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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 |
[문화칼럼] 인본도시,전주와가나자와
관리자(2009-09-03 13:55:42)
인본도시,전주와가나자와 이흥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도시사회가 인간미 없고 무미건조해진 것은 익명성(匿名性)때문이다. 이러한 몰인정한모습은 문화예술이 갖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치유될 수 있다. 가장 좋은 도시란주민들이 살고 싶은 매력을 느끼며, 사람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를 인본도시라 불러도 될 것이다. Lawrence Haworth는 좋은 도시의 특징으로 풍요, 개방성, 안전 그리고 사람중심(person-centeredness)의 네 가지를『좋은 도시』라는 책에서 강조한다. 그의 말마따나“개인들의 훌륭한 삶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 좋은 도시라면,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구현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도시가 바로 인본도시아닌가 생각한다.당장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는 없더라도 그를 달성하려고 노력한다면 적어도‘인본주의정책도시’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인본도시로 가는길이라 기대하는데 손색이없을 것이다.사람의 도시, 전주와 가나자두 도시는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오랜 친구로서 자매도시다. 무엇보다 인본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도시, 아니면인본주의정책도시라는 점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먼저 도시규모가 가나자와 45만 명, 전주 63만 명의 인간적인 규모(human scale)의 도시이다. 길거리에 나섰을 때또는 이웃 간에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염치 있는 생활이가능한 도덕적 힘(moral power)이 지배하는 규모이다.두 도시는 소규모 토착산업으로 경제기반을 삼고 있다. 가나자와는 전력과 용수부족으로 중화학공업대신 섬유산업이발달되었다. 전주도 중앙정부주도의 압축성장기에 소외되어큰 공장 없이 경제성장기를 지내왔다. 문화경제적 관점에서볼 때 지역총생산규모(GDRP)는 낮지만 결과적으로 환경오염 없이 자연조화적인 도시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가나자와가 2001년 조사에서 가장살고 싶은 도시로 선정된 배경을알만하다.두 도시는 역사문화자원에 바탕을 두고 문화정책을 최우선으로 삼는 문화도시다. 이로써 시민감성을 높이 살리는 감성도시정책을펼치고 있다. 가나자와는이를 위해 관련법들을 만들어 집행하고, 전주도 이와 같은 조치들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도시 시장의 문화마인드와 문화협동적 정책노력은 최고수준이다. 가나자와 타모츠 야마데 시장은 경관법(1989), 역사적 환경의 주택가 보존을 위한 고마치나미보존법(1994), 세계도시 개념도입(1995), 시민참여적 도시계획증진법(2000), 녹색도시계획증진법(2001)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 전주시 송하진 시장도 발달 단계에서 가나자와와시차는 있지만 환경과 문화예술의 조화를 통해 한옥마을가꾸기, 전통문화도시, 아트폴리스, 도시재생, 창조도시 등 일련의 정책들로 한(韓)바탕도시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역사의 특정 시점에 문화 인력을 대폭적으로 지원받게 되어 르네상스를 이룬 점도 두 도시가 비슷하다. 가나자와는 에도시대에 군사력대신 평화를 기반으로 삼아 예술, 공예, 학문활동을 높게 보고 수많은 전국의 장인들을 초빙하여 각종 공예품제작의 발전기폭제로 계승했다. 물론 그 당시 노하우를현대까지 이어오고 있다. 전주는 1950년대 한국전쟁 시 피난민들이 인심 좋은 전주로 몰려들면서 몇몇 예술장르에서 르네상스기를 맞이했다. 그 뒤 영화, 소리, 미술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간판예술(leading art)로 성장하게 된다.그 밖에도 두 도시는 인적 자원개발의 소중함을 일찍부터받아들여 교육도시로서 제도적인 틀을 갖춰가고 있다. 또한압축적으로 상징적인 조치인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유네스코 창조도시 지정을 위해 노력하여 가나자와는 2008년공예부문에서 지정을 받았고 전주시는 음식을 통해 지정을신청하는 중이다.지속성장이 관건인본도시로 커가기 위해서는 우선 일반적인 인본주의 전제조건에 충실해야 한다. ‘사람살기 좋은 사람의 도시’를 이어가려면 적어도 창조적 활동, 균형 잡힌 도시경제, 창조적지원인프라, 문화적 쾌적성, 문화시민활동, 선도적인 문화정책 등을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속성장이 가능한 도시로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을 모두 이와 관련된발전지표에 맞춰야 한다.우선 창조성과 인간애가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 사람중심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역할과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분열이 아니라 개인성장과 발전이 사회발전과 균형 있게이뤄져야함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양반도시로 이름 높던‘도시의 시민품격’을 높여야 한다. 우선 개인부터 품격 있게 지내야 한다. 상놈이 없어졌지 양반이 없어진 것은아닌데도 어느 때부터 천박한 물질만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가고 있어 안타깝다. 소득과 자유시간이 보장되는 도시로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창의가 보장되는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대학특성학과, 연구기관, 도서관, 문화예술 시설, 문화의 자기전개력이 가능한 문화단체 활동 지원이 중요하다. 비영리 시민단체활동이나 복지적 문화활동 조건도 무한 보장돼야 한다.최소한의 균형 잡힌 경제기반이 필요하다. 미래지향적 첨단산업구조의 정보기술도시, 문화 또는 체험산업과 같은 무연산업들, 의식주에 이어 행(行)이 보장되는 부드러운 사회순환, 1인창조산업과 같은 지역실정에 맞는 기업행태, 마음 편한 여성경제활동 보장(여성행복도시)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가나자와와 전주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대접받는 이상향이되어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많은 도시다. 다양한 생산시스템이 지속적으로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에 기반을 둔 특유한 모델로 지속발전가능한 도시가 될 수있다. 사람대접 받으며 맘 편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이 보장되는 도시. 그곳이 바로 살기 좋은 인본도시이다. 가나자와와 전주가 모범적인 인본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흥재 전북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성균관대 대학원을졸업한 뒤 한국문화정보센터 소장,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한국문화정책개발원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전주 정보영상진흥원 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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