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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
[테마기획] 한글 3
관리자(2009-10-09 16:46:30)
말 속의 가락이 살아 노래가 되니… - 전북의 방언 - 김규남 언어문화연구소 소장 자연언어로서의 방언 서울 중심적 관점에서는 서울말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의 언어는 모두 방언이다. 그러나 방언을 인위적인 규범에 힘입지 않은 자연 언어(natural language)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지역의 말이 방언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서울말도 당연히 서울사투리이며 한국어는 그와 같은 여러 방언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말이다.다만 이렇게 다양한 방언들이 행정적 일처리라든가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적 행위 등에서 소통의 단절이나 오해를 야기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표준어다. 그러니 표준어는 행정, 교육, 방송 등 공적인 언어 사용이 필요한 곳에서 소통하기로 규정해 놓은 규범어다.물론 표준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공적인 언어 환경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 그래서 표준어에는 그만한 정도의 위신이 부여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표준어에는 필요 이상의 위세가 주어져 있는 듯하다. 유치원 아이들조차 방언을 사용하는 할머니의 말투를 무시한다거나 방언 어휘가 무식한 사람들이 쓰는 말쯤으로 여기고 무시하는 태도가 그 예다.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방언은 우선 지리적 분포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그리고 각 지역의 방언은 다시 그 사회 계층에 따라 약간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말하자면 한 지역안에서도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부자인 사람과 가난한사람, 다양한 직업 등의 사회적 요인에 따라 말이 약간씩 달라진다. 지리적 분포에 따른 방언을 지리적 방언이라 하고 사회적 요인에 따른 방언을 사회적 방언이라고 한다.게다가 지리적 분포와 사회적 요건이 같은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말에 대해 가지는 관심의 정도에 따라 또 말의 차이가 나타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처해 있는 발화 상황에 맞는 다양한 말투를 구사하기 때문에 또 말투에 따른 말의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따라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연언어 즉 방언은 지리적, 사회적 그리고 화자 개인의 말에 대한 태도, 말에 관심을 갖거나 그렇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상황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하는 유동적 실체다. 방언의 사회문화적 가치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언을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반사하고 있는 반사체로 여기는 것은 보통 방언 어휘 때문이다. 방언 어휘 속에는 대상물에 대해 가지는 인식과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그런 특징이 반영된다.예를 들면 바다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바람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스럽다. 따라서 그들에게 바람의 이름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뿐 아니라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양과 시기의 관계, 배와 관련된 어휘들 그리고 다양한 고기 이름 등등은 모두 섬 지역 사람들이 자연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삶의 흔적이며 그것이 곧 방언 어휘에 담기게 된다. 그런 방식으로 평야지역은 평야지역대로 산간지역은 산간지역대로 각자의 자연환경과 조우하며 살아온 삶이 각각 방언 어휘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방언 어휘 속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그 지역의 여러 가지 특징들이 담겨 있다.『태백산맥』이나『혼불』같은 작품에서 구현하고 있는 지역 사회의 모습이 그 지역의 방언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도를 지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개인에게 언어는 그 삶과 정신을 보여주는 것처럼 지역사회에도 그 지역 사회의 문화와 사회를 반영한다.지금이야 교통수단의 발달로 외국에 나가서도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는 게 보통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생면부지의 땅에서 한국어를 듣는다면 그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그런 것처럼 방언도 지역 주민들을 결속하게 하고 서로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기능을 갖는다. 그것은 지역 주민들의 관계가 긴밀하면 긴밀할수록 방언이 더 많이 사용되며 그 방언이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지역 주민의 관계가 긴밀하지 못하고 외지로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며 삶을 유지하는 경우는 지역 주민과의 결속력도 떨어지고 그만큼 방언 사용의 빈도도 줄어들게 된다.방언을 사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그 지역 사회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따지기는 무리지만 방언에 대한 애정 없이 지역 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한국어에 대한 애정 없이 애국심을 말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방언을 지역 사회의 사회문화를 반영하며 주민들을 결속하게 만드는 기능을 가진 것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방언의 존재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다채로움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전북 방언의 다양성 전라북도는 전라도의 일부다. 그러나 전라도라는 말 속에서 전라북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전북은 전라도는 전라도지만 전라도의 변두리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말에서도 역시 그런 특징이 나타나는 것 같다.전라북도 말은 말 그대로 전라도 말이다. 그러나 전북의말이 전라도 말로서의 특성을 지니는 것은 전라북도의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농후하며 전라북도의 북부지역은 중부지역으로부터 내려오는 영향권에 놓여 충청도 말처럼 좀느린 듯하고 억양도 완만하여 전라남도 말처럼 억세고 강한 말의 어감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말이 주는 억세고 강한 느낌은 마치 색깔의 옅고 짙음처럼 북에서부터 남으로 점점 짙어진다. 서울말에서부터 충청도, 전라북도, 전라남도로 갈수록 방언의 농도도 그만큼 짙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라북도 말은 예전에 전라도의 중심지로 기능하던 시절의 전라도 말을 바탕으로 점차 서울말과 비슷해지려는 경향의 변화가 그 위에 서서히 물들어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이러한 전반적인 성향을 토대로, 전라북도는 자연 환경으로 보면 고군산군도와 위도를 중심으로 한 서부 해안 그리고 익산, 완주, 김제, 부안, 정읍 등 서부 평야지대와 무주,진안, 장수, 임실, 순창, 남원 등 동부 산간지대로 구성되어있다. 해안지대, 평야지대, 산간지대라는 자연 환경은 생활방식이 상이한 데서 비롯된 차이가 방언 어휘의 분화로 나타난다.그리고 타도와 인접해 있는 옥구, 익산, 완주의 북부지역은 논산, 서천 말과 섞이며 진안, 무주 등은 충청도 금산,영동과 상호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무주, 장수, 남원 등도 각각 인접한 경상도 지역과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지역을 보통 접촉지역이라고하는데 이 접촉지역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전북은 동부산간지대와 서부평야지대로 동서분화를 근간으로 방언분화를 이룬다. 동서분화를 토대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중부지방으로부터의 영향을 흡수하고 있는 상태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식 속에는 전라북도 방언에 대한 분명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통상 전라도로 통용되기는 하지만 남도말과 북도 말은 엄연히다르며, 충청도나 경상도 말과는 말할 것도 없이 다르다는 분명한 인식이 있다.전라북도 사람들은 남도 사람들보다 성정이 부드럽지만 충청도 사람만큼 느릿하지는 않으며 말도 역시 충청도와남도의 중간적 기질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점잖은 것 같으면서도 다양한 비유적 장치가 있어 표현이 풍요롭고 곳곳에 해학적 기질이 깔려 있어 웃음과 여유로 삶을 바라보는 넉넉함이 말에 반영되어 있다.전라북도 방언이 판소리, 고대소설의 언어적 자원이 되고 채만식, 최명희를 비롯한 윤흥길, 정양, 이병천 등의 작가들이 문학적 자원으로서 방언의 가치를 활용하는 것도 그로부터 비롯되는 일이다. 어쨌든 지역의 정체성은 무엇보다도 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과거를 불러오는 주술의 언어윤흥길의 방언 소설『소라단 가는 길』에서평론가 정호승은 방언을 과거를 불러오는 주술의 언어라고 규정한다. 그의 말마따나 방언 어휘는 듣기만 해도잊었던 시절로 회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때꼬장물’, ‘쇠때’가‘개떡져’지내던‘꾀복쟁이’시절 함께 뒹굴고‘납뛰며’지내던 어린 시절의 친구 이름같은 어휘들이 곧 방언이다. ‘깨금박질’, ‘빠꿈살이’, ‘때깨칼’넣어갖고 다니면서 오만‘말짓’은 다 하고 다니다 머리 뒤로 딱‘찜매고’고무줄치기 하는 게어지러워 고무줄 끊고도망치면 어느새 달려들어‘찝어까던’그‘가시내’들도 이제는 아주머니가 되어 각자의 삶을 보듬고 있으리라.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정서는 부엌으로부터다. 가마솥에서‘훈짐’이 폭폭 날 때는‘달챙이’로 닥닥 긁은‘깜밥’, 얼음 둥둥 떠 있는‘싱건지국’한 사발, 지금도 가마솥 여는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그래서 방언은‘탯말’, 어머니의 말이며 유년의 정서를 끌어올리는 벼리와 같다. 응당 이 지역 방언 어휘는 전라도 정서의 바탕을 이룬다.무거운 일상을 가볍게장계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손자가들어와 할아버지를 찾았다.“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갔어?”“몰라, 집 나간 지 삼 일 되았다”.할아버지야 늘 경로당 아니면 둥구나무 모정에 있을 게뻔한 일이건만 할머니의 농담이 심심한 순간을 살짝 흔들어 깨웠다. 이런 말투는 어딜 가나 비일비재해서 행선지를묻는 시내버스 운전사의 대답도 방자의 말솜씨 뺨친다.“아저씨 이 차 송천동 가요?”“가기는 가는디 한 삼 일 걸릴 거요”.눈으로 읽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는 글맛을 느끼게 하는채만식의 소설 문체 역시 전라도의‘말뽄새’가 적나라하다.춘심 : 아까 낮에 명창대회서 영감님이 연신 조오타 조오타 하시던 적벽가 새타령하까요?윤 직원 : 하앗다! 고년. 섯바닥은 짤뤄두 침은 멀리 뱉는다더니 아나 니가 적벽가 새타령을 허먼 나는 하눌서빌을 타오겄다.나만 빼놓고 다 망해버리라고는 심보로 나라고 지랄이고내 몸 하나 넉넉하면 그뿐이라고 여기는 윤 직원이 나이 어린 기생 춘심과 농탕질을 벌이는 대화도 꼭 말 못해서 죽은귀신 없는 전라도식 말하기다.윤 직원 : 배고프냐? 배고프먼 우동 한 그릇 사주까?”춘심 : 아이구머니! 영감 죽구서 무엇 맛보기 첨이라더니!”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대화이긴 하지만 어떻든 말하는솜씨 하나는 영락없는 전라도 식이다. “섯바닥은 짤뤄두침은 멀리 뱉는다더니”라든가“영감 죽구서 무엇 맛보기첨이라더니”등으로 기생 춘심과 윤 직원이 벌이는 농탕질의 작태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걸죽한’농담으로서 일상의 무료함을 일순간에 흔들어 깨워 한바탕 웃게 한다.말마다 가락이 살아전라도는 가락으로 슬픔과 기쁨을 표현하는 동네다. 그래서 일상적인 말하기 속에서조차 가락이 느껴진다. 숫자를 셀 때도 그냥 세는 게 아니다. ‘한나, 두울, 서이, 너이’,‘ 한놈, 두지기, 석삼, 너구리’식의 리듬을 살려 센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를 할 때도“옛날에 똑같은 친구가 있었던개비여. 하나는 눈깜짹이, 하나는 코훌짹이, 하나는 부실먹쟁이”하는 식의 리듬이 살아난다.“앞집 지순어매, 옆집 깨순어매, 뒷집 순뎅이아무거. 모다 나와 콩너물을 지르네 험서 난리를 치는디”“도채비들이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야단이 나. 채비들이깜박거림서 왔다갔다 왔다갔다 달음박질을 험서 야단이 나”.말 속의 리듬을 조금만유장하게 늘이면 곧 그것이 가락이 되어 노래가 된다.칠팔월 쑤싯대는 철이나 알고 흔드는디우리집 시어마니는 철도 모리고 흔드네.세월아 세월아 가지를마라아까운 우리 인생 다 늙어간다.지남철갑은 뚝 떨어져 살어도정든님 떨어져서는 내가 못 살것네.전라도가 판소리의 고장이요 고소설의 말밭이 된 것이‘매급시’된 게 아님은 이런 연유로부터 분명히 설명이 되는 셈이다.삶에서 건진 깨달음방언의 매력 중의 하나는 일상적 삶에서 깨우친 가치를보편성 있게 표현하는 관용적 표현들에서도 잘 나타난다.다음의 예가 그러한 것들이다.으멍헌 귀엥이 부뚜막으 모냐 올라간당게배는 짓도 안허고 깡다리보톰 장만허냐게울른 농군이 정초보톰 서댄다더니한 개 새끼도 아롱다롱이랑게장맛은 쌈빡히도 날내 나는 법이다참새가 크다고 알 낳는 것이간디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가는 일은 부뚜막을 신성하게 여기던 시절을 배경으로 할때 그 의미를 분명히 알수 있다. 돛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장치‘깡다리’부터 장만하려 드는 사람이나 철도모르고 덤벙대는 철딱서니를 경계하는 말들 역시삶의 배경을 토대로 일구어낸 표현들이다. 한 부모에게서 난 자식들도 각각 그 성정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한‘한 개 새끼도 아롱다롱이랑게’나 장맛 좋은 순창에서 사람살이를 경계한 표현등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 말맛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어떻든 참새가 크다 알 낳는 것 아니듯, 방언도 무시당할존재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공감의 언어전라도 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형적 전라도 말투가‘-잉’이다. 누구를 만나든‘-잉’없는 대화는 뭔가 문제가있어 보인다. 그 까닭은‘-잉’의 화용적 기능 때문이다.‘-잉’은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이나 자신의 말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능도 있지만 상대방도 자신의 말에 동조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쓰이는 기능이 있다. 소통을 확인하는‘-잉’도 상대가자신과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지만무엇보다도 상대의 공감을 예측하며‘-잉’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과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에 두지 않으면불가능하다. 어차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이라면 서로의마음을 이해하고 화답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태도가‘-잉’속에 담겨있다. 살려 쓰고 싶은 방언 어휘 ▷ 추억을 끌어올리는 벼리 같은 어휘 어떤 어휘는 떠올리는 순간, 우리의 인식을 과거의 한 장면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생활에 묻혀 잊고 지냈던‘꾀복쟁이’친구 같은 어휘 그래서 듣는 순간 꽃불 같은 추억이되살아나는 어휘, ‘깨금박질’, ‘빠꾸매기’, ‘둥게’, ‘삔따먹기’,‘ 땅개비’,‘ 깨구락지’,‘ 칼시엄’등‘탯자리, 쌈터’에서 나고 자라며 써왔던 코 묻은 말, 고단한 삶의 찌꺼기때문에 가슴이 답답할 때, 팔을 휘두를 때마다 고개를 함께젖혀가며‘칼시엄’치던 그‘또랑물’을 떠올려 보라. 거기‘꾀복쟁이’친구 같은 방언들이 망각의 강물을 거슬러 아름다운 시절을 되돌려 주리니….▷ 작가가 따로 없는 감각적 표현날이 새는 순간을 보면 어둠이 빼곡한 밤하늘 어느 한 귀퉁이에서부터 하얀 기운이 피어오르다가 어느 순간 천지가그런 기운으로 가득 찰 때가 있다.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희부윰허게’라는 어휘가 있다. 색감과 질감이 한꺼번에 담겨 듣는 순간 그렇겠다 싶은 그러나 컴퓨터자판이 한글 입력을 거부할 정도로 낯선 이 어휘의 정체는전북 방언 몇몇 어휘에서 접미사‘-옴/움허-’의 조어 방식으로 통해 명백히 확인된다.포리-+-옴허다 = 포롬허다,반들-+-옴허다 = 반도롬허다쌉쌀-+-옴허다 = 쌉쏘롬허다,맨들-+-옴허다 = 맨도롬허다‘포리-’는‘푸르다’와는‘작거나 옅은 어감’으로 짝을하는‘포르-’에서‘르>리’가 변화한 다음에 여기에‘-옴’이 붙어서 보기도 민망한‘포롬헌’이란 글자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괴상한 말 역시‘포롬헌’색깔을 만나면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대원사 무제치기 폭포수로 모은 계곡물이 저렇듯‘포롬헌’것은‘물이 참말로 포료오옴허다’하고 표현해 본 사람만 아는 느낌이다.도대체 누가 이런 말들을 만들었을까. 포마드 말라서 반들반들한 몰골에 대고‘생긴 것은 반도롬허게 생깃는디 허는 짓은 꼭 부사리(고삐 안 꿴 망아지)맹이네잉’라든가,‘어떻게 문댔는가 손잽이가 맨도로옴허드랑게’하는 등에서 싱싱하게 제 성정대로 살아 숨쉰다. 철들어서야 알게 되는 들꽃의‘작살나는’매력만큼이나 현란한 이 표현 장치덕분에 배웠다고 껍죽대는 치들의 자존심은 그저‘옴시레기’담아다가 개나 줘야 할 일이다.▷‘홍엇속맹이로’속을 화하게 만드는 어휘“‘아이고매, 사랑잠 한 번 지대로 못 히보고 평생을 늙어 버릿으니…”. 말이 그렇지 평생을‘어심어심허니 살다봉게’참말로 그 꼬순내 나는 사랑잠 한 번을 지대로 못 자보고 늙어버린 저 바람 빠진 삭신을 어찌야 쓰꺼나.“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이 그냥 느끼기만 해도 좋은 말‘사랑잠’이란 말도 구이 평촌 사는 할머니한테서 들은 말이다. 최명희 작가가 찾아서 꽃피운‘꽃심’역시‘사랑잠’만큼이나그냥 들어도 이미지가 홍어 뱃속 같이 화하게 달려드는 어휘이다.재래시장, 들녘, 산골짜기, 갯벌 전라도 산야 어디를 가든 잠시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시라. 전라도의 혼이‘봉울봉울’피어날 터이니…. 김규남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사회방언학을 전공,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라북도언어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주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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