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 |
마당 문화기획 아카데미
관리자(2009-08-10 11:49:14)
저작권과 스토리텔링에 관한 이야기 속으로
문화가 상품이 되고, 산업이 되면서 전라북도 내에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문화의 시대를 열어갈 ‘사람’은 늘 부족하다. 탄탄한 이론 수업과 함께 실무 체험으로 문화 실무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6월 25일부터 8월 11일까지 문화기획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당 문화기획아카데미’다. ‘마당 문화기획아카데미’에서는 최근 남형두 교수와 정영선 브랜드스토리 기획이사를 초빙, 저작권법과 스토리텔링에 관한 강의를 열었다. 최근 저작권법이 개정됨에 따라 저작권법에 대한 많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에서는 관광 상품에 스토리텔링을 도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남형두 교수가 들려주는 저작권법이야기와 정영선 씨가 말하는 스토리텔링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저작권법, 창작자와 사용자간의 줄다리기
“펌질(게시물을 다른 홈페이지나 게시판으로 옮겨가는 일)의 자유를 선언합니다”. <순정만화>와 <26년>의 인기 인터넷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이 자유로운 퍼가기를 허용한다고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저작권 강화 정책을 내놓은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끈다. 저작권법의 강화로 네티즌들이 고소당하는 일이 부쩍 많아지며 저작권과 관련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저작권법은 무엇이고 저작권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7월 7일(화), 공간 봄에서 열린 마당의 아카데미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문화예술창작, 누구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의는 문화예술창작물의 저작권 보호 방안에 대해 알려준다. 문화예술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요즘, 대중들은 정작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저작권 관리방법도 알지 못하고 있다. 남형두 교수가 들려주는 저작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저작권법 왜 중요할까
인터넷 사용자들이 급증하면서 불법 다운로드, 업로드와 같은 실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음악과 영상 등 지난해 온오프라인에서 수거, 적발된 불법저작물들은 모두 이천팔백육만점. 이 가운데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불법 유포된 저작물이다. 저작권법 개정은 불법 저작물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저작권법을 강화할 만큼 저작권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저작권법의 중요성은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7월 7일 마당의 아카데미 강의 때는 주로 ‘문화의 산업화’ 측면만을 강조했지만 저작권법의 또 다른 기둥 중 하나는 ‘정직한 글쓰기’입니다. 주로 표절과 관련된 것인데, 이 부분이 ‘문화의 산업화’, ‘문화재산권’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마당’에서 이 주제로 강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학자들, 문인들, 나아가 미술, 음악 등 창작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입니다. 애써 창작한 것을 남이 자기 것인 양 갖다 써버린 경우, 특히 갖다 쓴 사람이 글쓴이보다 더 유명한 학자/예술가인 경우 소장학자/예술가는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게 되지요”.
이런 일이 빈발하다 보면, 창작의 의작 꺾이고 어느 누구도 창작의 고통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 저급한 문화의 양산, 문화의 황폐화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가 16년간의 로펌 변호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전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정직한 글쓰기’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다.
‘제임스 딘’ 사건에서 피소된 주병진씨와 그가 운영하는 의류회사를 대리하면서 저작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남형두 변호사는 “1997년 제가 소속된 법률사무소에서 1년간 유학을 보내주는 혜택을 받아 석사과정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내친김에 공부를 더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이때 쓴 학위논문의 주제가 바로 제임스 딘 사건에서 논의되었던 ‘퍼블리시티권’이었다” 고 소개했다. “2000년에 귀국해보니 이미 ‘한류’ 열풍으로 이른바 문화산업, 엔터테인먼트법에 대한 수요가 높았습니다. 제가 유학할 때는 이걸 겨냥하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딱 들어맞은 셈이 됐습니다”.
‘제임스 딘’ 사건이란 방송인이자 사업가진 주병진 씨가 지난 91년 제임스딘 상표권 설정을 등록한 뒤 지난 95년 5월 <좋은 사람들>을 설립, 제임스 딘의 이름 표장 등이 들어간 속옷 제품 등을 판매했다. 그러자 미국의 제임스 딘 사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외국 유명배우 제임스 딘을 상표명을 사용했더라도 상표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제임스 딘’ 사건은 사람들에게 저작권에 대해 관심을 이끈 계기가 됐다.
저작권법,
인터넷 사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적 도구인가
최근 만화가 강풀이 자신의 만화를 마음대로 퍼가도 좋다며 저작권법이 인터넷 사용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상에 저작권법은 어떻게 적용되고 만화가 강풀의 경우, 저작권과 관련해 어떤 것들을 포기한 것일까. “인터넷을 통한 ‘퍼나르기’는 일종의 ‘전송행위’에 해당합니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에게 전송권이라는 저작재산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퍼나르기를 할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강풀의 경우 자신의 저작권 중 전송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따라서 전송행위는 저작권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저작권자 중에는 자신의 저작물을 공유(public domain) 상태로 내놓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일종의 저작권 공유 운동의 하나라는 것이다. 저작물은 문화의 산물이고 문화는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운동이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남형두 변호사는 이런 운동과 경향이 있다고 해서 저작권으로 자신의 저작물을 보호받고자 하는 창작자들이 무조건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매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신적 노력의 산물인 창작물은 ‘보이는 재산’과 다를 바 없는 재산이며 나아가 인격적 산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작권법, 과도가 될 수도 흉기가 될 수도 있다
남교수는 정치중립적인 법이라는 것이 적용되기에 따라 과도가 될 수도 흉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정되는 저작권법이 침해할 수 있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작권법 자체는 정치라는 가치에 편향성을 갖지 않는 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과거 전체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 공산체제 등 체제전환이 된 경우 체제선전을 위한 문화선전이라는 것이 거의 예외 없이 있었습니다. 일제식민시대, 나치, 중국의 문화혁명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는 정치에 이용당하기 쉽고 그런 점에서 문화를 다루는 법인 저작권법도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자의 의도에 따라 전용(轉用)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7월 23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저작권법도 다분히 그럴 소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불법복제물 게시로 인하여 3회 이상 경고를 받는 인터넷 사이트(게시판)에 대하여 저작권위원회가 6개월 내에서 게시판 사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안해야 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자꾸만 작년 광우병 파동 때의 촛불집회와 다음(Daum) ‘아고라’라는 게시판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작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하는 위원들로 이루어진 단체. 불법복제물 게시라는 이유를 들어 특정 게시판에 대해서만 편향된 잣대를 가지고 폐쇄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작권법이라는 가치중립적인 법을 수단으로 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남형두 교수의 고향은 부안. 전주는 그에게 매우 특별하고도 친근한 도시라고 한다. 전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전주는 가장 전주다운 게 좋다는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문화에 힘을 쏟으면 전주가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부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민애 문화저널 기자
남형두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연세대 법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