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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6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06-03 18:59:49)
“민주주의는 진보하는 만큼 확장한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슬픈 소식을 지리산 둘레길로 가는 버스 안에서 들었다.  편한 길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선택하며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걸어왔던 바보 노무현의 죽음에 버스 안은 안타까운 탄식과 추모, 분노로 술렁거렸다.  그가 몸을 던진 곳은 부엉이 바위가 아니라 국민들의 가슴이었고,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바다였을 것이다. 착한 시민들의 진지한 토론 전북대 철학과와 전북환경연합 초록시민강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 8회 인문학세미나 시민팀으로 참여했다. 『대한민국은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가? - 생활문화와 정치사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교수와 학생, 그리고 시민과 전문가 등 약 300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시민사회와 정치사회, 민주주의 위기와 희망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한 시민 팀은 환경연합 초록시민강좌에서 만들어진  책읽기 모임 ‘책읽어’와 매월 주제를 정해서 토론하는 ‘살아가며 이야기하며’ 회원들로 이뤄졌다.  평소 경쟁적인 삶과 빠른 사회 변화에 대한 성찰과 대안적인 가치나 공동체에 호감을 지닌 착한 시민들이다보니 재미나고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 달 남짓 두 권의 교재 『민주주의의 민주화_(최장집)』, 『후불제민주주의_(유시민)』와 논문 『한국민주주의의 철학적 성찰』을 토대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면서 확대된 민주주의와 비약적인 경제성장, 그리고 그 이면의 무한경쟁과 사회양극화의 원인을 진단했다. 시민 팀은 여러 이야기가 오고간 끝에 ‘한국 민주주의 위기’는 사회복지체제의 구축과 확대, 균형 있는 분배가 부족한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지체이자 좌절에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민주주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MB 정부의 개발 독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권리와 책임을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견해에 동의했다. 추상적인 정리에 비해 실천적인 과제는 구체적이었다. 성찰없이 진보없다   우선은 성숙하고 풍요로운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NGO에서 활동과 인문학 강좌나 토론모임에 참여하는 시민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회에 대한 인식과 지역의 문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거대 담론보다는 생활정치의 영역에 자연스럽게 참여하자는 것이다.  우리 동네 뒷산에 아파트 허가를 내줄 것인지, 대중교통망으로 급행 버스가 좋을지 경전철이 좋을지, 아이들 학교 운동장에 인조 잔디를 깔 것인지 등을 직접 결정하는 주민투표나 시민의 뜻과 달리 행정을 추진하는 단체장에 대한 소환이 자유로운 분권형 정치체제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한 시민사회로 모아진 역량과 성과가 정당정치로 제도화 되는 것이 필요하며 자신이 속한 계급이나 계층의 정체성에 맞는 투표와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을 강조했다.  덧붙여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 더 많은 자식 교육이 일상을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성찰 없이는 실질적인 진보는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환경운동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의 스펙트럼이 좌에서 우까지 다양하다보니 무늬만 녹색이고 알맹이는 회색인 가짜가 판을 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대표적이다.  녹색과 극우 민족주의 우생학이 만나 히틀러의 녹색 파시즘을 만들었듯이, 녹색이 이명박 정부의 성장과 만나 탄생한 녹색 성장도 녹색 개발독재로 이어졌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핵 발전 확대로 결합시켰고, 멀쩡한 강이 썩었다며 바닥을 파내고 상류에 댐을 짓는 토목사업에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무를 심자면서 그린벨트를 줄이고 국립공원을 부분 해제했다.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지 못하고 물건을 구입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듯이 가짜 환경의 피해는 다음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시민강좌와 토론모임에 가면 세상이 보인다 세상에 대한 뜨거움은 점점 식어가고 그만큼 정치사회, 환경과 생태에 대한 무관심은 커지고 있다. 복잡해진 세상에서 체제와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 감수성을 얻기 위해서는 철학적 생각하기가 필요하고 다양한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성찰적이고 창조적이며 비판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일상에서 작은 실천이 이어질 때 민주주의는 더 단단해지고 인간적이 될 것이다. 지구적으로 사고(思考)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자는 말처럼 녹색가치와 인문학적 소양은 주변의 이웃과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자 그럼, 시민단체의 문을 두드려 보자! 크고 작은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전북환경연합의 “초록시민강좌”, 전북여성단체연합의 “변화의 시나리오”,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의 “언론학교”, 전북참여연대의 “시민경제아카데미” 등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대안적인 가치를 모색하는 명사들의 강연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된다.  한시적이지만 주제별 특강이나 생태 문화기행도 참여할 수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거나 주제를 정해서 발표하는 소모임이나 포럼에 참여하는 것도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환경연합 사무실에서 열리는 행복한 화요일의 ‘책읽어’ 는 매주 1회씩 인디고 서원에서 추천한 인문학 도서와 회원들이 정한 책을 읽고 토론한다.  조금이라도 소감이나 의견을 적어 생각의 폭을 넓힌다.  ‘여성다시읽기’ 포럼은 매월 두 번 만나 책을 읽고 토론한다.  이를 바탕으로 회원들은 분기마다 소식지를 만들어 생각을 나눈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대화마당인 “정세청세” 도 전주에서 열린다.  다들 온라인 카페에서 일상의 단상을 나누며 소통한다. 이밖에도 전주시평생학습센터, 최명희문학관, 전주박물관, 문화의 집, 시립도서관 등 에서도 여러 강좌가 열리고 있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시대에 한가하게 무슨 강좌나 토론 모임이냐고 질책하실 분도 있겠지만 인문학적 소양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갖춰야할 경쟁력이기도 하며,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지혜이자,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과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는 국민들의 가슴에 달렸다. 제8회 인문학 세미나 시민팀은 다음과 같은 글로 발표를 마쳤다.   “민주주의는 대가를 지불한 만큼 시민들이 각성하고, 진보하는 만큼 확장한다.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확대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복지체제 구축과 최소한의 행복의 전제인 고용안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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