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
[테마기획] 한글 4
관리자(2009-10-09 16:46:49)
문화전쟁시대, 한글의 산업화를 주목하라
김두경 서예가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문화전쟁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고도의 정보통신 시대가 되면서 세계가하나로 뭉쳐지는 것처럼 보인다. 문화도 삶도 한 덩어리가 되어 평화롭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치열한 전쟁이 내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지배와 종속의 형태가 되었고 이에 따라서 문화의 지배도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영토에 관계없이 정보의 흐름 따라 문화는 흐른다. 그 흐름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외래문화에 편승한다면 자기도 모르는 채 그 문화에 동화되어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나라도 민족도 잊고 자신만을 위하여 사는 소인배가 된다. 소인배가 우글거리는 나라는 결국 더 이상의 미래가 없는 나라아니겠는가?이러한 현상은 아무리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와 민족이더라도 자기중심이 서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이렇게 된다. 그만큼 빠른 정보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청난 시대에 우리는 총성 없는 전쟁을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문화전쟁의 시대, 우리는 왜 뒤쳐지는가자세히 따지고 보면 잘하고 있는(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것도 있지만그것으로 전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면 잘못 수행하는 전쟁도 부분적으로는 이기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첫째는 국민적 지향점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으로 보아 그렇다. 잘 먹고 잘 사는 시시콜콜한 목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달해야 할지극한 정신적 경지라든지 아니면 사회 전체가 도달해야 할 이상 같은 지향점이나 문화와 사상의 지향점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국민의 지향점은 남보다 쉽게, 보다 더 잘 먹고 잘 놀고 즐기는 것이 되었다. 돈과권력만이 최고 가치의 지향점이 된 것이다.둘째로 중심이 잡혀 있지 않고 주객이 전도되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뀌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삶과 정신 우리의 문화 예술이 주체가 되고 외래 정신과 문물이 객체가 되어야 할 텐데 지금우리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문화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중들은 그렇다 치고 뭔가 알 만한 지식인들이 오히려 더 주객이 전도된 삶을산다. 오히려 더 추구하고 그렇게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한글의 산업화 가능성, 그 무궁무진한 잠재력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의 산업화 가능성을 말하라는데 왜 이런 쓴 소리를 먼저 하는가? 아무리 귀한 것도 그 가치를 모르고 스스로 사용하지못하면 산업화는 어렵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싶어서다. 한글이더 많은 문화 콘텐츠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일상적인 삶 속으로 이러한 콘텐츠를 끌어 들이고 국민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노력을 해야한다.소리 없는 문화전쟁 시대에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만의 독특한 역사문화 콘텐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중에도 한글은 세계 유일의 것으로 다른 나라에는존재할 수 없는 콘텐츠다. 또한 가장 독특한 문양이기도 하며 소통하고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문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한글에 대한 산업화 가능성은 물론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구 개발되지 않았다. 심지어한스타일을 말하면서도 한글이 말로만 거론될 뿐 구체적으로 추진된 사실이 드물다. 한글 자체로 독자적 산업화연구 개발은 물론 한식, 한복,한지 등의 다른 한스타일 소재들과결합하거나 연계하여 연구된 바도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필자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97년부터 한지와 한글, 서예가 만나면 새로운 상품이 가능해지고 한글과 서예와 디자인이 만나면한지 한식 한옥 한복 등 한스타일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견본품을 만들어 주장했음에도불구하고 당시에는 사회적 관심을끌지 못했다.그러던 것이 최근에 모 패션 디자이너가 한글을 패션 소재로 사용하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이후 여러 방향에서 한글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한글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정책들이 서로관련지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되고, 추진되어야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승효과를 쉽게내지 못하고 있다.한글이라는 단순한 문자가 디자인을 만나면 타이포그래피를 비롯한 수많은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고 한글도 과거에 비하면 다양한 서체가 나오고 있다 할 수도 있지만 영문자에 비하면 그 수준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분야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이것이 다시 한복, 한지, 한식, 한옥 등과 만나면 더 많은문화 산업분야가 생겨날 수 있다. 커튼, 침구, 의류 등 섬유산업과 만나면 새로운 섬유산업이 되고, 금속이나 목공예가 만나면 각종 악세서리 등 산업이 될 수 있다. 이것을더 세분화하면 커튼, 침구, 의류, 악세서리등 어떤 분야든한글이라는 이름을 달면 새로운 산업이 된다. 문제는 상업성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한글 서예라는 또 다른 독특한 예술이 있기때문이다.한글이라는 특별한 소재가 단순히디자인이라는 개념만 만나도 서양의 그것들과 차별성과 아름다움을가질 수 있다. 그런데 원래부터 문자를 예술 대상으로 삼는 서예와 전각을 만나게 하고 디자인을 더하여첨단 소재와 가공 산업을 입히면 그가능성은 거의 무한대가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다만 이 모든것을 꿰뚫어 보고 조정할 수 있는높은 안목과 실행 의지가 필요할 뿐이다.내가 이렇게 풀어 말해도 문화산업에 관심 있는 웬만한분들도 한글이 산업과 어떻게 관련이 될 지 이해가 쉽지 않은 일이니 두 가지 관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첫째 한글은 훌륭한 건축소재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한다. 한글이 패션 소재로 사용하여 독특한 패션 디자인이 되듯이 한글을 건축디자인에 사용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독특한 건축디자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외형 디자인에 문양처럼 응용해도 그렇겠지만 건축구조 자체를 한글 자모형의조합으로 건물구조 자체를 구할 수도 있겠다.뿐만 아니라 이런 건축이 도시에 몇 개만 들어서도 그 도시는 독특한 특색을 가질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은 곧바로 관광 산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런 건축이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등 수많은 관련 산업에 새로운 변화가 오게 되고 그로 인한 또 다른 가능성들이 열릴수도 있을 것이다.둘째 한글과 한식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많은관련이 있다. 한글을 활용한 간판, 벽지, 테이블 매트는 물론 도자기와 결합하여 그 집만의 독특한 로고와 상호를 써넣은 식기들을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커튼, 앞치마, 자기수저와 젓가락, 수저첩, 등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며응용 안 될 곳이 없다.한글과 디자인이 만나 생활 소품에 적용하면 이렇게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글 서예 작품이 더해질 수 있다면 더멋있고 특별한 제품이 될 수 있기때문에 한글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이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해 보면첫 번째 예의 경우 건축이라는 비교적 중량감 있는 사업으로 접근한 것이고, 두 번째의 경우는 생활 소품 쪽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렇게 예를 든 것은어떤 것이든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대표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 밖의 어떤 분야로도 응용할 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한글 서예는 한국적 미의식을 더욱 빛나게 하는 콘텐츠다다만 그것이 한글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예, 회화, 도자기, 금속섬유 등 어떤 분야와의 결합하면서도 더 많은 것이 가능해 질 수 있음을 알아야겠다. 특히한글 서예는 한글을 더욱 빛나게 할 좋은 콘텐츠이다. 왜냐하면 서예는 어떤 예술보다도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발전해 온 예술이며. 기록하여 남기려는 인간의 마음을 문자를 빌어 표현해 주는 예술이기도 하거니와 필기구가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 서예는 대표적 필기 수단이었기때문이다.뿐만 아니라 붓글씨는 필법의 이치를 깨치고 숙달시켜조화를 얻으면 그 필획을 통하여 그 사람의 개성과 인격을담아내고 학문과 사상을 드러내는 독특한 품격의 예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다른 예술과는 달리 서예를수신의 방법으로 삼아 절대자유의 해탈경을 터득하려 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서 예는 정신적인 면에서도 실용적인면에서도 늘 우리 삶과 함께하였다. 이렇게 볼 때 서예는 우리 삶 저변에서부터 삶의 궁극적 가치에까지 자리하고 있음을볼 수 있다.그러나 서구문명이 들어오면서 간편한 필기구가 대량으로들어오게 되었고 서예술의 실용적 필요성도 점차 퇴색하면서아울러서 서예의 예술성과 정신성도 잃어가게 되었다. 특히 컴퓨터의 등장은 서예술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였다.뿐만 아니라 필기도구로서의 서예가 무너지면서 서예의예술성과 정신성도 완전히 무너져 서예술이 정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좀 더깊이 생각해 보면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예술이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겠다. 그것은 예술과 생활이 양분되어 존재할 수없는 다변화시대에 서예술의 미적 요소를 생활에 도입, 삶의 질을 향상시킴과 아울러 서예술의 정신성을 회복하여우리 국민의 내면적 흥과 멋을 일깨우고 삶의 품격을 높이기 위함이다.또한 한·중·일 동양 삼국에 의해서 주도되는 서예라는독특한 예술이 그 독창적이고 지극히 감성적인 미의식을21세기 첨단산업과 연계시켰을 때 세계무대에서 독특한부가가치를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디 한글과서예를 바탕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나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해 본다.
김두경 1990년 전라북도 서예대전 대상과 대한민국 서예대전특선, 동아미술대전 특선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서예응용 문자조형 디자인 연구소 문자향 대표와 선비문하체험관 우리누리 관장으로 재임하며 서예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