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
[문화칼럼] 문화를 나눠요 재능을 나눠요
관리자(2009-12-03 10:33:57)
문화를 나눠요 재능을 나눠요
주홍미 문화기획자
<찾아가는 가족콘서트>는, 폐교와 작은 학교(전교생 50명 이하)에서 누구나 따라부르기 쉽고 좋아하는 동요와 가곡을 중심으로 전문출연진의 마임, 음악공연 등과지역출연진(학교어린이, 주민들의 무대)이 함께 만들어 가는 마을잔치로서의 공연이며 <봄 밤 꽃 피는 밤>, <여름 밤 별 헤는 밤>, <가을 밤 벌레 우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해가 넘어가는 저녁 무렵 운동장에서 열리는 음악회이다.
나 누 는것만큼 행복한일이 또 있을까? 그리대단한 재능이 있다거나 그다지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행복한 마음으로 나의 달란트를 나누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찾아가는 가족콘서트 -작은 학교, 폐교투어>를 여는 일이다.‘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어느새 훌쩍 6년 동안63회공연을치룬이공연을가능하게했던것은,‘ 복권기금 문화나눔’의 일환으로 기획된 소외지역문화순회프로그램을 만나게 되면서였다. 복권위원회에서 수익금의 일부를 문화소외지역의 순회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서로 좋은 뜻이 합해 선을 이루려면, 뜻을 이루고자 하는 변함없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끊임없이 어루만지고 정성스럽게 닦아 마음 한 켠에 곱게 간직해 놓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2004년 무렵이었을까. 나는 그때‘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있는 문화콘텐츠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었고, ‘동요’야말로가족을 이어주는 중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동요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곳은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골의 학교 운동장은 그 마을의가장 빼어난 자연경관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운동장자체로도 무대가 되고, 콘텐츠가 된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부르는‘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은 세종문화회관이나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백년 된 느티나무, 세월이 지나고 사람이 떠나도 그 마을을 지키고 있는초등학교 건물이야 말로 백만불 짜리 무대가 아닐까? 이세상의 어떠한 학교도 크기와 규모의 잣대로 잴 수는 없다. 작고아름다운 학교야말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크고 좋은 학교일 것이다. 또한, 마을 사람들에게 초등학교는 향수의 공간이기도 하고,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기도 하다.공연은 좋은 콘텐츠와 또 그 콘텐츠가 가장 잘 어울릴 수있는 장소, 그리고 함께 호흡하는 관객이 서로 잘 만났을 때최고의 공연이 된다. 그래서 전국 작은 마을의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공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예산을 확보하지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아쉬움만 커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해 가을, 복권위원회로부터 문화소외지역순회사업의예산을 확보한 문예진흥원에서 공모를 한다는 공고를 접하게되었고, 그로부터 시작된 <찾아가는 가족콘서트>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지원금이라는 게 전체예산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공연을 해 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바로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재능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단언하건대, 사람의 마음만큼 강렬한 힘은 없다.2000년, ‘아름다운 재단’이 설립될 때, 진정한 기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데 집안환경이 어려워 그럴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거금 5천만 원을 기부한 김군자 할머니를 혹시 기억하시는지? 지긋지긋한 가난, 종군위안부생활, 해방 후 귀국하고서도 힘든 생활을 했던 할머니는 정부배상금 3,150만 원에 매달 지급되는 정부지원금을 푼푼이모아 5천만 원을 기부했다. 할머니의 5천만 원은 화폐의 잣대로 댈 수 없는 크고 넓은 하나의 가치이다.‘나눈다’는 것은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마음’에서나온다는것을보여준보석같은사례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많은 이에게‘희망’을 선물했다.‘나눔’과‘베품’이라는 것은 반드시 넉넉하고 풍요로울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고 부족할 때 스스로 소중한 부분을 떼어 내 나누는 것(그것이 천원이건 혹은재능이건 그 무엇이라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나눔’일것이다.문화기획자와 생산자는‘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어야할 것이다. 물론 많은 훌륭한 문화인들이 다양한 공연과 문화콘텐츠들을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자의달란트를 가지고 나누는 일, 그것이 곧‘문화나눔’이고‘재능기부’일 것이다.마임이스트‘고재경’씨, 비눗방울 아저씨‘오쿠다 마사시’,동요를부르는할아버지모임‘철부지’,‘ 예동어린이합창단’,이들은 나와 함께 각자의 달란트를 <찾아가는 가족콘서트>를 통해 기부하는 사람들이다. 교통비만 받고 수년째 공연을함께 해 오는 이들이야말로 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수년째 이어지면서 좋은 기운과 소문이퍼져 가수‘이은미’씨와‘강산에’씨, 포크가수‘이성원’씨,성악가들로 구성된‘얌모얌모콘서트앙상블’등의 출연진들도동참하기 시작했다. 개그맨 전유성씨, 시사평론가 정관용씨등도 이 공연에 함께 했던 이들이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영상, 사진, 무대, 음향, 조명, 발전차에 이르기까지 프로덕션을함께 꾸려나가는 40여 명의 마음들이 모여 이 일을 가능하게했다.’<찾아가는 가족콘서트>는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그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그래서 작은 예산이지만 어떻게든 무대와 음향, 조명을아름답게 디자인 하려 노력한다. 잊지 못할 하나의 공연 또는전문예술가들과 함께 무대에 섰던 기억은 오랫동안 기억에남아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어른이 되어 도시에 있건 그 마을을 지키는 문화일꾼이 되건어렸을 때 경험한 이 무대가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회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그리고 이미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그 지역의 어르신들과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다함께 공연에 참여한다. 바로‘지역주민들의 무대’. ‘할머니중창단’에서부터‘지역주민들(면장, 이장, 우체국장, 방범대장 등)로 구성된 중창단에 이르기까지…. 작년 가을, 거제 동부면 율포분교에서 열린 공연에서“음정 박자가 안 맞으면 어때요? 연습하는 동안 우리가얼마나 행복했는데요”라며 무대에서 쑥스럽게 인사말을 하던율포리 부녀회장님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빠른것이빛의속도라고했던가?‘ 동요’는어쩌면빛의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 놀던 그시절의 자신으로 데려다 놓는 것 같다. 거기에는 학교의 소중함과 이웃 간의 우정과 화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이어주기를 바란다.유치환 시인은‘행복’이라는 시에서 사랑은 받는 것보다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표현했다. 우리도 이제 우리가 갖고 있는 행복을 조금씩 소외된 이웃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예술은 세상을 만드는 근원이며 삶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많은 문화기획자, 문화생산자들의 작은 손길이 큰 웃음과희망으로 변하는 기적 같은 순간을 기대한다.
주홍미 문화예술 활동에 열정적인 문화기획자다. 그동안 서울예술기획 공연 팀장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위원, 제1회한강문학축전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 사람과 음악 대표이자 찾아가는 가족콘서트 추진위원장, (사) 문화우리운영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