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
[문화현장] 전북문학 도서전
관리자(2009-10-09 16:53:28)
전북문학 도서전
(9월4일~10일) 전북예술회관
전북문학의 역사, 그 아련한 숨결을 찾아서
전북문학은 고대의「정읍사」, 「지리산가」부터 시작해 근대의 이병기, 신석정, 서정주 등까지 찬연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전북문학의 유산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려 주목을 끈다.전북문학의 역대 작고문인 문집과 기관 및 동인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전북문학 도서전>. 9월 4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는 전북문학연구원의 허소라 대표가 지난 50여 년 동안 1,300여 권의 문학작품들을 소집해 기획됐다.
야릇한 종이 향에 담긴 작가정신을 되새기다
전북문학은 고전에서부터 불멸의 명작인「흥부가」, 「춘향가」,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전원시의 대표주자이자 목가 시인으로 손꼽히는 신석정 시인, 미당 서정주, 『탁류』의 채만식, 『혼불』의 최명희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사에 중추적인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전북문학이 한국문학의 큰 맥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에는 일찍이 발달한농경문화의 풍요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한편으로 농경문화의 쇠퇴와 더불어 중앙정치로부터 소외되며 현실의 아픔과 한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됐다. 이같은 아픔은 민중적 해학과 한을 바탕으로 한 전북문학 특유의 정서로 자리 잡았다.전북문학 특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전북문인들의 작고문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북문학 도서전>. 이번전시는 전북문학연구원에서 개원 1주년을 기념해 개별화,나열화에 머무르고 있는 전북문학의 자산들을 체계적으로정리하고자 마련됐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잊혔던 전북문학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이 전시에는 전북문학을 대표하는 역대 작고문인 문집과 기관·동인지 100여 종을 비롯해 5~60년대의 필경본에서 최근에 나온 양장본까지 소개됐다.1939년 신석정의『촛불』과 채만식의『탁류』, 1939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도난당해 47년에 발행된『가람 시조집』,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 서정주’‘신석정 유치환김광균 장만영’의 작품이 함께 묶인『현대시집』, 1955년에 발간된『서정주 시선』등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신석정 시인의 수제자로 작품성은 뛰어났지만 가난으로 빛을 보지 못한 김목량의『흰 나비』와 전북 출신의 문인은아니지만 월북한 평론가 김태준의『춘향전의 현대적 해석』이 수록된『원본 춘향전』과 같은 희귀본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전북문학의 자긍심을 되새기다시각적 영상전시가 남발하는 요즘, 50년 넘도록 원전을 모아 도서 전시를 연 까닭은 무엇일까. 전북문학연구원의 허소라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대학을 다닐당시, 문인들의 책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니며 원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원전을 제대로 보관하는 유족은 몇 되지 않았다. 원전이 손실돼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원전을 찾기 위해 남원, 순창 등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문학에 대한 열정 하나로50년 넘게 전북문인들의 원전을 수집해 왔다.“한국문학의 중심에는 전북문학이 있는데도 전북문학은 소략히 다뤄지는 면이 있다. 이번 전시는 변방에 있었던 전북문학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마련했다”는 그는 전북문학의 원전이 자꾸 손실되는 것을 막아야 전북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연구해 위상을 높일 수가 있다고 했다.또“전북문학의 체계적인 정리·연구를 위해서는 그유산들을 보관할 수 있는 문학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세우는 낭비성 문학비보다 문학박물관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허 대표는“젊은 세대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곤 하는데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윤리관, 인생관, 가치관 등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이 고전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네 정서를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