존재하여문화재단이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실행할 때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충분한 기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변화
과거의 인문학이 독해와 청해였다면, 현재와 미래의 인문학은 표현으로 성취될 수 있다. 첫 번째 사진은 일 년에한 번 개최되는 명량대첩 재현 축제이다. 두 번째 사진은경주에서 상시 재현되고 있는 행사이며 매일 배가 전복된다. 세 번째 사진은 서울양정고의 과제학습여행의 일부 프로그램으로 통영 앞 바다에서 있었던 해전 체험이다. 진도와 경주에서 벌어진 위의 행사들은 실재 있었던 사건의 가상적인 재현이다. 경주의 경우 복색과 무대장치들이 정교하지만, 역시 보다 정교해진 가상일뿐이다. 둘 다 관광객은관객이다.세 번째 사진은 다르다. 통영에서 임진왜란 당시 있었던해전은 실재이다. 또한 서울양정고 학생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해전체험을 한 것 역시 실재이다.파생실재가 생긴것이다. 이때 관광객의 입장은 수동적인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실재 행위하는 인물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정교한 무대장치와 의상이 아니다. 되새길 역사적 사실(또는 이야기)과 무한한 상상력만 갖추어져 있으면 된다.경주의 경우와 대비되는 점이 이 점이다. 정교한 장치로 경주가 상상력을 제한하는 수동적인 입장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면, 내국인 관광객의 유형은 이제 역동적인 체험형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다.현대의 관광지는 대중들의 상상 속에서 존재한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빈도가 높다. 사전에 상상 속에서 그리고 있었던 특정한스토리에 따라 자신들을 그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곧 역할놀이라 할 수 있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 사람이 취했을모습을 사진으로 찍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것. 예 : 남이섬과 드라마 <겨울연가>) 실재와 파생실재가 공존하는 시뮬라시옹의 시대이다.현대인에게 축제가 일상이 된 것처럼, 관광 역시 일상이되었다. 축제에서 보이는 일탈은 퇴근 후 사적인 술자리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축제의 규모 자체가 비밀스럽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인적 단위의 체제로 변화하여 가고있다. 관광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상이 실재보다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시대이다.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재현 행사는 TV와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 보다 정교한 장면을 볼수 있다.관광객은 이제이야기에 집중하고있으며, 특정 이야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투영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관광객의 규모는 이러한 새로운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인적 단위로 소규모화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관광객은 과거관광지에서 고급 도자기를 구매하길 원하였다면, 이제는직접 도자기를 만들고 체험하며 어느 영화처럼 그 도자기에 사랑 이야기가 녹아 있다면 자신도 그들처럼 주인공이되길 원하고 있다.
공동작업(작품)
많은 작가들이‘소통’이란 주제로 작품을 만들며, 보다더 관객에게 다가가 자신의 작품을 독해해 주길 원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제 직접 쓰고, 그리며, 노래하고 있다.문화표현의 주체와 방법이 다양화·다각화하고 있다. 개인의 미니홈피는 그 한 예이다. 이것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아니다. 허위의식과 교환가치만을 부각시키며 개인을 상품화하는 현상은 따로 지면이 허락되면 써볼까 한다. 따라서문화표현의 긍정적 개인성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공동체적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가와 시민의 공동작업에서 그해법을 찾을 수 있다. 앞서 제기한 어느 쪽에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냐 라는 문제는, 앞으로 작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공동작업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전주문화재단은 2007년과 2008년에『전주 근대생활조명, 100년 1~2권』(장명수 집필·편저)을 발행하였다.150여 명의 지역 원로의 구술을 채록한 작업으로 200자원고지 일만 장 이상의 이야기를 수집하였다. 익히 알려져있듯이 구술사 연구는 채록자와 구술자의 공동작업이다.무엇보다도 이 공동작업의 중요한 성과는 이 이야기들이구술자의 자랑이 되었든, 반성이 되었든, 지역의 정서·역사·철학을 반영하고 있으며, 구술자의 기억에 기반한 사실이라는 점으로 이 이야기들은 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개별성·보편성·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미국의 구술사 연구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시작 되었다는점은 일자리를 찾는 젊은 작가와 고용 창출에 고심하는 지방정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해외와 국내에서 많은 문화단체들이 시민과 작가가 함께참여하는 공동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그 작업이 시민의 취미활동에 도움을 주는 정도, 또는 아마추어 작품을 만드는데 작가가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대로 프로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품 생산방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전주문화재단이 실시한 구술사사업은 그 하나의 예다. 이 사업이 이야기의 중요성과 시민의 표현을 정책에 반영한 사업이라면, 체험을 정책에 반영한 사업은 <전통문화아카데미>(전주시에서 기획·실행하였던 사업으로 2009년 5월부터 전주문화재단이 현재 실행하고 있다)이다.
몸집과 역량
지역의 정서·역사·철학에 기반한 정책이 개발되면 그지역의 특색에 맞는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면 되는데, 이특정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금이 필요하다.현재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출연한 문화재단은 이 충분한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출범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라도삼은 2004년『문화예술』9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 지방정부는 문화재단을 설립할 때, 행사나 축제, 문화시설의 관리 등과 같은 다소 성가시고 귀찮은 일을 떠넘기려고 한다…. 그 일로 자신의 설립목적 등에관련된 일은 전혀 하지 못한다”며, 기금 조성의 필요성을역설하였다.다소 극단적인 이야기다. 지방정부가 문화재단에 지원할수 있는 재원의 한계는 분명하다. 라도삼 역시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충분한 기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제5조에의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출연하여 설립된 법인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지만, 같은 법 제2조를 근거로 재단내 규정을 제정하여 후원회를 조직한 사례가 있다. 이 경우에는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조심히 살펴보고, 정확한 법리 해석을 바탕으로 후원회를 조직하고운영해야 한다.또는 반대급부가 있는 협찬금을 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서 문화재단은 후원단체 또는기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해야 되고, 자칫상업화될 수 있는 것에 정책적 대안도 개발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과 전담팀 역시 필요하다. 이 역시 소수정예로 시작하는 단체에게는 무리한 임무이다. 그보다는 앞서‘다소성가시고 귀찮은 일’을 적절한 견제 하에 긍정적으로 수용해서, 지방정부로부터 받을 시설과 사업이 있으면 받아서문화재단의 몸집과 역량부터 키워야 한다. 이 또한 지역의특성이다.소띠 해에 태어난 익산문화재단의 출범을 축하한다. 우보천리牛步千里.
김창주 전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국악작곡을 전공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