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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10-09 16:50:50)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강을 그대로 흐르게 해주세요 - 물의 도시, 그리고 아이들의 꿈 -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물의 도시 오사까 느닷없이 누군가를 대신해 1박2일 일본 오사까에 다녀왔다. 한국의 환경운동과 지역 활동, 어린이 체험 환경교육 특히 물 하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였다.오사까는 항구도시이자 강의 도시였다. 세계에서 드물게도심부를 에워싸고 강물이 흘러 강물의 회랑이라 불려왔다.북쪽에 자리 잡은 비와호(琵琶湖)에서 흘러나오는 요도가와를 비롯해 여러 개의 강이 오사까만(灣)으로 흘러간다. 예전부터 강을 연결하고 수로를 파서 만든 수운 시설이 그물처럼잘 발달했다. 우리나라 사신이 오사까에 도착해서 나라를 거쳐 교토(京都) 가는 길도 이 같은 뱃길이었다고 한다. 나이가지긋한 어른들은 강과 수로에서 낚시도 하고 수영도 했다고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늘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로나 주차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복개가 메워져서 현재 시내를흐르는 강과 수로가 많이 줄어들었다.강을 그리는 아이들공원 주변은 물의 도시 오사까 2009 행사가 한창이었다.수십여 개의 체험 천막과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내가 발표하는 프로그램도 이 행사의 하나였다. 그 중 행사 안내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얼굴만 내 놓은채 물 속에 잠겨 있는 사진이 재미있어서 누군지 물었더니도지사와 시장이란다. 유럽풍의 오사까시 공회당에 들어서니 그룹별로 나뉜 아이들이 무언가 회의에 열중하고 있다.회의를 마친 아이들은 사진을 오리고 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다. 바닥엔 큰 전지를 수 십 여장 붙여서 도시를 관통하는 강을 길게 그려놓았다. 아이들은 물의 도시 축제가 문을 연 지난 8월 24일~25일까지 배를 타거나 걸으면서 이곳 나까노시마 공원 일대의 하천의 역사와 문화, 수질과 생태 환경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바닥에 그려진 강 지도는 친구들과 함께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 오늘의 일정은 어린이들이 바라는 강의 미래 모습을 토론하고정리한 뒤 사진과 그림으로 그려 넣는 일이었다. 아이들이그리는 강의 모습은 어떨까? 어떤 엉뚱한 의견과 멋진 상상력이 담겨질지 자못 기대가 되었다.물의 도시는 어린이의 꿈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공항을 만들어서 바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발상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하나는 지금보다 더 잘 놀 수 있도록 수영장과 디즈니랜드 같은수상 놀이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하늘을 떠다니는 거대한 병아리도 설치하고 멋진 드래곤이 항상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분수도 더 크고 멋지게 그림을 그렸다. 물의 도시 축전을 준비하면서 설치한 각종 놀이시설이나 조형물들이 재미있는 강으로 만들자는데 영향을 미친것 같다고 귀띔을 한다.다른 하나는 물고기와 새들과 식물들이 함께 자라는 강이었다. 도심 구간 대부분은 거대한 운하처럼 콘크리트로 덮여진 수로이다 보니 자연스런 하천을 만들어서 다함께 사는 하천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갯벌에 사는 물고기와 저서생물을 그려 놓은 것을 보니 일부 구간에서는 바닷물이 민물과만나는 기수역도 존재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물고기만 그려 놓은 아이들도 있었고, 가운데에 섬이 있고 숨을 수 있는풀이 있어야 하고 물고기가 많아야 새들이 많이 올 수 있다고 초보적이지만 식생도를 그려놓은 아이들도 있었다.이 행사는‘물의 도시는 어린이의 꿈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다. 단체 대표인 하시모토씨가 어린이들과 함께 물의 도시 오사까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던지는 질문이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강을 바라보고, 물의 도시와 어린이들의 관계맺음에 대한 계획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이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발표를 들은 후 소감을 말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낸다. 이렇게 모아진 의견과 지도는 도지사와 시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그대로 흐르게 하라!“그림을 보니까 즐거운 것, 좋은 것만 쓰고 그렸는데 실제로도 그럴까? 보이지 않는 그 이면을 봤으면 좋겠어 ”.“고기들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물만 깨끗해지면 물고기가돌아올까요? ”“오사까 물의 도시 축전은 강가의 즐거움을 재발견하자는데 어른들의 재미와 너희들 재미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에서 물고기도 잡고 잠자리도 보고 새들의 울음소리를 듣는것이 재미있을까? 아니면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재미있을까? 너희들이 선택해볼래 ?”토론자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이지만 사실은 어른들과공무원들에게 하는 말 같다. 나는 원래대로 그대로 흐르는강을 보고 싶다고 했다. 홍수 피해가 많은 일본의 하천들은대부분이 경사도가 심한 제방과 획일화된 수변, 양수 시설등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아서였다. 오사까는 이전부터수운이 잘 발달된 도시다 보니 정도가 더 심했다.청계천 복원 사업을 언급하면서 오사까 시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 가까운 사이였다는 말이 떠올라서였을까? 강과 공생을 앞세웠지만 또 하나의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오사까가 고향인 이명박 대통령이 그리는 꿈의 하천이 바로 이곳이아닐까 싶다. 고층빌딩 사이로 운하가 흐르고 선착장과 위락시설을 만들고 크고 작은 공원을 만드는 것 말이다. 하지만가까이서 보니 수로가 되어버린 강물은 새까맣고 냄새가 나는 하천이었다. 친수공간을 좀 더 확대한다고 해도 아이들의꿈을 담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그나마 앞으로라도 아이들의 꿈을 강에 담겠다니 오사까의 상황은 우리보단 나을 성 싶다. 단 한 달만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30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 상수원포기와 문화재 훼손, 멀쩡하게 살아있는 강이 죽었다는 거짓말이 난무하는 4대강 사업은 온통 어른들의 욕심과 무지로가득 차 있는 우리에 비하면 말이다.강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우리의 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많은 상처로 왜곡이 되기도 했지만 강에는 여전히 많은생명들과 우리의 삶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강을 걸어보고느껴보고 생명을 발견한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환경파괴, 혈세낭비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강을 그냥 그대로 흐르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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