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 |
[문화시평] 제 41 회 전라북도 미술대전
관리자(2009-06-03 19:00:30)
제 41 회 전라북도 미술대전5월11일~5월22일
‘기득권’과 ‘서열화’를 과감히 깨라
김선태 미술평론가 예원예술대교수
전라북도미술대전(이하 전북도전)에 대한 글을 부탁 받고 과연 써야 할지 망설여진다. 전북도전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하여 지적해보았자 괜한 공염불에 그칠 것 같고, 전북도전 관계자들이야 눈 하나도 까딱이지 않고 필자만 오히려 곤혹스러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미술 비평의 녹을 먹고 사는 나로서는 전북미술을 그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고 걱정하는 심정으로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아 몇 자 적어 보기로 한다.
전북도전이 전북미술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전북도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전북도전 운영방식 및 심사결과에 대한 끝임 없는 잡음에는 이제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문사에 투서가 날아들고 투명성과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특선작품보다도 입선작품의 수준이 훨씬 더 높게 보였던 것은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은 아닐 터이다. 특선작품의 수준은 전북도전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욕 있는 출품 작가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뿐이다.
우선 전북미협에서 전북도전을 이끌고 가야할 명분이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재검토해볼 때가 왔다. 전북도전이 개최되고 있는 궁극적인 목적은 첫째, 전북도전이 진정한 전북미술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 둘째, 신인작가의 등용문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가? 셋째, 심사와 운영방식에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는가? 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몹시 궁색하고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미술계의 모든 주변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점에 전북도전만큼은 변화의 시점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전북도전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전근대적인 업보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오히려 이를 마냥 방관으로 일관하고 애써 무관심한 태도로 시류에 어물쩍 편승하고 있는 미술종사자들의 자세가 더 큰 문제인 듯싶다.
아직도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전근대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비민주적인 운영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만만치 않은 전북도전 폐지론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전북도전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문제제기로만 그친다면 그 또한 책임 없는 발언이 될 것 같아 전북도전에 대한 개선책을 몇 가지 제안해 보고자 한다.
우선 전북도전 초대작가 및 추천작가 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하여 미술계서의 기득권을 없애는 방법을 검토해 보길 바란다. 초대작가 및 추천작가 계열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미술계에서는 ‘관직’을 얻는 것과 같은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으며, 가장 순순해야할 미술계가 서열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초대작가계열에 끼여야 만이 지역미술계에서나마 행세할 수 있는 처세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음 출품자들도 부족한 점수를 채우기 위하여 작품성보다는 점수 따기라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매년 출품작들은 비슷한 작품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가장 창작의욕이 왕성해야할 시기에 창작의욕이 꺾이고 일찌감치 측 늘어져 버리는 조루형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초대작가 대열에 진입하면 거기에 안주하려고하는 위안을 삼기도 한다.
또한 취미차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전북도전에서 입상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연히 열심히 하고 좋은 작품을 한다면 그 이상의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초대 및 추천작가가 되기 위한 점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너무나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회교육원이나 문화센터에서 미술을 배우는 분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바람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작가가 되긴 위한 진정한 통로가 무엇인가를 인식하여야 할 것이며, 전북도전에서 초대작가 및 추천작가라는 명함을 취득하는 것만으로 작가로 인정받고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시대적 착오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우리 미술인 모두가 전북미술발전의 저해요인을 묵인하는 공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북도전의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관행을 없애기 위하여 용기 있게 나서서 공정한 심사제도와 운영방식을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 판 마냥 나눠 먹기식의 심사방식과 제도를 이제는 과감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심사는 1, 2차로 나누어 진행하되, 각 분야별로 미술이론가나 평론가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미술계의 흐름과 진정한 창작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객관적인시각을 유지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개심사를 원칙으로 하되 도내 일간지 및 방송국 문화부 기자의 참관을 유도해야 한다.
전북도전을 특성화 시키는 방안으로는, 출품자 수가 적은 디자인계열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순수계열을 특성화하여 진정한 작가의 등용문으로 재정비하는 방향이다. 그렇지 않아도 디자인 공모전은 공예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전북도전에서까지 분야를 늘려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출품작 중에 한 사람이 그린 것 같은 비슷한 계열의 작품이 입상하는 싹쓸이 보다는 대표작 몇 점만 선정하고, 각 분야 대상수상자들에 한해서는 다음 년도에 개최하는 전북도전 일정에 맞춰 개인전을 열어주는 적극적인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선정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진정한 작품성과 작가의 역량을 고려하여 수상작을 선정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모든 조건이 적용될 때만이 전북도전의 위상이 세워지고 전북미술계를 이끌어갈 진정한 신예작가의 등용문으로서 역할로 거듭날 것이다. 그래도 전북도전 운영이 개선되지 않고 해마다 되풀이 될 때에는 의식 있는 신예작가들은 전북도전에 출품을 외면할 것이고, 너희들끼리라 잘 해먹어 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전북도전은 삼류로 전락하는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