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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 |
[문화칼럼] 루돌슈타트 축제를 다녀와서
관리자(2009-08-10 11:54:19)
유럽에서 여름 시즌에 열리는 축제 가운데, 한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축제는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Avignon Festival)과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구에서 월드뮤직에 관심을 둔 이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축제가 있다. 유럽에서 최초로 생겨난 월드뮤직 축제의 공식명칭은 T. F. F. RUDOLSTADT(Tantz, Folk & Festival Rudolstadt). 1955년 당시 동독(GDR)의 튀링겐 지역에 루돌슈타트에서 시작됐다. 1990년 동독과 서독이 통합하면서 통일이 되던 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이 축제가 열리고 있다. 아울러 이미 2013년까지 그 일정이 잡혀있는 명실상부한 독일 최대 규모다. 축제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속춤과 민속음악에서 출발한 축제다. 현재 이 축제는 흔히 말하는 ‘월드뮤직’을 중심에 두면서,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악기들을 만날 수 있다. ‘국악의 세계화’에 관해 고민하다    윤중강  음악평론가, 축제기획    축제를 성사시킨 세 주인공을 만나다 유럽의 한 지역에서 펼쳐지는 대규모의 축제를 발견(?)한 사람은 김선국(음악 프로듀서, 저스트 뮤직 대표). 그는 루돌슈타트는 ‘한국전통음악의 유럽월드뮤직시장진출의 교두보’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는 축제의 예술감독에게 한국음악의 모든 CD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음악을 소개했다. 실제 축제의 예술감독은 판소리, 산조 등 한국음악의 용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김선국은 이 축제가 아시아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나, 아직 아시아 아티스트가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음에 관심을 둔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 중국, 일본에서 여성 연주가들이 참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여성연주가에 관심을 두었다. 이번 축제의 한국대표팀 단장은 김해숙. 가야금 연주가인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이자, 한국산조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김선국이라는 젊은 음악 프로듀서의 열의에 동조하면서, 이번 축제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렸다. 결과적으로 메인 무대에 설 연주가 두 명과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의 ‘영산예술단’(이거희 사무국장)이 프린지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이렇게 출연팀을 결정함으로서, 독일 및 외국팀에 비해서 손색이 없는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이번 축제의 숨은 일꾼은 최우석이다. 현재 C&L 뮤직에서 재즈와 월드뮤직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일찍이 음반사에서 일하면서 월드뮤직에 대해 큰 관심을 두었다. 월드뮤직이나 재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ECM 레이블에 큰 관심을 둔다. 최우석은 현재 한국에서 발매되는 이 레이블의 실무담당자이기도 하다. 아울러 해외의 많은 아티스트를 국내에 초청을 해서 공항 픽업에서 시작해서 실무 공연진행까지 능숙하게 처리한 바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주로 음반에만 관계했던 김선국과 함께, 실제 아티스트들이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는 뒤에서 묵묵히 노력을 해주었다. T. F. F. 루돌슈타트 월드뮤직페스티벌에 가다 7월 3일부터 5일까지, 루돌슈타트 전역에서 축제가 펼쳐졌다. 루돌슈타트는 인구 1만 5천명의 작은 도시다. 그러나 도시 규모는 그에 비해 널찍하다. 축제는 루돌슈타트의 언덕 위에 있는 성을 비롯해서, 루돌슈타트 시청앞 광장, 그리고 루돌슈타트의 극장, 교회를 비롯한 실내공연장, 더불어서 루돌슈타트 역 건너편의 공원 특설무대에서 펼쳐졌다. 축제가 펼쳐지는 장소의 성격이 다른 만큼, 이번 축제에서 만나는 공연(콘텐츠)도 무척 다양했다. 우리는 유럽의 많은 페스티벌에 대해서 보다 더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축제마다 특성을 정확히 알고, 그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축제의 성격은 복합적이기는 하나,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으로 말한다면, 다음 세 가지로 축제를 나눌 수 있다. 첫째, 예술(arts)을 중시하는 축제. 축제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는 하나, 결국은 국내 및 해외에서 훌륭한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그들에게 좋은 공연장과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해서 양질의 예술을 축제를 보러온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이라거나,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축제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둘째, 즐거움(entertainment)에서 만족을 얻는 축제. 내 눈에 비친 루돌슈타트 축제는 이와 같았다. 사실 공연팀의 수준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반면 그것은 그리 대수로운 게 아니었다. 아티스트 ‘라인업’에 그들은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다. 축제에 온 사람들은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열광적인 관객들은 야외 공연장에서 모두 서서 환호하기도 했지만, 어느 관객들은 그저 공연장 중심에서 드러누워서 자기도 했다. 때론 헤드셋을 통해서 다른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아무도 그런 모습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셋째, 소통(networking)을 통해 정보를 얻는 축제가 있는 것 같다. 엄밀히 축제라고 부르기 어려우나 워맥스나 미뎀을 통해 월드뮤직의 경향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 내가 다른 면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번 루돌슈타트에서는 이런 면에 관해서 잘 알 수 없었다. 대신 아주 편안한 장소가 있었다. 루돌슈타트에서 모든 아티스트와 스텝들에게 하루 종일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여름휴가를 즐기는 한 방법으로서의 축제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역무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루돌슈타트의 작은 역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고,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를 탄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루돌슈타트 역 뒤편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특별히 놀이기구가 있는 게 아니다. 많은 나무들과 넓은 잔디가 있을 뿐이었고, 이곳이 바로 축제의 야외공연의 최적 조건이 된다. 커다란 공간에는 세 개 정도의 큰 무대가 있다. 사람들은 그 공연장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좋으면 듣고, 자신의 취향이 아니면 주변에서 놀거나 누워서 자거나 책을 읽고 있다. 이제 농촌(?)적인 분위기가 좀 식상이 느껴지면, 읍내(시청 주변)로 향한다. 시청 앞 광장에는 분수가 있는데, 이미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이 도시 중앙의 분수에 발을 담기고 얘기도 하고, 책도 읽고, 기타 치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도시주변에 작은 공간들은 모두 축제의 무대였다. 관객들은 좋은 음악이 나오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춘다. 루돌슈타트 축제의 이름에 춤(Tantz)이 있다. 이는 유명한 댄스팀을 초청해서 공연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다양한 형태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악을 들으면서, 관객들이 저마다 ‘제 멋에 겨워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축제의 첫 번째 글자인 ‘T(Tantz)’는 그런 의미를 띠고 있었다. 이렇게 축제를 즐기다가 어느새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면, 그들은 도시 위의 성곽으로 향한다. 한낮은 무척 덥지만, 저녁 어스름에는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시간마다 시간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들리는 산꼭대기 성을 허걱거리며 올라가면, 넓은 공간이 반긴다. 거기서 또한 대규모의 축제가 열린다. 성에서의 공연은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신나는 공연이었다. 한국에서 참가한 세 명의 연주가 올해 축제에 솔리스트로 참가한 중견 연주가 허윤정(거문고, 북촌창우극장 예술감독)과 김경아(피리와 태평소, KBS국악관현악단 피리수석). 그 두 사람의 반주자로 김웅식(타악, 창작타악그룹 ‘푸리’ 동인, CMEK 동인).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졸업생으로 구성된 영산예술단이 프린지 무대에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 청중들과 ‘국악’을 만나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허윤정과 김경아는 루돌슈타트 공연장 중에서 가장 예술적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과 ‘교회’에서 두 차례 연주를 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루돌슈타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개막공연에도 함께 참여했다. 거문고, 태평소, 장구가 함께 연주하는 즉흥성이 강하게 느껴지는-실제는 고도의 음악적인 약속이 전제한-‘시나위’ 풍의 음악이었다. 김경아의 태평소는 개막공연에 적합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개막공연에서 그녀는 한손에 태평소를 들고, 또 한 손으로는 유럽 관객의 박수로 유도해서 신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김웅식은 한국의 연주가 가운데 해외 무대에 가장 많이 참여한 반주자이다. 가야금 연주가 황병기 명인을 비롯해서 많은 연주가들과 해외의 유수 페스티벌에 참여하였고, 무대에서 제 몫을 확실하게 하는 연주가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축제의 메인공연에선 허윤정이 특히 돋보였다. 레퍼토리, 연주, 무대매너 등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첫 번째 연주곡은 <초수대엽>, 유럽인들은 뭔가 확실하게 알 순 없지만, 분명 오리엔탈리즘으로 향하는 음악이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어진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허윤정은 여기서 거문고가 갖는 독특함을 무기 삼아서, 비르투오소(virtuoso)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그녀의 산조 연주가 끝났을 때, 유럽 고급청중의 박수소리는 분명 달랐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만든 작품인 <복선>을 연주했다. 이는 루핑(루프머신)을 이용한 작품으로, 마치 여러 명이 함께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적인 경험이 풍부한 허윤정은 당당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나갔다. 이런 모습과 음악에 유럽청중들은 반했고, 그녀가 연주를 끝냈을 때,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대한민국사람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T. F. F. 류돌슈타트의 세 가지 매력 류돌슈타트의 매력을 꼽으라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 월드뮤직축제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형태가 공존한다.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둘째, 확실한 주제가 있다. 겉보기엔 좀 어수선한 것 같지만, 해마다 특정한 악기군과 특정한 나라를 선택해 관련된 음악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올해의 초점은 악기론 류트(Lute)와 나라론 러시아가 선정됐다. 프로그램북에선 이에 관해서 소상히 설명해 주고 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진정 편하게 쉴 수 있는 축제였다. 이 축제에 온 사람들은 독일 남부지방의 뜨거운 여름 햇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축제가 열리는 공원 옆 야외 수영장에서는 나체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햇빛과 음악 속에서 자유를 그야말로 만끽하고 있었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해서, 이 작은 도시에 왜 축제기간 동안 6만 명에서 8만 명이 모여드는지 알 수 있었다. 소통, 그것은 월드뮤직의 영원한 키워드다. 우리가 마냥 한 지역의 음악, 한 지역의 악기로서의 특수성만을 강조할 때, 그건 결국 한 두 번의 관심대상으로 끝이 난다. “한 지역의 음악어법(선율, 리듬)과 한 지역의 악기(음색, 기교)를 기본으로 해서 어떻게 세상 사람들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을까?” 새삼 내 인생의 화두를 확인할 수 있는 축제였다. 한국에도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비롯해서, 국악에 뿌리를 다양한 음악과 소통하는 축제가 있다. 이런 축제에서도 분명 루돌슈타트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윤중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와 일본 국립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제1회 객석 예술평론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강사이자 KBS 제1FM <흥겨운 한마당> M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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