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
[문화현장] 전북 전승공예연구회 작품전
관리자(2009-11-06 18:01:16)
전북 전승공예연구회 작품전
(10월 13일~18일) 교동아트센터
손길의 미학
기계가 만드는 날카로운 공산품에 밀려 오늘날에는 흡사 박물관의전시품처럼 돼버린 전통공예. 하지만 긴 세월을 이어온 전통공예는 기계로 찍어낸 깔끔하기만 한 그것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멋을 품고 있다. 전통공예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전북 전승공예연구회 작품전>이 지난 10월 13일부터 18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합죽선, 침선, 소목, 한지공예, 전통악기 등 다양한 종류의 전통공예를 만날 수 있었다
단단한 전통의 멋, 소목
전시장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조석진 씨의 문갑이 눈에 띄었다. 현재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않을 만큼 그가 만든 문갑은 단단해보였다. 전통 짜맞춤기법으로 못 구멍 하나 없지만 서로 다른 나무가 마치 본래 하나였던 것처럼 매끄럽게 이어져 있다. 상감기법으로 그려진 문양은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고집마저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다. 비단 보기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 문갑에서 볼 수있는 내함은 실용성 또한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단단한 문갑의 모습이 전통공예에 한평생을 바친 그의 모습과 닮아 있다.
돌 속에 핀 사군자
전시실 한쪽에 네 개의 돌이 놓여있다. 김옥수 씨의작품인 매난국죽. 기계가 아닌 정으로 새긴 사군자의모습은 무척이나 사실적이고 자연스럽다. 기계로 깎아냈다면 결코 생기지 않았을 작은 흠집과 선들은 비, 바람 등과 맞서 견뎌냈을 자연 속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자 한 전통공예의 정신이 돌 속에 핀 사군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흔들릴 수 없는 손끝, 합죽선한경치 씨의 합죽선에는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대나무를 인두로지져 새긴, 낙죽이라는 방법으로 새겨진그림들이다. 얇은 대나무 살 하나하나에 수많은 꽃이 피고 호랑이가 거센 기운을 내뿜고 있다.조금의 흔들림이라도 있다면 부서져버릴 대나무 살과어긋나버릴 작은 선들. 합죽선을 만드는 한경치 씨의손길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장인의 정신을 닮아있는듯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일률적으로 직선으로 만드는 합죽선의 손잡이 살의 모양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형태로 대나무를 가공했다고 한다. 현대에 맞게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보다 나은 전승(傳乘)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엿보인다.풍요로운 남도의 멋, 옹기달항아리전시실의 다른 한쪽에는 옹기달항아리가 놓여있다.안시성 씨의 작품인 이 항아리는 넓고 유난히 둥근 모습이 만삭의 어머니를 닮아있다. 실제로 강원도 쪽의옹기항아리는 기후적 조건으로 인해 발효에 어려움이있어 땅에 묻어 발효시킬 수 있도록 항아리의 모양이긴 편이다. 하지만 남도의 항아리는 기후적으로 발효에 유리하므로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넓고 둥근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모습이 만삭의 어머니를 닮은 것은 남도의 풍요로움과 여유가 묻어있기 때문은 아닐까.전승(傳承)은 계속되어야 한다최근 이기동 씨의 타계와 조석진 씨의 투병 등 여러가지 비보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전북 전승공예연구회. 목판서예가 안준영씨나 이기동 씨의 아들인이신입 씨, 도예가 이병노 씨가새롭게 합류하면서 다시 새로운전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회원들의 합류가 곧장 전통공예의 부활과는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이 날 전시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김상도(59세, 전주시 효자동) 씨는“예전과 달리 이제는 이렇게좋은 물건을 보기가 어려워. 요즘 사람들은 이런 일을하면 굶고 산다는 것을 알거든”이라며“정부가 앞장서서 이런 것들 만드는 사람에게 지원해줘야 하는데….이제 이게 전승되지 않고 대가 끊기면 우리 정신이 사라지는 거야”라고 전통공예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말했다.실제로 정부에서 무형문화재에게 지원하는 지원금은 월 130만원, 전수조교에게는 월 70만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엔 적은 액수. 이와 같은 상황으로는 기술의 맥이 끊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단지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든 공예품이 판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전통공예를 온전히 전승(傳承)하는 길은 아닐까. 날카로움이 아닌 투박한 손길의 미학. 이것들이 우리 곁에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한다.
송민애 문화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