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9 | [매체엿보기]
참을수 없는 떡값의 가벼움
문화저널(2003-07-03 16:41:44)
얼마전 고창군 등에서 밝혀진 기자단 촌지사례는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던 지방정부와 지역언론의 유착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1999년도 고창군수 판공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전체 판공비 9천9백86만원 가운데 기자단에 제공된 촌지가 총 팔백십만원에 이르며 각종 만찬과 선물 등을 포함하면 그 액수는 훨씬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촌지’의 용도가 단순히 ‘떡값’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성 기사에 대한 사례비임이 분명하다. 가령 시책추진 격려금-기자단 30만원, 수산물축제 관련 격려금-KBS 30만원, 고창 고인돌취재 관련-YTN 30만원, 쌀증산-해당 기자단 100만원, 퇴비증산-해당기자단 100만원, 인터뷰-MBC 20만원 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사실 이런 사례는 비단 고창군에서만 확인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군정지기단에 의해 밝혀진 순창군수 판공비 사용내역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밝혀진 전주시 및 전라북도의 판공비 사용내역에서도 출입기자에 대한 촌지가 제공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지방정부와 지역언론의 유착을 잇는 유일한 끈은 아니다. 오히려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계도지’의 문제와 ‘광고수주’에 얽힌 유착이 더 큰 문제다. 촌지가 개별기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계도지나 광고수주는 언론사에 대해 지급되는 ‘촌지’인 것이다.
결국 이같은 유착은 여론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부실한 지역언론의 재정구조를 보전하는 데 사용됨으로써 건전한 언론시장의 균형이 파괴되고 이미 사주의 이윤추구의 공간으로 전락해버린 지역언론사의 구조적 병폐를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정부와 지역언론의 유착은 각종 현안사업과 관련해 여론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새만금사업이나 도금고 유치문제, 경전철도입 등과 최근 유치가 확정된 ‘방사성이용 연구센터’ 등과 관련해서도 도내언론은 지방정부의 입장만을 강조한다.(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전북민언련 자료실(www.malhara.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결국 하나의 ‘헤프닝’으로 막을 내린 유종근지사의 민주당최고위원 출마문제와 관련한 지역언론의 보도태도도 예외일수 없다. 심지어는 “유지사의 언론플레이에 지역언론이 놀아난 꼴”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이번 사례는 지역언론의 문제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결론적으로 지방정부와 지역언론의 유착을 매개하고 왜곡된 언론시장을 구조화시키는 기자단 촌지사건은 그 진상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또한 ‘계도지’와 ‘광고수주’에 얽힌 비리도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도내언론은 더 이상 지방정부와의 유착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충실히 지키는 도민의 언론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