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
[문화시평] 국악칸타타 적벽가
관리자(2009-10-09 16:48:44)
국악칸타타 적벽가
(9월 15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표현의 한계, 생각을 전환하라
송영국 백제예술대학 퓨전공연예술과 교수
2009년은 걱정과 근심, 사건이 많은 한해인 것 같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를 하였고,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오늘 공연의 내용처럼 적벽강에서 조조의 80만 대군을 오나라의 수군이 화공으로 무찌르는 것처럼, 신종인플루엔자도 하루 빨리 사라져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하였으면 좋겠다. 요사이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서 저녁에는 쌀쌀한느낌이 들어 겉옷을 가지고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로 발걸음을 향했다.
국악칸타타란 무엇인가
물론 이번 공연을 전북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고 타이틀이 국악칸타타 적벽가라는 사실은알고 있어,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연지홀 입구에 들어서면서 또 한 번 걱정이 앞서기시작하였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신종플루 때문에 실내 공간에서 연주하는 공연과 축제,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연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하여튼 속담에 자라보고 놀라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관람객들이 평소보다 많이 감소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입구에서 서성이면서 모든 극장과 공연장에는 손소독기를 설치하라는 정부 지침과는 달리연지홀 입구에 손소독기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공연예술계가 많이 위축되고 있는데, 공연장에서 안심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으면, 그래도 관람객들이 걱정 없이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연을 관람하기 앞서 또 하나의 걱정이 생겼다.넋두리는 그만하고 이번 전북국악관현악단는 22회 정기 연주회를 맞이하여 신용문 교수의지휘로 서곡, 적벽강에 불 지르는 대목, 죽은 군사의 혼령이 새가되어 나타나는 대목, 조조가도망치면서 탄식하는 대목, 지친 군사들이 탄식하는 대목, 꿈속에서 장승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목으로 서곡을 합쳐 6장으로 구성된 연주회를 준비하였다.먼저 국악칸타타라는 타이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칸타타(cantata)는 노래하다는 뜻으로 이탈리아의‘cantare’에서 유래한 음악 용어이고, 4-6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바로크 시대의 성악곡 형식을 지칭한다. 원래는 기악 연주를 하기 위해 작곡된 소나타를성악으로 연주되는 음악 작품을 상징하는 용어였으나, 지금에는 성악과 기악을 위한 음악 작품전반을 포괄적으로 의미하기도 한다.외국의 유명한 칸타타로는 베토벤의 <영광의 순간 Der glorreiche Augenblick>이 있고,이후부터는 독창, 합창, 관현악을 위한 규모가 큰 작품을지칭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악칸타타 적벽가는 6장의 음악적 형식을 유지하고 있고, 합창과 도창, 2중창 형식과국악관현악단으로 구성되어있기에 양식적인 면에서는 적절하지만, 국악 곡에 이런 칸타타라는 바로크 시대의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차후로 미루고, 칸타타라는 음악적 형식에는 충실한 것을 볼 수 있었다.연주회의 구성을 차례로 살펴보면, 서곡(Overture)은전체 곡에서 화려하고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써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데서 유래하였다.오페라, 오라토리오, 발레, 연극 혹은 다른 대규모의 작품에 대해, 작품의 본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그 내용을 미리 간략히 소개하는 음악을 의미하기도 하고, 종종 극음악이나 표제음악에서 하나의 독립된 합주음악을 가리키기도하는데,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거쉬인의 <쿠바 서곡>같은 작품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적벽가의 서곡은 오늘 연주될 6장의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어야 하고, 적벽가의 상징적 의미가 선율에 담아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국악칸타타 적벽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하지만 서곡에서 합창과 관현악 연주가 시작되지만, 적벽가의 관우를 찾아볼 수 없었다. 80만 대군이 적벽강에서 화공에 쓰러지고 도망가는 조조와 수장된 수만의 군사, 긴박한전쟁장면을 음악적 구조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이는 작곡가가 생각의 전환을 한번 시도해보았으면 한다. 앞에서 언급하였던 인물 조지 거쉬인(George Gershwin)처럼음악의 폭을 늘리고 생각의 전환을 통해 작품의 주제가 명확히 펼쳐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거쉬인은 경음악과 째즈, 관현악곡, 오페라, 고전음악을적절히 사용하여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 내었고, 희가극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서양악기와 국악악기에 대한 음정적 문제로 관현악으로 편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吐露)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음정과 관계없는 수많은 특수타악기를 사용하여 극적인 장면을표현하는 것은 생각해 보았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또한 국악관현악이기 때문에 국적이 불분명한 악기를 연주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 특히 판소리 5마당 중 적벽가를 연주하는데, 외국의 특수타악기를사용할 수 없었고, 이것이 국악의 정체성을 와해시킨다는 극단적 논리도 등장할 수 있다. 그렇다 한국사회에서 한국적이라는 상징성과 정체성으로 대중가수 2PM의 발언이 쉽게 이해될 수 없는 것과 같다.하지만 국적 불명의 다양한 악기 사용과 2PM의 문제를풀어가기 위한 출발점에서 보면, 외국의 악기를 사용하여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한국인을 모욕하는 발언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의 출발은 긍정(positive)과 부정(negative)적인 것으로부터 출발을 하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이다.한국의 전통악기만을 가지고 연주한다면 가야금과 대금만으로 연주해야 할 것이다. 오랜 역사의 터널을 지나면서 외국의 악기들이 유입되고 토착화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에는전자악기, 특수타악기, 민족악기, 개량악기들이 관현악단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음악적 표현을 다양화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므로 긍정적인 사고로 출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서곡에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여 80만 대군과 전쟁장면의 주제적 성격을 나타내는 음악적 표현이 부족하였고, 적벽가의 전반을 표현하기에는 아쉬운 면이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도창으로 나선 김일구 명창의 적벽가는 박봉술 명창에게서 전수받은 대목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장월중선 선생에게서 아쟁을 사사받아, 다재다능(多才多能)하다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꾼이다. 적벽강에 불지르는 대목에서 2명의소리꾼과 김일구의 도창으로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오랜 연주경험을 통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면서도 어색하지 않도록 출입(出入)하는 것은 세월을 침작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두 명이 소리를 하는 부분에서는 동선(動線)이 멈추어 있어 적벽가와 부합하는 적절한 발림이 없어 아쉬움을만들어 내기도 하였다.한국음악에 적절한 장르 정착이 시급옥에도 티가 있다는 말처럼 전북국악관현악단의 국악칸타타 공연에서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정확히 기술하지 못하는부분이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공연은 명창과 합창, 국악관현악단이 결합된 칸타타 형식의 공연이었지만, 한국음악에 필요한 적절한 용어 개발과 장르 정착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요사이 영화에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음악도 위·촉 시대의 적벽대전을 선율로표현하는 멜로디텔링(molodytelling)을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한 시간 10분 정도의 공연을 휴식 없이 연주한 전북국악관현악단과 땀이 흠뻑 젖은 지휘자,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기위해 신종인플루엔자의 공격에도 참석해 주신 한국음악을사랑하는 관람객들, 김일구 명창, 작곡가, 공연을 준비하는데, 고생한 숨은 일꾼들 모두에서 진심으로 고생했다는 말을끝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송영국 서울대 음악대학 국악과를 졸업후 중앙대 대학원 국악과 석사, 전북대 대학원 사회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금현 신쾌동거문고산조 보존회원과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민족음악학보 편집위원으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