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9 |
[문화시평] 전북미술의 현장전
관리자(2009-09-03 13:56:37)
전북미술의 현장전
(7월 24일~8월 30일) 전북도립미술관
구상 회화의 변신 혹은 발전
김선태 미술평론가,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제2기 신임관장의 첫 단추 채우기
전라북도미술관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이흥재 관장이 새롭게 부임하고 나서 첫 번째로 개최한 <전북미술의 현장전>은 그만큼 여러 가지 감회가 교차되는 전시 임이 분명하다. 5년 전, 그때와 사정은 약간 다르지만 도립미술관 개관 전으로 말미암아 끝없는 불신과 잡음이 있었던 점을 상기해 볼 때 말이다. 신임관장으로서 도립미술관의 새로운 위상정립을 요구 받는 처지라서 향우 미술관의 변화상을 제시하는 상징적 요소를 일부 보완해야 한다는 다소간 그런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간 지역미술인들의 볼멘소리는 지역미술의 홀대라는 측면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전북지역 출신 작가들 중에서도 중견작가에 해당 되는 4~50대 작가 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전북미술의 동시성과 통시성의 양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경향을 보여줌으로써 향우 미술관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중점을 둔 전시로 비춰진다. 본래 전북미술은 구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며 보수성이 강한 예향이라 는 이미지로 부각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북미술계는 다양성과 다변성이 공존하는 변화와 함께 새로운 미술계의 흐름 속에서 다채로운 미술행사들이 상업화랑과 전시공간을 통해 기획됨으로써 지역미술문화 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번 <전북미술의 현장전>은 작가 선정이 보여 주듯이, 주로 구상회화 작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변화된 모습을 보 여준다. 특히 한국화에서 수묵 추상의 정미현 작품 외에 대 부분 구상성이 뚜렷하며, 중앙대 출신들이 비교적 다루어 왔던 독특한 인물채색의 고찬규, 실경산수의 또 다른 현대 적 경향의 김범석, 수묵 대관 산수가 돋보이는 김학곤, 전 통화법을 고수하면서 맥을 잇는 박미서, 장르 구분 없이 또 다른 실험적 풍경을 펼쳐 보여주는 전량기, 장식적이며 섬 세한 현대적 화조화를 추구하는 조현동, 관념과 실경의 적 절한 조화를 이루어내는 홍성녀 등의 회화에서 작가적 기 량이 돋보인다. 서양화에는 자유로운 붓 터치의 강정진, 설경의 묘미를 보여주는 고상준, 실험적 뉴미디어 인터랙티브(상호작용, 혹은 쌍방향) 아트에 권순환, 회화의 힘을 느끼게 하는 나 종희,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박상규, 수채화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바꿔주기에 충분한 박운섭, 질박한 질감과 어울리 는 인물 풍경의 박천복, 회화적 밀도가 느껴지는 우상호, 거친듯하면서 삶의 모습이 담겨있는 윤철규, 강조와 생략 이 적절히 표현된 풍경의 이석중, 설치와 조각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임택준, 장식적이면서 회화의 본질을 보여주는 조영대 등의 작품에서 회화적 다양성을 볼 수가 있다. 한편 미니멀한 인체 조각의 국경오, 대리석과 스틸로 조성된 추 상조각의 류경원, 혼합매체로 기록적 성격을 부여한 송수 미, 도예의 이명복, 양모로 꾸며진 이효선 등 평면과 입체 의 적절한 작가 안배가 돋보인다. 이번 <전북미술의 현장전>은 신임관장으로서 전북미술 의 현장을 되짚어 보고 현주소를 파악하려는 시도로 여겨 진다. 그렇다고 이러한 전시를 지역연고주의로 바라보는 시각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04년 전북도립미술관이 개 관할 당시에 지역작가들이 배제된 것에 항의하여 집단행동 을 시도했던 일이나 이후에 관장이 이를 수용하여 전북출 신 작가들을 대거 참여시킨 기획전을 연 것이 어제 같았는 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전북도립미술관의 앞 으로의 행보에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역할 필자뿐만 아니라 지역미술인 모두가 지역연고주의라는 말 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일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북도립 미술관이 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미션의 정확한 설정 을 통해 도립미술관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자기 정 체성을 표명해야 한다고 본다. 도립미술관이 진정으로 지역 미술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작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 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는 필수 항목이 되었 을 정도다. 이웃 광주의 대인시장, 청주의 하이브, 대전의 창 작스튜디오, 부산의 오픈스페이스 등 국내 공공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 현재 경기 도미술관이 추진하고 있는 선감도 경기창작센터는 작품수장 고도 갖추고 전시를 통해 일반인에게 작품을 공개하기도 하 고 아트페어 형식으로 판매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단순히 작업공간만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내 용이 있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전북미술계도 절실하며, 전 북미술 인프라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그들의 공공미술관 행보 가 남부럽기 그지없다. 이러한 공간이 확보될 때만이 중국 북경 따샨스 789지역 같은 창작스튜디오가 형성되어 전북미술을 넘어 한국미술의 현주소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 관장체제를 중심으로 도내 미술인들이 화합하여 창작스 튜디오 만큼은 꼭 실현시키기를 당부한다. 한편으론 미술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나갈 학예연구실장 의 공석이 염려된다. 상식적으로 전시, 행정, 작가섭외, 작품 수집, 교육 등 각 분야별로 학예연구원만도 최소한 5명 정도 가 충원이 돼야만 미술관으로서 제대로 운영이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부족한 도내 예산으로는 완벽한 인적 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기에 2-3명이라도 확보해야할 당위 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또한 도민을 위한, 관람객(도민)의 라이프스타일과 편의 위주로 미술관 경영은 필수적이다. 사실 미술관 입지선정부 터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이 염려되었지만, 운영의 묘를 찾는 다는 측면에서 이번에 미술관 폐관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 장 결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성공한 공공미술관 운영을 벤치마킹하 여 전북도립미술관에 맞는 모델을 재창출해 내는 것도 심사 숙고해야 한다. 그 성공모델로 영국 게이츠 헤드에 위치한 2002년 7월에 개장한 발틱 현대미술관을 소개하고자한다. 밀가루공장을 개조해‘예술공장’을 표방한 현대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철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방치해두었던 제분 공장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부활했다. 발틱 미술관은 작가 들이 작품 활동을 하며 몇 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레지던스 (residence)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필요할 때는 세이지 음악 당과 연계한 아트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또한 지역민과 연계 하여 지역예술인을 발굴하여 양성하고 주말에는 가족들을 위한 전시를 연다. 결국 미술관 작가 시민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쇄락한 구도시를 명문 도시로 재탄생시킨 발틱 미술관 을 우리로서는 주의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전북도립미술관장은 전북미술계의 대표성을 인식 하고 소신을 갖고 일하고, 모든 미술인들은 서로 화합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립미술관이 계획 하고 있는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먼저 전북미술현장 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 운 영과 의사결정을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 줌과 동시에 전북미술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다면 전북도립미술관이 전북미술의 담론생산처가 될 수 있 을 것이다.
김선태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전북도전, 춘향미술대전, 전북판화대전, 대한주택공사조형물심사위원을 지냈다. 현재 전북문예진흥기금평가위원과 예원예술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 한지조형미술전공 부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