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7 |
[문화시평] 고려왕실의 도자기전
관리자(2009-07-06 17:32:33)
고려왕실의 도자기전 국립전주박물관전시실 - 6월2일~7월5일
하늘빛을 닮은 비색, 고려왕실의 숨결을 찾아서
하늘빛을 머금은 고려청자. 고려는 불교와 도교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귀족 사회다. 격조와 풍류를 즐기던 귀족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고려청자. 그 중에서도 고려왕실의 도자기는 고려청자의 우아함과 화려함의 상징이다. 12, 13세기 고려 왕릉과 왕실 유적 등에서 나온 수준 높은 청자 유물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전시가 열린다. <고려왕실의 도자기>전은 6월 5일부터 7월 2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고려왕실 청자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지난해 말부터 올 2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고려왕실 도자전>의 전주 전시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빛.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고려왕실의 혼과 숨결을 만나보자.
왕실의 격조를 보다
하늘빛을 닮은 아름다운 색. 비색이라 불리는 고려왕실의 도자기가 전주에 왔다. 고려왕실에서 사용되거나 귀족들이 쓰던 명품 도자기를 볼 수 있는 기회. 최고 중의 최고가 무엇인지를 볼 수 있는 전시다. 이와 함께 전남 강진, 전북 부안 가마터에서 나온 청자 파편, 유물들도 나란히 전시됐다. 덕분에 최상품 고려청자의 생산과 소비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려왕실에서 선호했던 도자기는 무엇일까. 개성 고려 궁궐터와 왕의 행궁이 있었던 혜음원 터에서 출토된 다양한 도자기는 고려왕실에서 실제 사용했던 도자기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금가루를 입은 청자의 모습은 화려한 도자기를 선호했던 고려왕실의 청자취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인종 장릉(長陵)의 출토품은 명품 청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기 고려청자의 빛깔과 형태는 중국에서 극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고려 제19대 명종 지릉(智陵), 제21대 희종의 석릉(碩陵), 제22대 강종의 비 원덕태후의 곤릉(坤陵), 제24대 원종의 비 순경태후의 가릉(嘉陵) 등의 출토품이 전시된다. 우아하고 정교한 손길, 장인의 혼이 깃든 왕실의 도자기는 왕실 청자의 특징과 면모를 한눈에 보여준다. 천년이 지나도록 머금은 영롱한 빛, 그 속에 고려왕실의 숨결이 담겨있다.
천년의 비취빛, 모습을 드러내다
아름다운 비색과 문양이 어울린 세련된 미(美). 섬세하고 연약하지만 내면에 새겨진 굳건함. 고려청자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다. 고려청자는 중국청자의 영향을 받아 고려 초기부터 만들어졌다. 고려청자의 최고 전성기는 인종, 의종 때로 그 자태나 빛깔이 중국의 청자를 능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시대 궁궐, 왕릉 출토품과 국보 제61호 <청자어룡모양주자>, <청자도철무늬향로> 등 명품 청자를 볼 수 있다. 국보 61호로 지정된 <청자어룡모양주자>. 물을 따르는 부분은 용머리, 몸통은 물고기의 모습을 한 상상의 동물을 형상화했다. 이런 물고기 모양은 옛날부터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건축물에 많이 장식했다고 한다. 12세기 고려청자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이 작품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묘한 색깔과 섬세한 연꽃 문양의 조각이 고려 시대의 섬세하고 뛰어난 도자 기술을 보여준다.
개성 고려 궁궐터에서 발굴된 <청자원숭이무늬항아리>는 『고려사』에 문헌상으로만 전해지던 화금자기(畵金磁器). 이 자기는 원나라에까지 보내졌다고 알려져 있다. 몸통의 편평한 부분에 있는 마름꽃 모양의 테두리, 나무 밑에 앉아 두 손으로 복숭아를 들고 있는 원숭이, 갈대 등의 무늬가 섬세히 그려져 있다. 무늬의 선을 따라 칠해진 금빛 가루는 고려왕실 도자기의 화려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청자기와>(靑磁瓦) 역시 눈여겨봐야 할 유물이다. 청자로 만든 기와는 1927년 처음 발견됐다. 『고려사』에 따르면 의종이 궁궐 정원에 <양이정>(養怡亭)이라는 정자를 세우고 그 지붕을 청자로 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비싸고 귀했던 청자로 기와를 만들어 지붕을 얹는 일은 왕실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고려왕실의 화려함과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 이번에 전시된 대부분의 도자기들은 화려함을 추구했던 고려왕실을 문화를 보여준다. 이밖에 고려왕과 왕비의 능에서 출토된 청자들은 소박한 모양이지만 손색없는 작품들이다.
천년의 시간을 돌고 돌다
이번 <고려왕실의 도자기>전을 개최한 국립전주박물관의 관장은 “왕실도자기는 고려시대의 최고 계층이 쓰던 것입니다. 그들이 사용하던 도자기이기 때문에 고려청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라며 고려 왕실 도자기의 대표적 산지인 부안이 위치한 전라북도에서 개최되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했다.
천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 우리 곁으로 온 고려왕실의 도자기. <고려왕실의 도자기>전은 고려왕실의 혼과 숨결이 담긴 도자기들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왕실의 격조와 화려함 이면에는 천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천의 얼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온 변치 않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섬세한 문양과 다양한 기법, 유려한 선, 아름다운 비취색까지, 천년의 시간 동안 변치 않은 고려왕실의 도자기.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청명한 비취빛의 도자기에서 외세의 침략에도 흔들리지 않던 고려왕실의 굳건함을 만날 수 있다.
송민애 문화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