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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
[서평] 『건축을 묻다』
관리자(2009-10-09 16:59:48)
『건축을 묻다』 인문학적 건축론, 답을 얻다 강대호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길을 묻듯 건축을 물을 수 있는가. 길을 답하듯 건축을 답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 서 현은 스스로 건축을 묻고 그 답을 구하기 위해 구도자처럼 긴 여정을 다녀왔다. 10년 전, 저자는 첫 책『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효형출판사, 1998)에서 건축 분야와 음악과 미술이라는예술 장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두 번째 책 본서에서 부제‘예술, 건축을 의심하고 건축, 예술을 의심하다’의의미처럼 다시 건축의 근본 문제를 광범위한 예술의 영역에서 과감하게 제기하고 있다. 예술로서의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보다 저자는 건축의 속성을 건축 자체 내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저편까지 확대하면서 또한 건축의 예술성을 의심하면서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범답안이나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구하기 위해 구도하고 있다고 하는 그는 첫 질문으로서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판단해야 할 건물들의 목록 중, 마지막 건물이 있는 핀란드의 이마트라(Imatra)를여행하는 순례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건축에 대한 의심을굳히고 있는 것이다.저자 자신이, 머리말에서‘진지한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듯이 본서는 목차만을 처음 대했을 때, 별로친절하지 않는 구성으로 되어있는 듯하다. 건축 자체에 대해 심각한 고민과 경험이 적은 독자는 본서의 구성에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본서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로서의 건축을 철학, 역사,문학 등과 같은 인문학적인 접근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는점일 것이다. 우선, 건축이 예술이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시제를 바꿔야 한다. 질문은 과거형이 되어야한다. 건축과 예술의 태생적 과정에서 역사의 실증적 과정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대표적인 인문학적 측면에서,“철학으로서 예술론의 시제는 과거형이다”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관점은 건축의 예술성을 인문학의 과거 역사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한 연역적인 논리방식을 취하고 있다.건축에 대한 그의 의심은 다소 엉뚱하게도 한석봉의 글씨와 그이 어머니의 떡 썰기의 예로서 건축과 예술의 속성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또한 시대적으로 대표적인 반예술(DADA)의 선두자인 마르셀 듀상(MarcelDuchamp(1887~1968))의 남자 소변기 (작품명: ‘분수’)의예로서 예술의 근본적인 정의를 의심하고 탐구하도록 독자를 이끌고 있다.건축이 예술인가목차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학문적, 역사적 카테고리에안주하지 않고 저자의 강한 주관적 구성으로 되어 있음을느낄 수 있다. 건축자체에 대한 의심‘( 예술, 건축을 의심하다’), ‘쟁이’라는 사회적인 인정( ‘쟁이, 신분을 구하다’),아카데미의 교육적 시스템 수립‘( 건축가, 학벌을 얻다’), 건축의 용도를 버림‘( 예술, 용도를 버리다’)으로써 예술의 성을 획득한 건축의 시대적 흐름을 그리스, 로마시대로부터근대까지 비교적 상세한 역사적 사례로서 설명하고 있다.본서의 후반에 해당되는 근대이후의 시기는 건축의 새로운 기능( ‘건축, 기능을 빌리다’), 기술( ‘기술, 건축과 갈등하다’), 공간론( ‘공간, 건축을 구원하다’), 건축가의 위상‘( 건축가, 존재를 드러내다’), 건축의 의미‘( 건축, 가치를찾다’,‘ 의미, 건축으로 번역되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종반부인‘건축, 사회를 발견하다’의 장에서는 건축의 관점에서 본 도시 스케일, 사회적인 커뮤니티 건축을 비교적주관적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역사적으로 보면, 고대 철학자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시, 음악 등은 인문학적 지식의 범주로 보았으나, 건축의 정신적 측면을 약하게 취급하였다고 저자는 피력하고 있다. 그 이후 건축 이론가인 비트루비우스는황제를, 알베르티는 고급 지식인을, 세를리오는 건축가를위한 이론서를 편찬하였다.16세기에 들어서서 조르지오 바사리는 건축을 창조자로취급하여 회화와 조각 등의 분야로 격상시켰다. 17세기의종합 학문서인‘백과사전’에서 본격적으로 건축을 음악,회화, 조각, 판화 등과 함께 창작의 범주로 포함하고 있다.이로서 건축은 예술의 범주에 포함되어 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예술의 순수성을 강조한 칸트는 건축에 용도가 있다는속성 때문에, 그리고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에 매달린 헤겔은 건축의 물질성으로 인하여 건축을 예술의 범주에서 제외시켰다. 한편 쇼펜하우어는 자연의 순수함에 근거한 건축의 하중과 지지구조의 아름다움을 높이 인정하고 있다.현재의 건축의 위상을 굳건히 한 건축의 아카데미즘은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각국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과 요구에 의해 일어난 건축운동과 실천으로 이어졌다.저자는 인문학의 역사적으로 광범위한 내용을 정확하게설명하고자 하는 저자의 깐깐한 태도 때문에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우려를 단락마다 표현되어 있는 저자의 독특한문체로 녹이고 있다. 마치 인기 있는 최근의 TV 사극에 현대의 젊은이들 속어를 삽입하여 긴장감을 푸는 기법처럼,본서의 쉽지 않은 내용에 속도감을 더하고 있다.예를 들면, 레도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저명한 모나리자초상화에 관해“제작 당시 이 그림의 용도는 레오나르도입장에서는 지겨운 밥벌이였다. 혹은 해부학 연구를 계속하기 위한 연구비 조성 작업이었다”라고 솔직하고 직설적인 수사적 표현이 곳곳에서 독자를 환기시키고 있다.결론적으로, ‘건축이 예술인가’라는 명제는 우리시대에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 건축의 예술성을 역사적인 과거의 사례를 연역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본서가 건축, 건축물에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앞으로 건축이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더욱 진지하게생각하게 하는 제안서로 자리 잡아 가길 기대한다. 나아가,인문학적 건축론으로 본‘건축의 예술성’이라는 화두가 단순한 담론의 주제가 아닌 건축의 구체적인 실현성을 구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대호 건축대전 초대작가로 전북 건축 문화상과 건축계획및 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전주대 교수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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