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 |
[수요포럼] 익산 국립박물관
관리자(2009-08-10 11:53:40)
익산 국립박물관 추진과 세계문화유산 등재
익산, 백제문화의 중심을 꿈꾸다
지난 23일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익산 국립박물관 추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주제로 일흔 여덟 번째 마당 수요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익산 국립박물관 추진과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질책, 격려가 오고 갔다. 열기 넘쳤던 두 시간의 토론 속에는 익산과 백제의 문화에 대한 토론자들의 애정이 담겨있었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던 그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익산 지역 또는 전라북도 쪽에 있는 백제문화를
어떤 식으로 발전 시키고 현대적인 의미를
갖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 윤덕향 전북대학교 교수
“시민들에게 문화재의 중요함을 교육시키며
인식을 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유기상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서 배울것 배우고,
학습할 것 학습해서 문화를 차츰 가꾸어
배양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김연근 전라북도 도의원
“사실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이
국립박물관으로 넘어가든 안 넘어가든
관리에 대한 부분이 재조명되어야 합니다”
- 노기환 익산미륵사지유물전시관 학예사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문적 자산을
획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경제적 가치를 자꾸 찾는거 같습니다”
- 김민영 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
“저희가 고민하는 것은 익산뿐만 아니라
백제문화와 가야문화, 마한문화까지를 어떻게
전라북도 전체에 아우를 수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 정명희 전북발전연구원
“사리장엄 때문에 국립박물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익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 전체적으로 익산이 백제 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등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홍성덕 전북대학교 박물관 학예사
“가장 중요한 것은
익산을 어떻게 지킬까라는 점입니다”
- 최완규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소장
익산, 백제문화의 중심을 꿈꾸다
윤덕향 먼저 바쁘신 가운데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수요포럼의 주제는 ‘익산 국립박물관 추진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의’에 대한 검토입니다. 참여해주신 선생님들께서 전문가들이시니 이번 주제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국립박물관 유치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해 상당히 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과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최완규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의가 현재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는지 궁금합니다.
최완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문제는 제가 2006년도에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 때는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제가 판단할 때는 지금까지 전라북도에서 전통문화라든지 역사의 깊이하고 하면 전주를 대표적으로 떠올렸습니다. 익산의 많은 유산들은 소중한지 몰랐지요. 그래서 저희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서 꾸준히 익산의 문화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중 중요한 게 익산으로의 천도 문제지요. 이에 관해 유기상 문화체육관광 국장님이나 시에서 많은 협조를 해 주셔서 지금은 올 6월인가 세계문화유산에 잠정등록을 했습니다. 공주와 부여는 같이 붙어서 세계문화유산 잠정등록에 올라갔고 익산은 따로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은 익산이 탈락할거라고 했습니다. 누구도 익산이라는 가치를 안중에 두지 않았지요.
윤덕향 지금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거와 발맞추어 나온 것이 익산국립박물관 추진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것에 대해 얼마나 진행됐고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노기환 익산 국립박물관 승격문제는 2월 19일 사리장엄 발표 이후 도에서 추진이 돼서 현재에는 문체부에서 긍정적으로, 중앙박물관에서 내부적으로는 승격하는 걸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금하고 있는 작업으로는 승인이 아직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도에서 하고 있습니다.
유기상 사실 익산의 국립박물관 승격문제는 타이밍이 안 좋습니다. 예전에는 예산을 많이 지원해줬는데 최근에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시작했는데 저희도 노력하고 도에서도 지원특위를 만들어서 활동을 계속했는데 문화부에서 상당히 어렵다고 중간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앞으로 국립박물관을 민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문화부 내부에서는 해주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연근 처음에 사리장엄이 출토되고 2월에 도의회에서 2월 19일에 제가 대표발의해서 국립박물관 승격 건의서를 대통령, 국무총리 등에게 발송했습니다. 그 이후에 4월 30일에 유인촌 장관이 미륵사지를 방문해서 국립박물관 승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사이에 익산시의 의원 이춘석 의원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겠다고 했고요. 3월 31일, 한승수 국무총리가 익산을 방문해 승격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5월에 우리 특위가 구성돼서 특위 활동을 시작했고 국회에 건의문을 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춘석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문화부 차관이 못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장관이 한다고 했는데 왜 차관이 못한다고 하냐고 이춘석 의원이 말하기도 했지요. 저는 이러한 도의 노력을 칭찬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인원문제는 여러 가지 협의를 해서 지방 문제를 논의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요. 예산문제는 도의 추진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섣부른 생각은 금해야지만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도의 전략이 맞아 들어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 추진은 정치적이어선 안돼
윤덕향 이번에는 국립박물관 추진과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의미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보자는 의견을 내보았으면 합니다.
홍성덕 2006년에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해 추진할 때 들었는데, 익산의 국립박물관 승격문제가 나오게 된 건 좀 정치적이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느닷없이 사리장엄이 나왔다고 해서 전적으로 국립박물관 승격을 요구하는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러면 국립박물관으로 승격해서 뭐하고자 하는 건지요. 단지 사리장엄을 보존하는 것이 국립박물관입니까. 그동안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을 방치해놓고 느닷없이 국립박물관 세우자는 것은 정치적인 느낌이 듭니다. 승격논의를 주장할 때도 기본적으로 사리장엄에 포커스를 맞추면 안 됩니다. 사리장엄 때문에 국립박물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익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 전체적으로 익산이 백제 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 등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익산금마권이 가지고 있는 건 익산 미륵사지 빼고도 중요한 것이 더 많습니다. 사리장엄만 집중하는데 다른 것을 발굴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윤덕향 홍성덕 선생님 말씀은 승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승격에 관한 문제점을 짚어보자는 것이지요.
홍성덕 또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부분에 있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주·부여는 백제문화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익산의 가치에 대해 국민들의 의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익산이 국립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부터 바꿔야지요.
정명희 전라북도의 호남문화권에 관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국토부에서 공간적인 것을 중심으로 해왔다면 이제는 문화를 가지고 어떻게 문화 국토를 재구성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익산의 논의들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전라북도 문화권의 정체성을 가지는데 혼란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사견으로는 공주·부여와 풍납토성의 부분들을 익산이 과연 넘을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익산의 국립박물관이 단순히 익산의 백제 유물을 전시하는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익산 천도 이후에 익산이 가지고 있는 후백제의 르네상스 시기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의미의 박물관이라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덕향 지금 익산의 경우를 보면 전시관들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백제와 관련해 여러 기관이 있는 거지요. 그런데 익산이 국립박물관을 세우면 그 국립박물관은 여타의 전시관과 다른 과연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요.
최완규 사실 익산에 마한관, 왕궁리 전시관, 서동관 등이 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만들어질 때마다 운영체계에 대한 검토 없이 정치적인 목적 달성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습니다. 전문직 하나 없이 문화 공간을 만들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저는 홍성덕 선생님 얘기에 동의하는데 사리장엄이 나오니까 이게 이슈화 되서 정치 쟁점화 비슷하게 됐습니다. 이것을 차분하게 어떻게 가지고 갈까 하는 논의는 없습니다. 국립박물관을 만들어내자는 얘기만 아무런 대책 없이 하고 있다. 익산에 국립박물관을 유치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의 가치가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익산은 공주·부여와 비교해도 그런 부분에선 뛰어납니다. 경관적인 부분이지요. 그런데 정치권에서 국립박물관하자고 난리치면서 한쪽에서는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익산을 어떻게 지킬까라는 점입니다. 문화 공간을 만든다고 하고는 개발을 통해서 경관을 훼손하니까 문화재청에서도 경고가 있었습니다. 대책을 세우라고 말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익산 국립박물관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정명희 지금 대구·경북은 3대문화권이라는 것을 가지고 국비지원을 받아서 큰 규모의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전라북도도 많은 유산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통합되어 나타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더구나 문화가 경제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의 상생동력이 되다 보니까 문화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예를 들어 군산이 근대문화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지나치게 하드웨어 중심적이고 차분한 연구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익산에서 사리장엄을 계기로 국립박물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건 반갑지만 너무 작은 부분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가 고민하는 것은 익산뿐만 아니라 백제문화와 가야문화, 마한문화까지를 어떻게 전라북도 전체에 아우를 수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김연근 최완규 선생님의 여러 가지 말씀에 사실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지역 정치인들의 짧은 생각으로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잃고 있었던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미륵사지나 익산 유적지구의 많은 문화재들이 그런 아픔을 겪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원이든 어떤 경로든 국립박물관이 승격되고 익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야 하는 것도 공주나 부여에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백제사회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익산에서 수많은 역사를 잃어버리고 문화재를 잃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서 배울 것 배우고, 학습할 것 학습해서 문화를 차츰 가꾸어 양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익산은 역사적 고증에서도 월등하게 뛰어나고 관광자원의 기본이 되는 스토리텔링에서도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익산의 힘으로만 부족하다고 하면 전라북도 전체에서 같이 어우러져서 가지고 가야 합니다.
윤덕향 자연스럽게 문화자원 활용에 대한 얘기가 됐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유기상 국장님께서 한 말씀해주십시오.
유기상 홍성덕 선생님과 최완규 선생님의 말씀이 와 닿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저도 똑같은 주장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과 이상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시·군에서 요새 온갖 문화시설들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작게 짓기 시작하다가 중간에 크게 짓는 쪽으로 변경합니다. 박물관들이 콘텐츠나 인력에 대한 준비 없이 건물만 크게 짓고 있습니다. 시·군의 문화전문인력들을 늘릴 수 있도록 권고하고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그런 것은 정책결정자들이 인식하고 정책결정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게끔 압력이 들어가야 하는데 좋은 방법은 학계가 제시하는 방법을 시민들을 통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문화재의 중요함을 교육시키며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연근 솔직히 고백하면 익산의 미륵사지는 서자취급을 받았습니다. 도에서도, 익산시도, 서자 취급을 했지요. 제가 도의원 되어서 느낀 것이 뭐냐면 미륵사지에 대해 전라북도에서 버거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익산시에 사리장엄이 이번만 나온 것은 아닙니다. 많은 국보급 문화재들이 나왔습니다. 충분히 자격이 있는 지역인데 이제까지 누가 관심 가져줬습니까. 익산도 같은 자식 취급을 해줘야 합니다. 정치적인 것을 떠나 문화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입니다.
홍성덕 익산에 국립박물관이 생기면 전주의 국립박물관과 충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주는 유물이 많은 지역이 아닙니다. 그런데 익산에 국립박물관이 생기면 전주 국립박물관의 유물들이 익산으로 빠져나가는데 그렇다면 성격의 문제가 충돌됩니다. 적어도 한쪽에서는 장기적으로 익산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성격을 토대로 익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부적인 부분을 챙겨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무엇을 만들어 가야 하는가’라는 역할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준비되지 않은 채 이슈만 있으면 아무것도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익산도 단지 국립박물관 승격문제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 버리면 문제가 있습니다.
윤덕향 국립전주박물관이 박물관으로 만들어진 취지가 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군요. 저는 박물관이 열 개 스무 개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독자성과 취지와 성격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국립전주박물관이라면 전북의 핵심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익산에 박물관을 만든다면 그 익산의 박물관을 전주 박물관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어떤 취지를 가질 것입니까. 취지와 역할과 기능은 뭐고 그것을 위해 어떤 인력과 자원이 필요한지를 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익산 지역 또는 전라북도 쪽에 있는 백제문화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고 현대적인 의미를 갖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익산과 전북만의 색깔이 필요한 이유
최완규 문화정체성이 만들어질 때 전라북도 도민이 하나임을 느낄 것입니다. 갈등구조에서 하나로 화합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문화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전라북도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금강이북에는 공주·부여가 있고 영산강 쪽에는 마한문화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이 전라북도입니다. 따라서 전라북도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리가 되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고대문화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익산에 있는 마한백제라고 하는 것들을 조금 더 구체화시키면서 전라북도 전역으로 확대해 결국에 전라북도라는 문화정체성을 확립하고 관계라든지 사회단체와 어우러져 갈 때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명희 익산이 미륵사지를 중심으로 놓고 본다면 백제사 중심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문헌에 기록된 역사적 부분의 중요성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대적으로 분류했을 때 통으로 백제, 조선을 나누기보다는 익산의 매력을 후백제의 마지막 르네상스에 맞춰서 특화시키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윤덕향 지금 말씀해주신 내용은 익산에 백제문화의 유산이 많이 있지만 이것을 다 강조하면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차별성과 우월성의 문제가 있다는 걸로 이해됩니다.
정명희 관광적인 측면에서 보면 관광자원화와 관광객에 대한 부분만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익산이 백제를 테마로 문화도시를 재현하고자 할 때는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최완규 사실은 기본적으로 문화라고 하는 것들이 농익었을 때 관광자원화해야 합니다. 익산은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돼 있습니다. 공주만의 색깔이 있고 익산만의 색깔이 있다. 그런 것들이 압축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들이 익산에 있습니다. 공주·부여와 똑같은 유물을 가지고 가면 익산의 경쟁력이 뒤떨어진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정명희 제 말씀은 선점된 부분은 인정하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백제를 생각할 때 사람들은 부여·공주를 떠올린다는 것입니다. 저는 관광객들 수준이 제 수준을 벗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하자면 차별화하자는 포커스를 두자는 것입니다.
윤덕향 전라북도에서 대단히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가 남원 광한루입니다. 남원 광한루에 간 열 명중의 아홉 명이 춘향의 초상화를 보고 옵니다. 하지만 남원의 광한루가 보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남원 광한루의 역사적인 가치보다는 춘향을 강조한 이유 때문이지요.
김민영 문제는 익산에 대한 가치의 대중적 포커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필요할 거 같고 지역문화운동을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시립박물관을 마케팅하든지 해야지요. 그리고 저급한 상업적 패러다임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문적 자산을 획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경제적 가치를 자꾸 찾는 거 같습니다.
홍성덕 전라북도의 문화정책들은 혼란스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익산이 일제 때 도시로 만들어지면서 박정희 시대에 보석으로 주목받았는데 그건 사양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익산하면 보석이 강조됩니다. 백제의 문화적인 특징들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조정 작업들이 필요합니다. 대중적 이미지들을 바꿔나가야 하는 부분들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익산 이전에 이리를 기억하고, 이리는 보석이다, 이리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별 볼일 없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시 차원의 문화운동 차원에서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말씀을 들었지만 유기상 국장님의 말씀처럼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 있습니다. 전라북도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배고픈 곳입니다. 문화 쪽으로 가면 승산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지만 여전히 끌고 가기 힘든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 부분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학자와 시민들의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익산에서도 그러한 움직임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값이 있다고 느끼는 것, 우리가 알아주는 전통문화는 필요 없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알아주는 전통문화가 필요합니다. 익산에도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합니다.
김민영 예를 들면 광주에는 투쟁의 이미지가 많습니다. 전주는 삶을 예쁘게 가꾸려는 이미지가 많은 거 같아요. 광주의 이미지는 담론으로서는 맞지만, 내부적으로 상처가 깊어요. 전주는 다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지역을 가꾸고자하는 애정의 이미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 시민들은 어떤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호남권에서는 광주, 경상권에 대한 것들이 말이죠. 전주 분들이 이러한 문화적 부분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유기상 사실은 최완규 선생님께 배우기 전까지 저도 백제문화하면 부여·공주라고만 떠올렸습니다. 익산이 백제 문화의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학구적으로 충분한데 국민들에게 홍보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아까 이리하면 떠오르는 것이 철도, 보석이라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사리장엄 발굴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옥마을을 익산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꾸준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한옥마을처럼 익산도 시민들을 교육하고 홍보하면 우리들의 노력이 꽃피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덕향 사리장엄 발견 이후 익산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 관람객이 많아졌는데 사회교육 쪽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기환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죠.
노기환 국립박물관 승격에 있어서 사리장엄 문제도 있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사실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이 국립박물관으로 넘어가든 안 넘어가든 관리에 대한 부분이 재조명되어야 합니다. 기왕에 할 거면 현실적으로 어려워도 지금의 일정수준을 확보해줘야 활성화가 가능합니다. 열 명 남짓으로 박물관 운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20명의 인력은 확보돼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자치단체, 다른 학자 분들이 노력해줘야 합니다. 박물관 만들어놓고 아무 얘기도 없으니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리가 더 요란하게 났으면 좋겠습니다.
최완규 제가 마지막으로 세계문화유산을 추진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처음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익산의 꿈’이라는 주제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저희들 책임이지만 전라북도에 있는 분들부터가 익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지난번 국토연구원에서 고도정비기획을 새로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일반부에서 정비돼 화가 났습니다. 익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개발보다는 활용이라는 표현으로 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포커스를 맞출 것입니다. 이런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윤덕향 지금까지 여러 가지 말씀들이 계셨는데 세계문화유산 등재든, 국립박물관 승격이든, 익산의 문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등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들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익산의 자산이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애정을 가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기반을 닦아야 합니다. 익산, 전라북도만이 아니고 바깥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하는 가에 두고 노력을 기울일 때 문화나 관광에도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긴 시간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익산과 백제문화, 그리고 전라북도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