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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글레디에이터>너무나 영화적인 영화
신귀백(2003-07-03 16:36:19)
영화의 리얼리티란게 너무 영화적(?)이면, 관객들은 냉정하게도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실컷 즐겨놓고서. 그런 점에서 <글래디에이터>는 많은 평론가나 관객들로부터 ‘검투사의 난타전’이라며 혹평을 받은 영화이다. 사실, 빼앗긴 자의 복수라는 뻔한 내러티브의 설정에 관객들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눈 내리는 다뉴브 강가의 전쟁 신의 스케일을, 검투사 신의 역동적이며 비주얼함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배우 러셀 크로우의 근육질의 몸매에 깃든 우수에 젖은 눈길을, 신뢰감 넘치는 목소리를 여성관객이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주인공 막시무스는 선한 인물이다. 군인으로서 누구처럼 탱크를 몰고와 정권을 찬탈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는 스팔타쿠스처럼 노예를 조직해서 싸우지도 않는다. 우수와 정열을 함께 갖춘 단단한 캐릭터는 복수의 행위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180년 로마.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가 아들처럼 친애하는 장군 막시무스는 다뉴브 전투에서 대승한다. 여기에 명백한 악당이 등장한다. 시기와 야망이 강한 황태자 코모두스. 그는 부친이 막시무스에게 권력을 맡겨 공화정을 회복시킬 뜻을 밝히자 막사에서 부친을 살해한다. 당연히 막시무스와 그 가족의 주살까지도 명령한다. 그러나 그는 구사일생으로 밀밭이 아름다운 고향으로 귀향하지만 아내와 아들의 참혹한 주검이 그를 맞는다. 어찌어찌하여(마치 벤허처럼) 노예 검투사가 된 막시무스는 영화같은 칼솜씨로 제국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부상한다. 땅 밑에서 맹수가 올라오고 전차가 눈코 뜰 새 없이 달려드는 장면이 그렇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콜로세움 세트 역시 영화적이다. 피가 튀는 검투사 경기 장면은 하드고어를 무색하게 하는 사실적인 묘사로 일관한다. 결국은 엔터테인의 쇼비즈니스의 논리로 막시무스를 죽이려 하던 악당 코모두스는 최후의 건곤일척의 이미지 시합에서 크로우의 칼에 죽고 만다. 주인공도 함께. 로마에 없는 것은 눈(雪)뿐이라던가. 모든 것은 전리품으로 얻을 수 있는데다 자연의 기후도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로마의 시민들은 인터넷, TV를 통하지 않고 검투사들의 시합장면을 현장에서 관람하는 여유를 즐겼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연구를 빌리면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도 연평균 검투사 시합 5회, 전차경주 5회, 인간과 야수의 결투 26회 등 다양한 엔터테인의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단, 카이사르는 꼬박꼬박 편지를 쓰느라 별로 참석을 못했지만??? 그러나 그들은 목욕탕 옆에 반드시 도서관을 지었다 한다. 왜? 오늘날 우린 조그만 구멍에다 공을 좀 빨리 넣는다고 타이거 우즈를 세리를 천재라고 열광한다. 또한 우리는 타이슨이 골이 비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핵주먹이라고 칭찬하며 아직도 권투를 버리지 못한다. 인터넷, 비디오 또 고돌이로 대표되는 오락문화의 홍수끝에 나나미 여사의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의 질문』이란 책을 추석 연휴특집으로 권한다. 마지막 한 마디 더, 러셀크로우의 연인이 조디 포스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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