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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 |
신귀백 영화엿보기
관리자(2009-08-10 11:47:33)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 캐릭터 <심슨 가족, 더 무비 2007> 네  버   엔  딩   시  리  즈 마티스의 금붕어 어항 그림 아래에 자리 한 핸드폰, 고흐가 그린 푸른 보라색 바탕에 별이 떠 있는 론강의 별밤 뒤로 보이는 대형 광고판, 드가의 무희 연습실에 들어있는 에어컨 광고 등 명화를 차용한 광고를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을까. 정답은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시리즈다. 심슨 시즌 초반인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프랑스 교환 학생으로 간 영장류 대표 장난꾸러기 바트 심슨은 수련이 핀 모네의 정원에 있는 일본식 다리와 까마귀 나는 고흐의 보리밭 길을 자전거로 휙 스쳐가고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을 지난다. 그 전설의 <심슨 가족, 더 무비>가 이번 달 소개할 영화고 볼거리다. 무비라는 말이 붙긴 하지만 어른들 생각대로라면 만화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선입견이 있을지 모르지만 장르적 소홀함은 없으니 호머가 입에 달고 사는 말처럼 ‘돈 워리’다. 주인공들 얼굴은 성의 없는 엉성한 캐리커처지만 배경으로 파란 하늘이 있고 구름이 흘러가며 나무가 원근구도로 잡힌 여백을 보여주는 그림들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20년이다. 목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미국 폭스 TV가 1989년부터 방영해 온 이 시리즈는 스프링필드(미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의 동네)가 배경. 이 기담은 오래도록 은행에 물어 줄 이자 같이, 아니면 집 청소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다.   패  러  디   팩  토  리 만화영화의 장점은 현실에서 묘사하기 어려운 스펙터클의 형상화를 간단한 선으로 해결하는 것. 오늘날 <슈렉>을 비롯한 애니메이션들은 3D를 넘었다. 극사실주의가 판치는 마당에 2D 애니메이션이 빛을 발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솜털과 여인네 등에 떠오르는 비라인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판에 손가락은 네 개, 얼굴과 머리 모두 바나나 색에 눈썹도 없는 데다 튀어나올 듯한 둥그런 눈알에 점을 찍은 것으로 심리적 정서를 이야기한다. 물론, 눈의 표정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나오지만…. 결국 문제는 2D나 3D라는 그릇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말씀. 여기 심슨이라는 그릇 안에 든 음식은 다름 아닌 미국사회에 대한 조롱과 풍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무서운 말이다. 왜. 이 시리즈물의 모든 장면은 수많은 음악과 영화 넓게는 문화현상에 대한 패러디이니까.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패러디가 주는 웃음의 강조는 사실 부담스럽다. 미국인만의 언어적인 소재와 문화,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 패러디 공장이 바보 스토리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넘어서는 힘은 예능계 스타들을 차용하는데 있다. 심슨의 딸 리사를 불교로 개종시킨 달라이 라마의 제자 리차드 기어, 마지의 일탈을 그린 <델마와 루이스>, 고(故) 마이클 잭슨 등 수많은 스타들이 <심슨 가족>에서 보여주는 패러디들은 팔만대장경으로 포복절도를 넘어 보는 이를 미치게 한다. 외계인의 침략으로 석기시대가 된 스프링필드를 바라보며, 대량 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이라크 침공에 대한 조롱이 아니겠는가. 하나 더. 조지 부시는 퇴임 이후 스프링필드로 이사 온다. 이유는. 투표율이 제일 낮은 동네이고 ‘꿈 없이 살아가는 마을’이기에. 클린턴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부시는 흙탕물 뒤집어쓴 채 하수구에서 호머와 싸우다가 결국에는 스프링필드에서 쫓겨 가고 만다. 부시가 선거유세에서 ‘드라마 <월튼네 사람들>을 봐야지, <심슨 가족>이 뭐냐?’고 말했던 것에 대한 복수일 것. 이러니 애들 만화가 아니다. 더 있다. 해리포터와 조니 뎁, 우디 앨런과 짐 자무시, 오프라 윈프리, U2의 보노와 너바나, 젊은 날의 스팅,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과 스티븐 호킹, 호메이니, 노리에가 장군, 카스트로, 고르바초프가 나오니 김정일이 안 나올 리 없다. 심  슨   가  족,   더   무  비 2007년, 극장판(86분)으로 공개되었으나 사실 한국에서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12세 관람가 등급 유지와 여름방학 특수라는 콘셉트는 물을 먹었지만, 제작비 7500만 달러를 들여 5억 달러 수익이 났으니 남는 장사였다. 오프닝에서 리사의 색소폰 부는 장면과 바트가 칠판 가득 글씨 쓰는(교장에게 걸려 남아서 숙제하는) 것은 TV판과 다름이 없다. 영화 시작에 ‘텍사스 사투리 학원’ 이라는 한글 간판 글씨가 보이는데, 한국의 저임금 애니 지망생들이 하청 받은 작품이기 때문일 것.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패러디한 테마가 끝나면 카메라는 부감 샷으로 스프링필드 마을을 훑고 다시 팬하면서 호머의 집을 잡는다. 지붕에서 호머가 망치질 하다가 눈을 다치는 것은 <안달루시아의 개>에 대한 오마쥬. 록그룹 ‘그린 데이’ 콘서트에 사람들이 갖다 버린 쓰레기로 썩어가는 호수가 나오고 바지선이 침몰하는 장면은 당연히 <타이타닉>을 연상시킨다. 스프링필드 호수의 오염에 괴물이 출현하자 <터미네이터> 출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대통령으로 나와서 무식하게 스프링필드를 봉쇄한다. 알래스카로 향했던 심슨 가족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실, 심슨 중독자들은 캐릭터가 익숙하다보니 솔직히 이 극장판은 간이 덜 하다. 우리 TV 버전으로 가 보자. 시  리  즈  의   기  막  힌   캐  릭  터  들 서사작품에서 캐릭터는 대화와 행동으로 하여 인물 그 자체가 된다. 캐릭터에 힘이 실릴 때, 이야기가 살아나는 것. 기본적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에 자본주의 시대의 사소한 갈등관계 속에서 좋은 엄마, 나쁜 아들, 이상한 아빠, 똑똑한 딸과 주위의 희한한 등장인물들이 구축한 캐릭터는 이 시리즈의 확실한 매력 포인트다. 사회적 갈등 구조 속에서 인물이 겪는 문제의 해결방식은 카타르시스에 이르기보다는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식으로 얼버무리기에 부자가 시청하는 데에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할아버지를 양로원에 맡기고 즐거워하는 하자투성이 리콜 대상인 이들 식구들의 기발한 행동과 개성 넘치는 대사를 통한 인물묘사는 압권이다. 이들 캐릭터를 영화로 말하면 기막힌 캐스팅인 것이다. 리사가 주는 지적 자극, 마지가 주는 정서적 울림, 바트와 호머 이들 부자의 만행을 판소리 사설로 늘어놓을 작시면 놀부 심술타령이 따로 없을 것이다. 우리 그 캐릭터를 살펴보도록 하자. 낭만 고래인 호머 심슨. 원자력발전소에 다니는 미국노동자의 전형으로 예의 없고 단순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저지방 식품을 싫어하는 이 하위직 사원은 사고뭉치에다 즉자적인(때론 장점이 되는) 주정뱅이로 회사에서 정리해고 1순위다. 사회 정의에는 당연히 관심이 없고 그때그때 자신이 응원하는 풋볼팀을 따라 맥주와 도넛을 챙기는 식신. 이 귀차니스트는 ‘당신이 만든 샌드위치는 잼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면서 마누라가 최고라 생각한다. 2003년 BBC 설문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미국인 1위에 올랐다. 바트 심슨은 위키백과에도 실명이 오른 유명인이다. 호머와 마지가 볼링장 구석에서 불장난하다 태어난 심슨가의 장남으로 나이는 10살로 설정되어 있다. 빗자루 머리 바트는 미국시사지 TIME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인물에 뽑혔으며 미국의 현존하는 예술가 20인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집회체질인 리사 심슨은 ‘화나는 진실’에 대한 연설과 설득이 뛰어나 장차 대통령 감. 호머가 멘사클럽 회원인 딸을 낳은 것은 바로 돌연변이의 증거다. 채식주의자이며 바리톤 색소폰 연주에 대단한 솜씨를 지니고 있다. 너무도 조숙해서 재수 없는 지식보따리로 왕따 당하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삶을 다큐로 찍어 선댄스 영화제에 상영하기도 한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주제를 전하는 중요한 이야기들은 리사의 입을 통해 전달되곤 한다. 긍정 강화, 마지 심슨. 호머가 어떻게 이런 긍정적 강화가 뛰어난 여인을 아내로 맞았는지는 X-파일에서나 풀 숙제다. 가나안에서 따온 포도송이 같은 머리스타일이 특징인 그녀는 무능 남편에 대한 이해와 자식들에 대한 사랑으로 뭉친 현모양처의 표본이다.   바트 심슨의 이모는 마녀 이모, 운동권 할머니라고 불린다. 목소리가 털털한 이 두 마녀는 모두 이혼했다. 마지에게 혼자 살라고 매일 꼬드긴다. 헤비스모커인 이들은 호머를 가끔 목욕하는 돼지로 알면서 자신들이 여행한 슬라이드 사진을 보여주는데, 말썽쟁이 바트가 두려워하는 대상. 바트의 할머니가 딱 한 번 등장하는데 그녀는 월남전 당시 무기개발을 하는 몽고메리 번즈의 화학 실험실을 폭파하려다 발각되어 20년 넘게 숨어 지낸다. 바로 영화 <허공에의 질주> 패러디. 한때 우드스탁에서 지미 헨드릭스와 존 바에즈에 열광하던 당시 그 히피 멤버들은 이제 유기농업에 종사한다. 허허! 아  이  디  어   창  고,   심  슨   가  족 타임지에서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TV 시리즈’ 그리고 10번에 걸쳐 23개의 에미상을 수상했다는 이야기보다는 심슨 가족 우표가 발행되었고, 미국의 네비게이션에는 호머 심슨의 목소리로 길안내를 한다는 말이 훨씬 와 닿는다. 20개 성상 동안의 시리즈를 훑다보면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도서관보다는 인터넷으로 지식검색을 하는 세상물정의 변화도 보인다.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고 생각하는 화가,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소설가 시인들 혹은 광고쟁이 등 심슨을 꼭 보시라, 꼭!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대목은 많지 않아도 송곳으로 찌르는 아이디어가 죽 널려 있고 기막힌 유머를 뜸들이지 않고 쓱 지나가는 솜씨는 펜을 놓게 할 것이다. 흐흐. 자유의 여신상이 가위를 들고 거시기 같은 플로리다를 자르는 장면이라니…. 그런데, 어떻게 보느냐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비디오도 있고, DVD는 널렸다. EBS의 더빙판은 맛을 확 죽이니 피하시고. ‘투니버스 38’을 애들 채널이라고 생각하면 당신은 원자력회사 사장이다. 고흐의 국화꽃 같은 별을 볼 수 없다면, TV에서는 월∼목요일 밤 11시 30분 그리고 매주 토요일 새벽 두 시 심슨, 세 시 심슨, 네 시 심슨, 즉 심슨 올나잇이다. 미국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은 반드시 볼 것. 아이들은 조용히 공부만 해야 한다는 사람 혹은 정신연령 30세 미만, 빤스만 입고 채널 돌리는 것이 부끄러운 사람도 보지 마시라. 심슨 폐인, 이걸 놓치면 당신은 남한의 호머 심슨이다. butgo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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