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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11-06 17:59:36)
투발루,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투발루는 국토 포기 선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삶의 방식대로 투발루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환경연합의 초청으로 투발루의 불편한 진실을 전하기 위해 전주에서 3박 4일 동안 아이들과 시민을 만나면서 강조한 알라마띵가 목사의 말이다.우리를 걱정해 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책임지려는 태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들의 경제발전과 편리해진 생활은 지구 반대편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책임지려 하기보다는 선정적인 보도로 일관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여덟 개의 섬나라라는 뜻을 가진 투발루는 아홉 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졌다. 인구는 10,700명, 면적은 26㎢ 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다. 절반 가까이가 수도가 있는 푸나푸트섬을 중심으로 평균 해발 고도 3m 이내 해안가에 산다. 초승달 모양의 산호섬인 푸나푸트의 라군을 따라 마을이형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앞바다인 내해에서 고기를 잡는다. 아침은 작은 그물 하나면 족하다. 잠시 쳐둔 그물에 고기가 걸리면 그냥 날것으로먹기도 한다. 다른 주식은 토란처럼 알뿌리 식물인 플루카다. 간식은 코코아 열매고 가끔씩 돼지를 잡아 영양을 보충한다. 남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이 그렇듯이 투발루 사람들도 자연 속에서 낙천적으로 살아왔다.그러나 산업화와 세계화의 물결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이곳 사람들도 5개의 초등학교와 2개의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로 서구식 교육을받고 있다. 인근의 피지로 대학에 간 학생도 30여 명이 된다고 한다.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산호섬의 내해를 벗어나 먼 바다로 나가 참치를 잡는다. 간혹 원양어선의 선원이 되기도 하고 이웃의 피지나 호주로 돈을벌기 위해 나가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푸나푸트 사람들의 생활방식은많이 서구화됐다.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투발루정치사회 구조도 흥미롭다. 국회의원은 15명, 500명 이상의 거주하는섬에서 2명, 나머지에서 1명씩 뽑는다. 정당은 따로 없지만 항상 두 패로 갈린단다. 국회에서 대통령과 총리를 뽑고 각료를 인선한다. 대부분의원들끼리 서로 돌아가며 한단다. 알라마띵가 목사는 총리가 사촌이라고 한다. 과거 영국 식민지의 영향으로 국민의 95%가 기독교도여서 국회가 열리기 전엔 원로 목사가 기도를 하는데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며투발루를 영상에 담아온 복진오 감독이 너스레를 떤다. 얼마 전까지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쁘렝땅뿌르국이 떠올라 한참을 웃었다.이것저것 호기심이 발동해 경찰의 수가 얼마인지를 물었다. 26명이란다. 그 중 11명이 푸나푸트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도소에 갇힌 범죄자는 몇 명일까? 2명이다. 한명은 음주운전이연속 적발되어 3개월, 다른 한명은 성폭행범으로 6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란다. 교도소라고 해야 공항 옆 활주로 옆에 예전 시골집 돼지우리처럼 되어 있어, 낮에는 행사가 있으면 청소를 하거나 우두커니 주변을 보고 있다가 밤이 되면 알아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치안이 안정되고 범죄율이 낮은 편인 우리나라의 죄수는 얼마나 될까? 경찰청 출입 기자에게 물어보니 2008년 말 통계로 기결 32,316명 미결 14,368명 합해서 46, 684명이 복역 중이란다.대략 계산해보면 투발루의 인구대비 죄수 비율은 0.02%,우리나라는 0.1%, 죄수가 200만 명 정도로 넘쳐나는 미국은0.67% 정도다. 이들이 얼마나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인지 수치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기후변화 최악의 시나리오, 투발루다소 장황하게 투발루 이야기를 한 것은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로 수백, 수천 년 동안 살아온 고향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그들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 길어진 가뭄 탓에 산호섬 아래의 얇은 지하수 층에는 바닷물이 스며들었다. 때문에 플라카와 코코넛나무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플라카 농장의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자 푸나푸트의 경우 아예 주식이 쌀로 바뀌었다. 이러다보니 수입식품, 특히 가공식품의 섭취량이 늘어 상당수가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빗물이 부족해 정부의 급수차에 의존하고 있다.가뭄의 끝엔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더욱 강력해진 사이클론이 불어온다. 이로 인해 바깥쪽 외해의 비바람을 막아주던코코아 나무들과 맹그로브 숲의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해안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작은 섬나라가 더 줄어들고 있으니 큰일이다. 특히 2~3월에 가장 큰 사리인 킹타이드(KING TIDE)로 인해 매년 2~3개의 섬이 잠기는 피해가 반복된다. 알라마띵가 목사는 만일 사이클론이 킹타이드와 겹치게 된다면 큰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우려했다.수온 상승은 투발루 국토의 근간인 산호초의 백화 현상과감소로 이어진다. 산호초의 백화 현상과 감소는 바닷물에 용해된 이산화탄소의 증가 원인이 되고 바다를 산성화시킨다.이처럼 산호초가 감소하자 투발루는 폭풍과 해일에 취약해지고, 어족자원까지 줄어들고 있다. 산호초는 자연 방파제구실을 하는 1차 방어선이자, 해양 생물의 산란처, 그리고서식지이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해수면과 수온 상승이 계속된다면30년 후 투발루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 이산화탄소 배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투발루는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시나리오가 다 현실화되는 상황이다.우리는 모두 투발루인투발루 정부는 국제 사회의 약속인 교토의정서를 강화하여 선진국과 신흥산업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를세우고 감축 의무를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한 국가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지구적 공익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발 빠르게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해수 담수화 시설을, 대만은 농장을 만들어 채소를 생산하는농업기술을 전하고 있으며, 발전시설을 지어주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이민자를 받아들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세계 9위인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내세우며 의무감축에 소극적이다.북극곰과 함께 지구온난화 위기를 상징하는 투발루인들,아직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우리만큼 알지 못한다고한다. 환경연합에서 푸나푸트 시민 20명에게 물었다. 뉴질랜드나 호주로 떠나고 싶냐고? 답은 불과 3명만이 떠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교육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그 어디에서도 투발루처럼 간단하고 소박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투발루에서 살겠다는 것이다.한국 일정을 전주에서 마친 알라마띵가 목사는 강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여러분의 편안한 생활이 지구반대편 사람들의 생활을 불편케 합니다. 기억하세요. 오늘 투발루가 물에 잠기면 당신들도 내일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함께 한다면 우리는 투발루도 구하고 세상도 구할 있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 앞에서 우리는 모두 투발루인이라는 말이다.투발루로 간 문화저널알라마띵가 목사 3박 4일간의 전주 일정을 마치고 중간경유지인 피지로 떠났다. 짐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다 보니보따리 한켠에 문화저널 한권이 반듯하게 모셔져 있었다. 전날 뒤풀이에서 문화저널 표지디자인을 하는 컨티뉴 김병철씨가 지난 호의 표지가 투발루를 형상화한 것이라며 그에게선물한 책이다. 투발루에 표하는 애틋함과 반성이 담겨있는포스터가 마치 한국인의 마음이나 되는 것처럼 챙겨갔다. 다음날, 우리는 남태평양에 지진과 해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들었다. 또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지 걱정이 되었다.이번에도 역시 가장 큰 피해는 순박하게 살아온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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