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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08-10 11:44:49)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세렝게티 초원에 긴 건기가 지나고 다시 우기가 찾아 왔습니다”. 연일 쏟아 붓는 장맛비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KBS 장수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들었던 것 같은 시작 멘트다. 한반도에도 다시 우기가 시작된 것일까. 낮에는 무섭게 비가 쏟아지다가도 밤에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허다한 요즘 날씨를 보면 정말 실감이 난다. 우기와 건기의 특징을 보이는 아열대 기후 세렝게티 초원에서야 우기가 생명줄이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대 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한반도에서는 우기가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예년의 장마 비처럼 길게 오랫동안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태풍 이상의 위력을 보이는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집중해서 내리는 비는 수해를 키워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불러온다. 한편 봄과 가을, 겨울 가뭄은 심각한 상황이다. 오랜 가뭄으로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나면서 농업용수 부족과 식수난은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지난 4월호 참고)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날씨를 아열대 기후의 특징인 우기와 건기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열대성 우기로 변하고 있어서인지 지난 7월 연일 장마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비만 그치면 한여름 밤의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밤의 불청객 열대야는 식을 줄 몰랐다. 기상청의 1909~2005년 날씨분석에 따르면, 열대야 현상의 경우 100년 전보다 최고 6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평균 기온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 기온은 0.74℃ 올랐으나 한반도는 그 두 배인 1.5℃나 상승했다. 사람으로 치면 해열제를 먹어야 하거나 곧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한반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꽃의 개화기가 빨라져서 벚꽃 축제가 앞당겨지고 여름이 지났음에도 모기들이 활개를 치는 정도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여름 철새는 돌아갈 줄 모르고 자연 생태계는 날씨의 이상 징후에 벌써 적응해가고 있다. 여름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는 겨울이 되어도 떠날 줄 모른다. 한 겨울에도 여름철 서식지인 전주시 삼천동과 덕진동 연화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잔뜩 움츠러든 채로 전주천을 배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멀리 남쪽나라로 날아가는 고생을 하기보다는 조금만 버티면 따뜻한 날씨가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화했기 때문이리라. 또한 2004년에는 세계 열대권에만 분포하는 물꿩이 제주도에서 번식을 시도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전에도 경남 주남저수지와 제주도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었으나 대부분이 길을 잃은 새였다. 그런데 작년에는 제주도에 이어 경남 창원에서 물꿩 한 쌍이 발견되었다. 불과 3년 사이에 번식이 가능한 서식지가 좀 더 북쪽으로 확장된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나 얼음조각이 녹아서 서식지가 사라지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먹고 사는 생활 전반에 이미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무더위에 에어컨 설치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 점점 심각해지는 열대야와 열섬 현상에 대비하는 사람들의 적응력은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다. 기업들은 재빨리 기후변화를 마케팅 하여 ‘아열대 쾌적 기능’을 탑재하거나 절전 기능을 대폭 보강한 에어컨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의 에어컨 판매 대수가 전년 동월대비 90%나 증가했으며, 에어컨 판매가 줄어드는 장마철에도 무더위와 습도 때문인지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다. 여름철 냉방 수요로 쓰이는 전력량은 1500만 kW정도인데 에어컨 보급이 늘면서 매년 200만 kW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성장을 소리 높여 외치는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량을 원자력 발전으로 해결하자고 한다.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전기요금은 원가에 훨씬 못 미치게 책정되어 있다. 특히 전기 사용 비중이 아주 높은 산업용 전기가 너무 싸다보니 기업들이 전기 사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심야 전기 역시 싼 값으로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력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그 부담은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전력 요금을 조정하고 에너지 절약으로 사용량을 줄이면 굳이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 전기, 절약과 효율 개선이 우선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모든 가정과 사무실에서 설정온도를 1도씩만 올려도 수요 전력량의 7%인 100만kW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100만 kW급 화력 발전소를 하나 짓는 데는 7천억 원, 원자력 발전소는 1조 7천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사회양극화의 본질적인 요소인 비정규직 20만 명을 정규직으로 돌리는데 약1조원의 재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에어컨 온도 1℃만 올린 후 사회적 통합을 위해 그 비용을 지출하라고 요구하면 어떨까. 또한 에어컨 필터 청소만 깨끗이 해도 냉방효과가 올라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 최소 10%의 에어컨 사용 전기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결함과 위생관리는 저절로 따라 붙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시민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고 과도하게 크지 않는 가전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기업들도 자연스레 첨단 기술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욕구와 정부 정책에 호응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다. 특히 저장이 안 되는 전기의 특성상 전력사용량이 가장 큰 여름철 전력소비만 줄여도 되기 전기는 남아돌 수 있다. 알뜰 에어컨 사용, 알고보면 참 쉽다 여름철 전력소비 증가의 주범 에어컨 물건 값도 비싸지만 유지비도 많이 든다. 도저히 더위를 참을 수 없어 꼭 써야 한다면 이렇게 한번 해보자. 우선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면 ‘알뜰 냉방’을 할 수 있다. 에어컨 1대가 선풍기 30대의 소비전력과 맞먹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되었다. 선풍기 풍향을 벽 또는 위로 향하게 하면 밑의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켜 줌으로써 고른 냉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시적으로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제습기능으로 실내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제습기능만 활용할 경우 선풍기 1대 정도의 유지비만 들만큼 저렴하다. 비오는 날엔 더 효과적이다.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으로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것도 에어컨 냉방효과를 크게 향상시킨다. 에어컨 실외기 역시 그늘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 빨래를 걸면 습도가 높아져서 습도 조절 기능이 있는 에어컨의 에너지 소모가 늘게 되는 것도 주의해야한다. 이와 함께 전기 뱀파이어로 불리는 대기전력을 코드를 뽑거나 멀티 탭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가정용 전력 소비량의 11% 절감이 가능하다. 코드만 잘 뽑아도 연간 수천억 원을 절약할 수 있으니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다. 특히 PDP 텔레비전의 대기전력은 연간 1,452.kwh로 144.5kwh인 노트북의 열배, LCD 모니터 22.8kwh의 60배 정도나 되니 주의해야 한다. 이상 기후 시대에 살아남기, 기후 문맹에서 벗어나야 며칠 전 서점에 들러 방학을 맞은 아이에게 줄 책을 고르다가 교육용 만화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재난이나 재해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만화로 쓴 ‘살아남기’ 시리즈였다. 책 제목은 <이상기후에서 살아남기>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주인공이 지구온난화로 예측 할 수 없는 기후변화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극복한다는 이야기다. ‘정말 이 모든 것이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외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나마 아이들은 만화책을 통해서라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배우고 있으나 문제는 기후변화 문맹, 에너지 문맹인 어른들이다. 아직 실감나지 않겠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지구에서 더 이상 버텨나기가 힘들다. 온실가스 줄이기는 지구 살리기가 아니라 사람 살리기 라는 것을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어른들도 느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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