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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문화비평]
‘TV 끄기’ 운동과 선정성
김선남 원광대 교수?신문방송학과(2003-07-03 15:57:36)
최근 방송의 선정성은 다른 때보다 그 수위가 매우 높다. 8월 2일 문화부장관은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하여 강력 대처하겠다고 경고하였으며 이에 따라서 방송 3사 사장들은 자정결의를 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앞으로 건전한 프로그램만을 방송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절대 선정적인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겠다’는 이번 방송 3사의 선언도 역시 ‘때우기용’ 혹은 ‘전시용’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방송의 선정성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었고, 그때마다 매번 방송 3사는 방송의 ‘공익성 강화’를 내걸고 건전한 방송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립서비스’였을 뿐 방송사는 시종일관 선정적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여왔던 것이다. 이번 방송이 보여준 선정성은 그 수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그리고 선정성이 단지 연예오락 프로그램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뉴스보도 프로그램에까지 보편화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것이다. 우리가 방송의 선정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방송의 사회문화적 영향력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1999)에 의하면, 국민 대다수는 여가 시간을 TV 시청으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의 90% 이상이 평일에는 2시간 47분을,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각각 3시간 8분, 3시간 54분 동안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국민의 주말 TV시청 시간이 평일 TV시청 시간보다 더 많음에 따라서 각 방송사는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평일보다는 주말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진흥원(1999)에 의하면, 평일에는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약 10%만이 선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던 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48.5%가 선정적인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전국민은 선정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 된다. 선정성으로 포장된 최근 방송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방송 3사가 지난 7월 프로그램 개편을 통하여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대폭적으로 확대 편성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SBS-TV <한밤의 TV 연예>, KBS-TV <연예가 중계>, MBC-TV <섹션 TV 연예 통신>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방송사별로 내용과 진행방식에 있어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연예인의 결혼, 이혼, 사랑 등의 사생활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들추어내거나 출연 연예인의 몸매나 외모를 강조한 연예 활동 소개 등의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둘째, ‘목표달성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인하여 엿보기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SBS-TV <임백천 원더풀 투나잇>의 ‘김종석 대학간다’의 코너를 시발로 최근에는 유행처럼 번져 방송3사가 이와 유사한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면 KBS-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박치기왕’, ‘휴먼체험 대장정’, MBC-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국토 대장정 청년이 간다’, <목표달성 토요일> ‘god의 육아일기’, ‘꼴찌탈출’, 그리고 SBS-TV <기쁜 우리 토요일> ‘음치와의 전쟁’, <뷰티플라이프> ‘이의정의 키 크는 TV’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령, 과제, 임무, 특명, 목표, 경쟁, 도전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들은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들을 등장시켜서 그들의 사생활이나 혹은 그들이 특정 상황 속에서 설정한 목표 혹은 과제를 어떻게 달성 혹은 해결하는지를 ‘지켜보기’, 혹은 ‘엿보기’ 형태로 그려낸다. 셋째, 여성의 과다노출에 의존한 선정적인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각종 오락 연예프로그램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여성출연자 벗기기’를 자행하였다. 예를 들어 SBS-TV <러브게임>, <이홍렬의 TV 대발견>, <SBS 인기가요>, KBS-TV <뮤직뱅크>, <이경규 심현섭의 행복남녀>, MBC-TV <생방송 음악캠프> 등 최근의 많은 프로그램 혹은 프로그램의 코너에서 과다하게 신체를 노출한 여성출연자들을 등장시켰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서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키니 차림의 여자 출연자와 일상복 차림의 남자 출연자가 나와서 퀴즈풀기 혹은 게임을 하면서 물속에 빠지는, 일명 ‘퐁당걸’, ‘물쇼’의 내용으로 일관하였다. 넷째, 성(性)담론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하면서 선정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SBS-TV의 토크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성>, <이홍렬 쇼>의 ‘유부클럽’, MBC-TV 시트콤 <세친구>, iTV의 <마법의 성>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프로그램들은 성 지식을 알린다는 미명아래 오히려 성을 저질적으로 만들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다. 방송의 선정성은 여러 형태의 사회적 폐해를 낳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특히 심각한 것으로는 ‘엿보기’ 즉 관음주의를 일반적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잡게 한다는 점과 또 여성비하 현상을 재생산해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선정적인 방송문화의 극복은 왜곡된 방송 문화의 풍토를 바꾸는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제작진은 수용자의 수준을 더 이상 평가절하하지 말고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방송사는 산적해 있는 방송의 구조적 문제들을 과감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노력은 시청자의 몫이다. 시청자들이 과감하게 수동적인 수신자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수용자가 될 때 방송문화는 바로 세워질 것이다. ‘선정적인 TV’ 끄기 운동을 과감하게 벌이는 시청자가 방송의 진정한 파수꾼이다. sunkim@wonnms.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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