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7 |
[문화현장] 전북문화재단 용역 주도한
관리자(2009-07-06 17:30:58)
전북문화재단 용역 주도한
이정덕 교수 인터뷰
오는 10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전북문화재단의 설립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6월 4일 전북도청에서 열렸다. ‘전북문화재단 기본계획 수립 최종 공청회’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재단 설립운영 기본계획수립 및 예비타당성을 조사해 온 전북대 이정덕 교수를 만나 공청회에서 논의된 얘기들과 전북문화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전북문화재단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6월, 초여름이 무색하게 더운 날씨. 전북문화재단 연구원 이정덕 교수를 만났다. 전북문화재단과 관련된 자료를 이것저것 챙겨주는 이 교수의 모습이 분주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이찬 소리전당 예술사업부장은 재단과 공연장의 역할과 기능은 다르다며 재단이 초창기에 무리하게 통합을 시도할 경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시기가 달라도 혼란은 똑같이 나타납니다. 다음에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문화재단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목적 조례 중 다섯 개 정도의 역할이 겹쳐요. 때문에 기능을 합쳐서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죠.”
순수문화예술을 모두 통합해서 관리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된다는 의견이다. 그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문화재단이 통합하지 않으면 전북문화재단 공간 설립과 인건비에 수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문화재단을 통합하여 절감한 돈으로 소리문화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하면 됩니다. 현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은 공연과 전시 위주로 가고 있죠. 일반 예술회관과 다를 바가 없어요. 소리문화라는 측면을 더욱 강화시켜야 합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통합 문제를 두고 연구팀은 전북문화재단은 통합한다 하더라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 독립적인 대표를 두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권력의 거대화와 지역 소외문제
유기상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문화재단이 설립되면 단계적으로 소리축제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도립국악원 등을 대상으로 통합ㆍ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문화재단이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은 물론 소리축제, 서예비엔날레, 도립국악원까지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재단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기관들은 도에 소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생각엔 통합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통합을 하려는 기본적인 이유는 순수문화예술지원금만 가지고는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지요. 광주위원회 같은 경우 순수문화예술지원금만 가지고 운영합니다. 그래서 역할이 한정돼 있고 효과가 별로 없죠. 순수문화예술과 관련된 것들을 재단으로 통합, 개선하는 것이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통합에 관한 긍정적인 기능만 있을까. 무리하게 통합을 시도할 경우 초래할 혼란에 대해 물었다.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통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나기도 전에 혼란이 일어나겠죠. 그렇기 때문에 합의를 통해서 순차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다른 기관들과 통합을 해도 각 단체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했다. 전북문화재단은 방향설정 외에는 개입을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현재 전북의 문화는 대부분 전주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문화재단의 설립은 전주의 문화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재단의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주 지역의 문화권력 독점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저희가 14개 시ㆍ군을 돌아다녔어요. 대부분 전주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전북문화재단 이사회에 시ㆍ군의 대표가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도내 정책 기획을 강조해서 지역 간 불평등과 소외 개선 방법을 마련해야 하죠. 지역의 예술 위원회, 단체들과 같이 고민해 갈 문제입니다.”
경기문화재단을 보다
현재 전국에는 수십 개의 문화재단이 설립돼 있거나 설립 계획 중에 있다. 전북문화재단은 그 중 경기문화재단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았다. 경기문화재단의 10여 년 경험과 전북과 비슷한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북문화재단이 경기문화재단의 사업이나 프로그램 중 어떤 것들을 주목하고 있을까. 이 교수는 “특정 사업을 주목하진 않았다. 그보다 경기문화재단의 연구조사 기획기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전북문화재단도 연구조사 기획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단순한 행정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시행했을 때 실제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고 개선하도록 하는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문화재단의 이사장은 누가 될까
전북문화재단 출범에 관해 가장 논의가 분분한 부분은 이사장 선출에 관한 것이다. 도지사를 이사장으로 세우자는 의견이 유력하다. 하지만 도지사가 이사장이 될 경우 전북문화재단이 도에 소속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 또한 높다. “도에서는 사실 도지사가 이사장을 맡는 일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 연구팀이 도지사님을 이사장으로 선출하자고 주장한 거지요. 저희가 조사해 본 결과 민간인이 이사장 자리에 앉으면 더 혼란스럽고 정치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서울문화재단같은 경우 민간인이 이사장이고 그 밑에 정책보좌관을 두고 있어요. 정책보자관은 서울 시 공무원으로 적극적으로 서울시의 말을 듣죠. 이사장은 권한이 없습니다. 이사장이 민간인이면 허수아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에 종속되어 버렸습니다. 서울시와 이사장 사이에 정책보좌관이 끼면서 이원적 의사결정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죠.” 도지사가 이사장을 맡아야만 예산의 집행에서도 효율적이고 더욱 독립적이라는 의견이다.
전북문화재단이 가야할 길
전북문화재단의 궁극적 목표와 방향은 무엇일까. “전북문화재단이 앞으로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능력 점검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놓아도 사람이 잘 못 들어가면 아무 소용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제도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운영자 선발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북문화재단의 효과를 측정하는 틀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세 가지 정도의 지표를 만들어 해마다 측정해서 발표하는 겁니다. 도에서 해마다 평가를 하긴 하지만 세 가지 핵심-행정, 연구, 기획-을 치수화하여 대표이사가 전체적으로 어떤 업적을 이뤘나 평가하는 방법을 정착시켜야 할듯 싶습니다.”
전북문화재단은 전북의 체계적인 문화 발전과 균형 분배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해당지역 인사들의 나눠먹기나, 문화 권력화, 전주 중심의 재단 운영 등과 같은 문제들 또한 발생할 수 있다. 전북문화재단이 진정으로 전북의 문화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전북문화재단의 출범과 관련해 땀을 흘린 모든 이들의 노력으로 전라북도의 문화가 좀 더 균등하고 창의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전북문화재단의 통합에 관하여
전북문화재단이 설립단계에 있다. 문화재단의 설립목적은 문화 예술 전문가에게 맡겨 보다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접근으로 지역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있다. 국내 문화재단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된다. 문화 전반의 정책을 아우르는 재단과 전문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으로 구분하는데 전자는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을 들 수 있고 후자는 공연장을 관리하는 재단으로 서울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경기도문화의 전당 등을 들 수 있다. 필자의 공연장 운영재단의 근무 경험으로 볼 때 재단 설립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포괄적 접근을 검토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연장과의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근저에 두고 문화의 권력화를 막기 위함일 것이다. 서울예술의 전당 다음으로 최대 규모인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은 독립된 법인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통합이 전라북도 문화정책의 기본방향이라면 보다 신중하게 시기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전문화된 복합공연장의 기능과 새롭게 설립되는 재단과의 역할과 범위, 통합으로 인한 조직의 혼란 방지, 도민의 문화서비스 기관인 복합문화공간의 발전방안 등 충분한 검토 후 안정된 기조위에 출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찬_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부장
전북문화재단의 출범에 거는 기대
문화재단의 출범은 현행 순환보직제 문예행정체계의 한계를 탈피하고, 일관성, 전문성, 합리성, 유연성을 갖춘 새로운 문예거버넌스의 창출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도 단위 문예행정의 근간을 이루는 각종 지원사업과 문예기반시설, 단체, 예술축제 등을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통합 운영함으로써, 전북의 문화적 독창성과 정체성, 우수성을 분명히 발휘하게 할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지역 예술가를 비롯한 구성원 모두의 열정과 능력을 극대화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창작 환경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를 위해서 지역의 문예역량이 한 자리에 모여서, 불필요한 편견과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인내와 포용의 자세로 지속적으로 궁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문화재단을 건강하게 세우는 과정이야말로, 지역사회의 성숙한 문화적 역량을 점검하고 바로 세울 수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 단위의 여러 시설, 단체, 사업 등을 초기에 포괄해서 중량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지닌 조직으로 출범하기를 기대한다.
곽병창_ 극작가,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전북문화재단 조직 운영에 관한 제언
어느 조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고 세밀한 계획을 요구하는 것이 조직 구성과 운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단의 조직 구성을 보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말하자면 직능별, 장르별 안배를 통한 분배형 구성을 지양하고 가칭 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하여 공정하고 균형 있는 인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사장 선출은 민간의 덕망 있는 인사를 모시는 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장단점을 분석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하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도지사가 맡게 되더라도 재단의 자율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적인 집행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행정 실무자에 대해 얘기하자면 현재 보고서에는 대표이사라는 명칭으로 준비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행정 실무 총책임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 실무 책임자를 이사로 임명하는 것은 이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노출할 수 있다. 이사회의 주요 기능인 의결권이 행정 실무자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되는데 이는 단체 운영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 실무자가 기안하고 계획한 내용은 이사회에 충분한 보고의 기회를 제공하면 되고, 그 후 각 이사들이 심도 있는 검토와 의결 행위를 통하여 심의, 조정, 결정하면 실무자는 집행의 기능을 담당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의결 기능이 강화되고 각 이사들의 역할이 분명해 질 수 있다.
정성엽_ 전북예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