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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모모>와 <바위섬> 모모와 바위섬의 부활을 위하여
문윤걸(2003-07-03 16:38:48)
1979년, 이 땅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전남지역에서 노래 하나가 맹렬한 기세로 북상을 시작했다. 다음 해에 서울을 점령했고, 전국의 젊은이들이 이 노래를 불러댔다. 또 몇 년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났을까? 다시 전남 광주에서 불리기 시작한 노래 하나가 또다시 전국을 휩쓸며 전국민의 애창곡이 되었다. 앞의 노래는 김만준이라는 가수가 부른 <모모>라는 노래며, 뒤의 노래는 김원중이 부른 <바위섬>이라는 노래이다. 이 두 노래의 공통점은 지역의 조그만 문화사랑방(다운타운가)에서 그만그만한 사람들에게 널리 불리더니 결국 만인의 애창곡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의 대중가요판에서는 참으로 전설같은 일이다. 왜 오늘날 대중가요판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서울’이라는 문화의 블랙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미 문화를 창조하는 구상기능과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실행의 기능과 함께 막대한 자본까지를 동시에 움켜쥐고 이를 재주삼아 지역의 문화자원을 끝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문화는 점점 진공상태로 변해간다. 더불어 지역의 큰 사람이나 귀 명창들은 그나마 지역에 발붙이고 앉아 뭔가를 해보려는 젊은이들을 참으로 무안할만큼 무시한다. 그래서 몇 안되는 지역의 중요한 무대들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점령군들에게 전부 내주고 지역의 문화독립군들은 변방의 허름한 카페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어쩔거나. 전주에만도 기타 하나와 동전 한닢에 자신을 불사르는 음악인들이 여기 저기에 아직도 많다. 그들은 더 이상 신데렐라나 신귀공자를 꿈꾸지 않는다. 다만 자신들의 노래를 귀담아 들어줄 몇 사람, 그리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만을 원할 뿐이다. 지역의 문화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의 문화수준을 높이는 것이 틈틈이 유명 인기가수 몇몇의 지역 공연만으로 되는 일인가? 지역 문화의 힘은 반드시 지역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인을 홀대하면서 지역의 문화수준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또 지역의 노래가 서울이 들려주는 노래만 못하다고 말하지도 말라.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최대한 상품으로 화사하게 꾸며진 것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도 큰 것이므로.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역의 노래에 대한 투자를 포기해도 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서울은 멀리 있으나 지역은 나와 함께 있으므로.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이 곳에서 자라므로. 오동나무를 심는 것은 자식의 혼사에 쓰기 위함이지 내 혼사에 쓰려고 함이 아니듯 지역 문화에 투자도 눈 앞의 성공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지역의 노래는 꼭 다시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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