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
[문화현장] 연극 다녀왔습니다
관리자(2009-11-06 18:01:04)
연극 다녀왔습니다
(10월 11일) 군산시민문화회관
잃어버린 가족애를 찾아서
가족은 보이지 않는 산소와 같다. 그것은 없으면 안되지만 평소엔 그 소중함을 모른다. 시간이 흘러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상황이 되곤 한다. 가족 간의 관계조차 각박해진 요즘,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공연이 마련됐다.지난 11일,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제40회 진포예술제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다녀왔습니다>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 채 지내는 이들에게 가족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일깨워주는 공연이었다.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평범한 행복
8~90년대,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절. 극의 이야기는자신의 첫 작품을 준비하는 어느 신출내기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가는 소박한 일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자상한 아빠와 긍정적인 엄마사이에는 세 딸이 있다. 이해심 많은 큰 딸 성희와 늘 활발한 둘째 경희, 천방지축 명랑한 막내 소희는 아빠와 엄마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이들은가난 때문에 하루하루 시달리지만 서로의 어깨에 기대며살아가고 있는 소박한 가족이다.소희네 가족은 8~90년대 가난했지만 따뜻한 행복이가득했던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방 한 칸에서 세 자매가 지내고, 남들 다 있는 차 한 대도 없지만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던 그때. 일에 지쳐 퇴근한 아빠를반갑게 맞이하는 아내와 자식, 삼시 세끼 밥은 꼭 먹여야하는 엄마, 항상 서로 장난치고 다투는 자매의 모습은 아련한 어릴 적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이들은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아빠와엄마는 아이들의 학비와 밀린 전세금 때문에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일류 대학을 나온 후 농촌진흥원에서 일하는 성희는 집안 형편 때문에 남자친구와의 유학을 망설인다. 화려한 연극배우를 꿈꾸는 경희는 매일 고된 아르바이트로 인해 피로에 시달린다. 내년이면 고3인 소희는독서실도 다니고, 과외도 받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지난날 언니들이 그랬듯이 소희 역시 가난을 인내해야만 한다.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으로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회사에 가기 위해, 학교에 가기 위해 분주한 아침. 소희는 아빠에게 보충학습비를 요구한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밀린 전세금을 낼 돈도 없어 소희에게 다음에 주겠다고 말한다. 보충학습비 때문에 매일 학교에서 선생님께 야단맞던 소희는“이럴 거면왜 날 낳았느냐”고 엄마한테 따진다. 순간 엄마는 소희의뺨을 때리게 되고, 이에 소희는 울면서 집을 뛰쳐나간다.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집안. 아빠는 속상한 마음에 밥도 채 비우지 않고 집을 나선다. 이어 모두가 나가고, 소희가 놓고 간 도시락을 본 엄마는 <바위섬>을 나지막이부른다.‘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은 소희의 도시락을 들고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과 겹쳐진다.극의 상황은 어느덧 세월이 흘러 모두 사망하고 홀로남은 소희에게 맞춰진다. 이제 소희는 결혼해 아들까지둔 엄연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학교 가는 아들의 축 쳐진 어깨를 보며 아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는소희. 소희는 순간 예전에 엄마가 자신에게 줬던 한없는사랑을 떠올린다. 어려웠지만 다정했던 시절, 함께 지냈던 가족들이 그리운 소희는 작가에게 가족들을 만날 수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잠시 시간을 되돌려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된 소희는그 시절, 철없는 행동으로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자신을 보며 후회하게 된다. “신경쓰지 마세요. 언제나 그랬잖아요. 내가 하는 말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라고 방백하는 작가의 말이 더 가슴 아픈이유는 우리가 후회하고 반성했을 때 이미 그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남기 때문이다.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신도 모르게 아프게 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버린 시간은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다. 다시 주워 담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다녀왔습니다>는 소희와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너무나 쉽게 서로에게 상처 주고,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모르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옛 시간으로의 추억여행은 연극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뿐더러, 내뱉은말도 주워 담을 수 없다. <다녀왔습니다>는 우리 시대에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