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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 |
[서평] 『대한민국 소통법』
관리자(2009-08-10 11:41:10)
지금은 불통시대 최두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초록도시국장 책의 저자가 지명도 있고 서평 하는 사람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면 책은 날개를 달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서평 자는 저자와 지명도에서 견출 수 없는 사람인지라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래도 어쩌랴. 저자가 그토록 바라는 대한민국의 소통은 지명도 있는 사람들만 하라는 것이 아닌 이상 이제 독자와 『대한민국 소통법』과의 소통을 시작해 보자. 다행인 점은 저자는 이런 원론적인 주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우리사회 어느 지점, 어떤 현상, 어떤 문제들이 이런 불통의 시대를 만들고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강준만 특유의 날카로움과 뒤집어보기, 그러면서도 약간의 시니컬, 그리고 최대한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성실함이 배어있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국민과 대통령간의 불통이다. 경제만은 잘 해주리라 믿고 지지한 대통령이 경제정책에서부터 서민과는 소통을 거부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용산참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론독점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 작업 등에서도 국민다수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불행한 사태는 검찰을 권력 강화에 동원하는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왔다는 점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정치’를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소통법』의 저자 강준만은 불통이 단순히 이명박 정권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끼리끼리 코드 맞는 사람들만 있다 보니 결론이 뻔하고, 그것 또한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다르거나 특정 세력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준만은 악역 수석비서관 제도라도 만들어 집단사고의 오류를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강자와 약자 모두가 ‘소통’을 강조하지만, 혹 자신의 뜻과 다르게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상투적으로 외쳐대는 구호가 ‘소통’은 아닌지 묻고 있다. 우리사회 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이룩하기 대안 찾기의 부족과 소통을 제도화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의 문화적 개조(?) 없이는 불가능한데도 풍성한 말잔치만 있는 현실이 마땅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소통 부족은 단순히 대통령과 정권에만 책임이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통의 ‘인프라’를 외면한 채 소통 부재의 책임을 개인과 집단에게만 물어선 답이 없다고 주장한다. 다행인 점은 저자는 이런 원론적인 주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우리사회 어느 지점, 어떤 현상, 어떤 문제들이 이런 불통의 시대를 만들고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강준만 특유의 날카로움과 뒤집어보기, 그러면서도 약간의 시니컬, 그리고 최대한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성실함이 배어있다. 매사를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려는 기질, 승자독식주의, 집단사고를 조장하는 인터넷과 언론의 책임, 연줄과 편 가르기가 개인의 합리적인 처세술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현실, 중앙 집중화된 1극체제 등을 주요한 소통 부재의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지적들은 소통 부재와 잘 어울리기 보다는 강준만이 항상 해온 주장들 아닌가 하고 가볍게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사회 소통 부족 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하고자 한다면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해관계의 문제를 ‘옳고 그름’으로 접근하면 사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대방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하는 생사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때부터 이 싸움 속에 있는 개인과 집단은 상대방과 소통이 아닌 죽거나 살기 위한 전쟁을 하게 된다. 특히 집단 내에서 이런 경향을 가진 사람들은 열성 지지자 그룹을 형성하고, 이로 인한 정치적 효과를 만끽하기에 더욱 소통을 어렵게 한다. 여야가 정책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타협을 모르고 대립하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새만금을 비롯한 많은 환경문제들이 이런 경향을 띠고 있다. 승자독식주의도 마찬가지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화된 정치제도와 사회문화는 소통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긴 자에게 모든 것이 합법적으로 주어지고 그들이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는데 만약 반대자가 있다면 이는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정적(政敵) 정도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구성원의 협력과 연대를 도모하고 토론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중앙을 잘 상대할 수 있는 지역민의 대리인을 뽑는 경향은 중앙 집중화된 정치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도자와 지역사회 구성원,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대화와 연대 즉, 소통은 무시되거나 중앙에서 예산을 따오는 일에 밀리게 된다. 정권의 불통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원론적인 접근이지만 근본원인을 찾으려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노력이 돋보인 책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서평자의 이해부족 때문이겠지만, 기존에 발표된 원고를 모아 책을 엮다보니 일부는 소통의 문법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책의 내용에 공감하지 않거나 틀린 거라 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강준만이 설명하거나 논증해온 말들이 소통문법의 대안으로 제시된 느낌이다.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 해법으로도 다 맞는 주장을 넘어, 소통 문법만의 이해를 높이는데 더 집중된 책이었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최두현  전북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를 수료한 뒤 전북시민운동연합 정책실장과 지방분권운동 전북본부 사무처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전북환경운동연합 초록도시국장과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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