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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
[환경] 장영란의 자급자족 이야기
관리자(2009-11-06 17:59:24)
에너지 자급자족, 이처럼 어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었다면, 이제 그 집에서 살아야 한다. 눈으로봐서는 그림일지 몰라도 현실은 눈보라 몰아치는 땅 위에 오면체를 드러내놓고 홀로 서있는 셈이다. 에너지의 자급자족, 그 현실은사실 에너지만을 생각한다면 아파트는 참으로 효율이 높은 집이다. 웬만한 아파트는 위에도 양 옆에도 기댈 데가 있어 웃풍이 거의 없다.게다가 80년대부터 퍼지기 시작한 보일러 덕에집안 전체가 훈훈하다. 거기에 견주면 시골집은불을 몇 배 더 때야 웃풍을 잡을 수 있다. 기름값이 시골이라고 더 싼 것은 아니고 쌀값은 맥없으니 쌀 팔아서 기름을 사서 땔 수 있겠나.여기서 우리 집 사정을 밝혀보자. 우리 집에는 군불을 때는 구들방이 두 개다. 처음 집을 지을 때 안방을 구들로 했고, 나중에 큰애가 아래채를 지을 때 자기 방을 구들로 했다. 제 손으로땔감을 해서 불을 때보겠단다. 나머지 공간인우리 집 부엌과 작은애 방 하나는 기름보일러로난방을 한다. 날이 차 아이 방에 달린 기름보일러 스위치를 돌리면 뒤란에서 보일러 돌아가는소리가 왱하고 들리면‘돈 타는 소리’로 들린다. 자다가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보일러를 끄러 일어나니까.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관심이 많다.우리 지구별에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는 석유 정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말할 처지가 아니지만,시골 삶에서 보면 석유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에너지이고, 다른 대체 에너지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에너지를 자급해 나갈 수 있을까?얼마 전‘기후변화 대비 농촌마을 에너지계획수립’이라는 세미나를 가보았다. 거기서 발표된진안군 능길 마을 54가구의 에너지 실태조사보고를 보자. 석유를 때는 집이 20가구 - 1년에 12만 리 터(마을 주유소에 등록된 기름주유량) 심야전기 10가구 화목보일러 5가구 태양열 3가구 일 년에 취사용 LPG 가스가 가구당 8.5통 (산골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전기수요는 300k조 여기서 보이듯, 가장 수요가 큰 에너지는 난방에너지다. 맨 아래 두 개가 취사와전기에너지. 심야전기는 십년 전에 정부가 권장했는데, 설치비가 많이 들고 작은평수보다는 큰 평수에서 효율이 높다. 그나마 원자력 발전소가 한계에 부닥치고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시들하다.화목보일러는 얼핏 생각하기에 산골 마을에서 좋은 에너지원으로 보인다. 산에서 나무만 잘 해 오면 되니까. 한데 이 화복보일러가 나무를 그것도 굵은 통나무만을 먹는 하마다. 이 하마에 먹이를 대주려면 엔진 톱으로 통나무를 엄청 잘라대야한다.태양열은 이론상으로는 가장 좋은 에너지다. 하지만 실용단계가 아닌 실험단계로 보인다. 태양광발전이 다국적 반도체회사의 손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면, 태양열은 온수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정도다. 아직까지 태양열로 난방을 해결했다는 이를 만나본 적이 없다.요즘 정부는 펠렛보일러를 권장하고 있다. 나무를 작은 알약 모양인 펠렛으로 만들어 때는 거다. 나는이 펠렛보일러를 보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대책의 현실을 보는 기분이다. 일단 이 보일러는 30평대 이상 나온다. 집이 일단은 30평이 넘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 다음, 대체 에너지란 석유에너지를 벗어나 자급할 수 있는 에너지라는 소리인데 이펠렛보일러는 그래 보이지 않는다. 뒷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펠렛을 만드는 공장으로 날라 거기서 나무를 가공해 다시 대리점으로 보내 집으로 오는 유통과정을 거쳐야 한다.그러니 자금자금한 시골집에 능길 마을 조사에서 보듯기름보일러가 대세다. 산골이니 군불을 때면 되지 않겠나?하겠지만, 농가주택을 개량하면서 부엌을 입식으로 만들며자동으로 아궁이를 없애버리고 보일러로 바꾼 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자식 네들이 올 때만 기름을 때고 다른 날은마을회관에서 늦게까지 지내다 잠잘 때는 전기장판을 깔고자는 할머니들이 많다.에너지의 자급자족, 물질만능주의 시대정신이 변화해야시작된다문제의식은 있지만 대안을 찾지 못하니 맥이 빠진다. 그러다 로켓스토브를 알게 되었다. 로켓스토브란 어느 나라에나 있는 나무를 때는 화덕을, 현대과학자들이 연구해 개량한 화덕이다. 우리 남편도 마당에다가 그걸 만들었는데,나무가 타는 연소점을 한 군데로 모아 손가락 굵기의 잔가지를 때도 장작 못지않은 효율을 보여준다. 그 화르르 타는모습을 보면 왜 로켓이라는 말을 썼는지 실감할 수 있다.한데 나는 이 로켓스토브 자체보다 그의 정신이 참 좋다. 이 로켓스토브는 상품으로 파는 물건이 아니다. 그 기본 원리를 공개하고 누구나 그 원리를 가져다 자기 나름대로 만드는 거다. 한마디로 소스공개. 자기가 만들어 보고는 그걸 다시 인터넷에 올린다. 유트브에 가서‘rocket stove’를 쳐보라. 세계인이 만든 로켓스토브가 보인다. 나는 그동안 대체에너지를 찾는다고 했지만,사실은 누군가가 다 만들어놓으면 그걸 설치하려고 했던소비자였을 뿐이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따끈따끈한 구들방.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이 구들방에 향수가 있다. 하지만 구들방에서 살라고 하면 몇 명이나 좋다고 할까? 날마다 땔감 해다가 방에 불을 지펴야 한다. 불때는 걸 밥 먹듯 하지 않으면, 또 고요히 집에서 생활하지않으면 될 수 없다. 만일 밖에 나갔다가 해가 져서 돌아와그때부터 불을 때려면, 게다가 눈보라까지 몰아친다면 어쩌겠는가.거기 견주면 보일러는 참 편리하다. 스위치만 돌리면 만사가 다 해결된다. 방방이 땔 필요도 없고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얼마나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정신과맞아떨어지는가. 결국 에너지 자급의 문제는 이 정신의 변화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남편이 로켓스토브를 만들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고등학교 때 과학 시간에 배웠던 원리들이 튀어나온다. 그 모습이 젊은 학도처럼 싱싱하다. 대체에너지, 갈 길이 멀지만,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언젠가는 가겠지. 장영란 산청 간디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난 98년 무주로 귀농하여 온 가족이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자연에서 느낀 생각을 담은『자연그대로 먹어라』,『 자연달력제철밥상』『, 아이들은자연이다』등여러권의책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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